심심해서 써보는 팬픽.
오리지널 설정도 가득하고 엘든링 설정과도 맞지않는 부분이 어쩔 수 없이 많이 등장할 예정이니, 그 점은 감안해주시면 감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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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시대가 끝나고 새로이 위대한 시대가 시작되노라!
영광, 미덕, 예술, 그대와 함께 영원히 부흥하길!
오 광영에 빛나는 황금률이여, 당신을 지키기 위해 스러져간 저 무수한 사람들을 보시오!
전부 당신의 영광을 벗겨내려 득달같이 달려든 승냥이들을 몰아내기 위해 모여든 투사들이라오!
우린 그대들을 영원토록 기억하리라!
로데일의 승리자들이 축복왕을 경배한다!
엘데의 빛이 그의 발 아래서 불멸하기를
로데일은 이제 행진한다
전사의 미덕이 저 아래서 빛나리라
평화가 함께하리라!
새로운 시대의 평화가!
영영 끝나지 않으리라 생각했던 파쇄전쟁이 마무리되었다.
적어도 오래된 도읍의 시민들은 그리 생각했다.
황금의 도시를 둘러친 저 드높은 성벽은 침략자들의 발길을 허용치 않았다. 시민들에게 저 밖의 전쟁은 전부 먼 나라에서 벌어지는 풍문과도 비슷했다. 직접 검과 창, 그리고 철퇴를 들고 저 비열한 밖의 늑대들과 맞선 병사들에겐 조금 다른 인상이겠지만.
세기적인 흥분과 낙관주의가 도읍 안쪽에서 넘쳐흘렀다. 광장에 모여든 관중들은 모두 흥분으로 가득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이 기나긴 전쟁을 승리로 마무리지은 위대한 영웅에게 칭호를 바쳤다.
축복왕 모르고트
누구도, 어디서 이 영웅이 등장했는지 알지 못했다. 허나 그런 사실 따위는 시민의 대다수를 이루는 평민들에겐 그닥 중요치 않았다. 젠체하고 체통을 중시하는 귀족들조차도 지금은 고개를 숙였다. 감히 불만을 내뱉어봐야 다음날 어딘가로 사라지리라는 걸 본능적으로 알아챘기 때문이다. 축복왕이 궁전 앞 발코니에 모습을 드러내자 열광한 군중은 더는 참지 못했다.
"축복왕이 오셨도다! 모두들 영접하라!"
국왕이었음에도 영웅은 겨우 천조각 하나로 보이는 거적만을 덮고 있을 뿐이었다. 귀족들은 최대한 표정을 유지하려 애썼지만, 외려 저 검약한 모습이 평민들은 더욱 열광시켰다. '왕은 저 코만 높은 귀족들의 대변인이 아니다! 우리의 영웅이시다!' 그렇게 평민들은 외쳤다. 서기관 라파엘로는 그 순간을 이렇게 기록했다.
-로데일의 드높은 성벽은 최종적인 승리를 약속했다. 군주들의 연합은 비참하게 패배했고, 엘데는 또 한번의 평화를 약속받았도다.-
개선장군이자 새로운 군주로 등극한 축복왕이 가볍게 오른손의 지팡이를 들어올렸다. 연설에는 그리 재능이 없는 듯 했지만 시민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고, 세월은 지나갔다.
언제나 그러했듯이.. 그리고 희망 역시 천천히 사그라들었다.
긴 세월이 흘렀다.
황금률의 축복을 머금은 엘데의 사람들에겐 명확한 시간관념이 없었다. 장생을 약속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죽음의 순간조차에도, 그들의 영혼은 황금나무로 돌아가 재탄해서 돌아온다. 위대한 황금률! 엘데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특권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기록하지 않고, 추억하지 않는다. 정교한 태엽장치와 마법으로 돌아가는 혼천의와 시계는 존재했지만, 그 기계들은 다른 용도로 주로 쓰일 뿐이었다.
황금 궁전의 가장 안쪽.
거대한 엘데의 세계수가 자리한 커다란 건물의 한 석상 아래서 축복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불쾌함이 가득 깃든 그 얼굴은 감히 누구의 간섭도 허용치 않는다. 그와 별개로 깊은 피로가 노왕의 얼굴을 덮었다.
"오늘만 해도 벌써 다섯인가...?"
큰 한숨과 함께 화려한 궁전과는 어울리지 않는 한 초라한 나무 의자에 모르고트가 주저앉았다.
"비열한 자들. 야심의 불길에 휩싸인 야망가들. 세계를 불태우려는 찬탈자들."
피로 가득한 지팡이를 들어올리며 노인이 중얼거렸다. 그날, 모르고트는 축복을 탐하려 들던 다섯의 역도를 참살했다. 저 북쪽의 먼 산령에서 하나. 남쪽의 깊은 숲에서 둘. 독과 죽음이 가득한 북서의 늪지대에서 하나. 그리고..
"멍청한 고드릭. 그 정도조차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다니. 반푼이 녀석은 역시 반푼이일 뿐인가?"
마지막 하나는 스톰빌 성의 코앞까지 기어들어왔다. 그리고 자신의 성채 바로 앞까지 온 녀석을, 저 어리석고 무능한 폭군은 알아채지도 못했다. 수없이 많은 빛바랜 자를 사냥했다고 힘껏 떠드는 주제에, 정작 진짜 위험이 다가오는 건 알아채지도 못한다. 무엇보다, 그 자는 다섯 중 가장 강했다. 아무리 반푼이라해도 데미갓의 가호를 얻은 고드릭이 설마 고꾸라질진 의문이었지만, 그럼에도 만만치 않은 강자였다.
끝내 그자를 끝장낸 건, 비록 본신은 아닌 분신체의 힘이었다지만, 스톰빌 성의 관문을 감시하던 모르고트의 시선이 그자를 포착했기 때문이었다. 상당한 힘을 끌어낸 사투였기에, 모르고트는 본의 아니게 엘데 전역에 퍼트린 분신체들의 힘을 일시적으로 거두어들여야 했다. 이게 다 저 멍청한 고드릭 때문이었다. 그덕에 지금 엘데의 감시에는 일시적인 공백이 생겼다.
허나.. 지금 모르고트를 분노케한 건 저 일 때문이 아니었다.
저 비굴한, 덜떨어진 황금의 영락한 일족은.. 실로 아찔한 소식을 전해왔다. 하필이면 축복왕의 감시가 어긋난 바로 이 절묘한 시점에!
분노, 그리고 한숨...
모르고트는 저 북쪽으로 눈을 돌렸다. 찬란한 황금나무가 로데일의 군주를 내려다본다. 영원여왕이 사라진 직후... 누구도 받아들이지 않는 바로 저 나무가..
"위대하신 황금률이시여.. 난 당신을 수호코자 내 모든 것을 바치고 있소."
넋두리를 읊듯 모르고트가 중얼거렸다. 답변을 기대하진 않는다. 이미 절망을 마주한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위대한 의지는... 끝내 축복왕에게 어떤 해답도 내려주지 않았다. 저 끔찍한 파쇄전쟁을 막아냈음에도, 황금의 질서를 세우려 그리도 노력했건만... '흉조'에게는 아무 자격도 줄 수 없다는 걸까? 모르고트는 알 수 없었다. 허나 감히 위대한 의지에 따져묻기에 축복왕은 이제 지쳐버렸고, 그럴 힘조차 없었다.
"여러 불길한 소식들이 들려오고 있소이다. 저 사악한 역도 무리들의 준동은 잦아들었지만 아직 끊어지진 않았소. 당신의 의지를 대행해야 할 저 배신자들은! 로데일을 저버리고 외려 범하려 들었소이다! 데미갓이 대체 무어란 말이오! 그저 사욕과 탐욕에 휩싸여 세상에 혼란을 불어일으킬 뿐인 저 데미갓들을 왜 당신은 내버려두는 것이오! 저 축복조차 없는 눈이 텅 빈 역도들은 왜 내버려두고 있는 것이오?!"
그럼에도 모르고트는 울분을 감출 수 없었다. 황금나무는 처음부터 그러했다는 듯, 저 자리에 가만 서있을 뿐이다. 노인의 한맺힌 분노는 공허한 메아리처럼 흩어져갈 뿐이었다.
긴 시간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축복왕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누구는 찬탈자라 비꼬고, 또 혹자는 자격없는 반푼이라 조롱한다. 심지어... 저 거적 안에 숨겨져 있는 평생의 '수치'를 파헤치고자 골몰하는 비열한 작자들도 있었다. 그렇게 긴 세월을 모르고트는 싸워왔다. 황금의 질서를 위협하는 외부의 칼뿐이 아닌, 이 화려한 빛 바로 밑에서 암약하는 저급한 어듬의 독사들에게도 맞서왔다. 한때 그의 쌍둥이였던 모그가 형을 도왔지만, 저 믿지 못할 꿍꿍이만 가득했던 동생은 진작 자취를 감춘 지 오래되었다.
이제 모르고트는 오직 혼자였다. 마리카와 라다곤은 여전히 행방이 묘연했고, 그의 반려가 되어 엘데의 세계를 재건할 이는 보이지 않았다. 아니... 애초 이 추악한 '흉조'를 누가 받아들이겠는가? 축복왕은 감히 거기까지 바라진 않았다. 단지, 노왕은 이 세계를 지키고 싶을 뿐이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먹을!!"
분노라기보단 절규에 가까운 괴성이 스톰빌성을 따라 울려퍼졌다. 놓쳐버렸다. 알 길이 없었다. 황금의 군주 고드릭은 화를 참지 못하고 도끼를 휘둘렸다. 무자비한 도끼가 내려치자 트롤 하나가 그대로 반쪽이 된 채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
그가 아끼는 귀공자 다섯이 무자비하게 토막난 채 발견되었다. 성 바로 남쪽, 좁은 해협을 둔 절벽섬에 자리한 예배당. 불길함을 느낀 황금군주가 그곳에 '귀공자' 다섯을 보낸 게 불과 5일전. 그리고... 저들 모두가 처참한 꼴이 된 채 절명했다. 나름 '공을 들여' 접목해낸 걸작들이었다. 대체 어떤 놈이 감히 저런 대죄를 범했는가!
"빛 바랜 자!!!"
황금군주가 포효했다. 감히 자신의 소중한 소유물을 저 지경으로 만든 놈을 당장이라도 토막쳐버리고 싶었다. 군주의 분노를 감당치 못하고 대신 사지가 박살난 병사와 시종들의 시신은 이미 주변에 가득했다. 살아남은 병사들은 주인의 진노에서 벗어나기 위해 빠르게 성을 벗어나 남쪽으로 도주했다. 어떻게든 주인을 저리 만든 범인을 찾아내기 위해...
과연 그 일이 가능할진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었다는 사실은 둘째치고.
성공과 몰락은 때론 구별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닮아있다.
고드릭은 분명 지난번의 치욕 이후 힘을 쌓아올리기 위해 무자비한 폭주를 거듭해왔고, 꽤 훌륭한 성공을 이룩했다. 이젠 저 간악한 말레니아를 끌고와서 차라리 죽음을 간청할 정도의 치욕과 고통을 선사할 수 있으리라. 허나 중요한 일은 따로 있었다.
놓쳐버린 빛바랜 자. 그의 귀공자 다섯을 역으로 토막쳐버린 저 흉수. 그래, 그래봐야 축복따위 없는 평범한 인간일테지. 감히 데미갓인 자신에게 도전하리라 생각친 않는다. 이미 고드릭은 주제도 모른 채 달려들던 빛바랜 자 여럿을 무수히 토막냈다. 그리고, 저 건방졌던 녀석들은 이제 황금군주 본인의 '몸'이 되어있었다.
찾아내리라! 그래서 이 치욕을 씻어내리라! 친히 네놈을 '접목'해주리라! 감히 로데일의 왕을 지칭하는 북쪽의 늙은 참칭자 따위에게 보여주리라! 네놈에겐 자격이 없음을! 언젠간.. 이 내가.. 황금의 진정한 후예 고드릭이! 당당히 저 북쪽, 황금의 도시로 개선하리라! 엘데의 군주로서! 군림할 것이다!
도끼의 손잡이를 더욱 거세게 잡았다.
"네놈을 꼭 찾아내리라. 빛바랜 개자식."
황금의 고드릭 군주님 음해하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