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마치 우연처럼 제 눈앞에 나타났습니다

정말 힘든 인생이었습니다 어릴 적에 부모님께 버림 받고 하루하루 공장을 다니며 밤 늦게까지 일했습니다

뜨거운 여름에도 추운 겨울에는 살갗이 베이는 고통을 참으며 일했습니다 언제나 식사는 부실했고 잠은 4시간이면 많이 잔 편이었습니다

결국 어린 나이에 잠을 이기지 못하고 사고가 발생해 손가락 2개를 잃었습니다 그러나 공장에선 나몰라라하고 병원비는 빚이 되어 날아왔습니다

참 웃기지 않습니까? 사람을 살리는 병원이 오히려 지옥 속에 하루하루 연명하는 인생을 만들었습니다

정말 죽어버리고 싶었습니다 하루하루 버티며 노가다, 공장 안해본 일이 없습니다

제 또래 친구들이 깔끔하게 교복입고 하하호호 웃으며 등교하는 모습을 보니 제 자신이 초라해졌습니다

성인이 되자마자 있는 돈 없는 돈 다 털어서 소주 6병을 샀습니다

한강을 바라보며 그 자리에서 술병을 비웠습니다 점점 기분이 좋아지고 근심이 사라졌습니다 눈앞에 보이는 도시의 불빛이 춤추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비틀거리며 한강 다리로 향했습니다 근심은 없어졌지만 제 목표는 뚜렷했습니다

근심은 용기로 바뀌고 천천히 다리 끝으로 나아갔습니다 얼핏봐도 높이가 20M는 되더군요

그렇게 몸을 던지려는 찰나 그녀가 나타났습니다

정말 의미없는 질문이었습니다 제가 뭘 하려는 지 보고서도 그런 질문을 했습니다

뭘 하고 있냐고... 이 늦은 밤에 여기까지 와서 뭘 하냐고...

순수한 의문이었습니다 전 화가나 욕지거리를 내뱉었습니다

그러나 그녀는 오히려 제가 다가왔습니다 한강 다리에 걸터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풀더군요

정말 황당했습니다 죽으려는 사람 붙잡고 이게 무슨 짓인지...

그러나 그녀도 불행했습니다 어릴 적 부모님한테 하나 뿐인 오빠와 함께 버려졌다고 합니다 그러다 오빠는 괴한한테 납치당하고 몸에 난 피부병 때문에 점점 흉측해졌다고 합니다

모두 괴물이라고 놀리고 상처에서 나는 악취때문에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미용학원을 다니고 있는데 연습할 여건이 되지 않아 자신의 머리를 염색한다고 합니다

독한 염색약 때문에 피부병은 더더욱 악화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저만 불행한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저처럼 불행한 사람이 또 있었습니다 저는 붉게 염색된 그녀를 보고 부끄러움이 느껴졌습니다

나보다 어려보이는 여자애도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데 저는 속편하게 죽으려고 했습니다

그녀는 저를 위로해주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의 이야기를 풀면서 어떻게 버텨왔는지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마음이 풀렸습니다

왜인지 감정이 북받쳐 오르더군요...

그녀가 제 손을 따뜻하게 잡고서 다음번에도 이곳에서 만나자고 했습니다 서로 성공해서 꼭 이곳에서 다시 만나자고 합니다

1년 뒤에 서로 크게 성공해서 꼭 이 자리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저는 약속의 의미로 새끼손가락을 걸었습니다 철없는 소리 같았지만 여자애 장난에 어울려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모두가 그녀를 흉측하다고 놀려도 그 순간만큼은 마치 한송이의 꽃처럼 아름다웠습니다

그 순간 하얀 눈이 내렸습니다 도시의 불빛과 어우러져 흔들리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그녀의 말만 떠올리며 하루하루 살아갑니다 아직도 그녀의 이름이 생각납니다...

'말레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