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게임과 연이 없는 사람이었다

해봤던 게임이라고는 온라인 게임 몇개 뿐이었다

그마저도 쉽게 싫증을 느껴 친구들과 가끔씩 깔짝댈 뿐, 결코 깊게 빠진 적은 없었다

나는 게임보단 소설을 더 좋아한다

하지만 그런 나도 다크소울이라는 게임이 악명높은 난이도를 자랑한다는 것을 밈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랬던 걸까? 친구가 나를 자신의 집으로 초대해 플스로 게임을 시켜줬을 때, 다크소울의 제작자가 만든 블러드본이라는 게임에 자연히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2~3분 가량의 짧은 트레일러 영상이 내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영상미나 스토리는 잘 몰랐다

하지만 불을 붙인 거대한 망치로 괴물들을 사냥하는 모습은 눈이 돌아갈 만큼 재밌어 보였다

나는 당장 블러드본을 해보겠다고 말했고, 친구는 실실 웃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시작한지 30분만에 포기했다

비디오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그리고 패드를 처음 만져본 인간이 하기에는 과하게 어려운 게임이었다

레벨이 높은 캐릭터로 해봐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였다

그렇게 포기하고 다른 게임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며칠이 지났다

나는 불망치를 휘두르던 장면을 잊을 수가 없었다

나는 유튜브로 블러드본에 관한 영상들을 찾아봤고, 수시간 만에 완전히 매료되어 플스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플스5는 너무 비쌌고 친구에게 이제는 안쓴다는 4를 10만원 주고 구매했다

그게 2주일 전이었다

아무런 정보나 공략도 찾아보지 않고 혼자 발악을 했다

우매함의 봉우리에서 발버둥쳤다

멋있어 보여서 칼날지팡이를 시작 무기로 고르고, 강화재료도 별로 없으면서 여러무기를 동시에 강화하기고 하고, 혈정석이나 카릴문자의 존재는 아미그달라를 잡을 때쯤에야 알았다….

게다가 내가 그토록 찾던 불망치는 돌망치에 부싯깃을 바른 것이란 사실도 꽤나 최근에 알게 되었다

이렇듯 나는 무식하게 맵을 한걸음 한걸음 더듬으며 나아갔고, 아이템을 얻으면 네모 버튼을 눌러서 설명을 꼭 하나하나 읽었다

사실 의도한 건 아니고, 정말 쉴새없이 죽어나갈 때마다 겜 하기는 싫고 그렇다고 끌 수도 없어 자연히 템 설명을 뒤져보게 되던 것이다

정말 많이 죽었다 셀 수도 없을 것이다

아마 천번은 넘으리라 조심스럽게 추측해본다

특히 발광녀 이 미친 씨발년들한테 100번은 죽었다

그래도 템 설명을 읽다가 햄릿 거리에서 카인허스트로 향하는 마차를 타게 된 것은 정말 소름돋는 경험 중 하나였다

아무튼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흘러 2주간 72시간을 플레이하며 간신히 코스까지 무찔렀을 때는 이미 내 안에는 이 게임에 대한 짜증섞인 울분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사회에서 수많은 암걸리는 상황들을 마주하고 인내하며 나는 스스로가 참을성이 꽤 좋다고 생각했는데,

블러드본만 하면 얼굴이 터질듯이 열불이 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혹은 모든 것을 체념하고 침묵하던가

게르만을 잡을 때까지도 속으로 울분을 삼키며 이 개같은 게임 어떻게든 깨고 마리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게임의 끝이 찾아왔고 엔딩 크레딧과 함께 고아에게 건네 받았던 오르골 소리가 헤드폰을 타고 울려퍼졌다

정말로 블러드본의 끝을 알리는 소리였다

그런데 내 예상과는 달리 마음이 막 시원하진 않았다 시원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이 게임을 하는 동안의 나는 정말 미련한 놈이었다

나는 평소 어려운 게임을 하면서 멘탈을 터트리는 사람들을 보며미련하다 생각했다. “왜 게임을 스스로 고통 받으면서 하지?” 라며

하지만 나는 퇴근 후에 마치 숙제를 해야하는 어린 아이의 심정으로 한숨을 푹푹 내쉬며 의자에 앉아 플스를 켰고,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번씩 죽으며 스스로를 학대했다

정말 미련한 짓이 아닐 수 없었다

또 어떻게든 엔딩만 보면 사슬에서 풀려난 것처럼 시원하리라 생각했는데, 어떻게 보면 이 보잘것 없는 작은 모험이 끝났다는 사실에 섭섭했다

나는 사실 이 게임이 얼마나 잘 만든 게임인지는 모른다

비디오 게임 자체를 잘 안하기 때문에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나 큰 여운을 남기는 작품이 못 만든 게임일 거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쨌든 결론은


내가이겼어내가이겼어내가이겼어내가이겼어내가이겼어내가이겼어내가이겼어내가이겼어내가이겼어내가이겼어내가이겼어내가이겼어내가이겼어내가이겼어내가이겼어내가이겼어내가이겼어내가이겼어내가이겼어내가이겼어내가이겼어내가이겼어내가 이겼어내가이겼어







7de9f170b7f36087239df7e6329c706e917299e92f7ef65ffc667640679a2e36da8190467e2489ae56ee4dcd9609e8ca28668e426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