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롬뇌 X . 아무런 떡밥도 파헤치지 않는다.

단지 나처럼 이런 모티브 읽는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까 싶어 올림.


1. 미친 불의 모티브


본작에 등장하는 미친 불은, 여러가지 상징을 복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샤브리리라는 유대 악마의 이름을 그대로 활용한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었겠지만 성경의 이미지가 몹시 강한 편이다.


신이 금지한 악마적인 지혜와, 그에 따른 강렬한 유혹과 타락, 최종 단계에서의 피할 수 없는 파멸 등은 기독교적 광기를 잘 드러냈다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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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중 미친 불은 주로 '노란 불꽃'으로 표현되며, 원시혼돈의 현현으로 그려진다.


만물을 원점으로 되돌린 태초 상태의 강렬한 화염, 혹은 그 자체로 하나의 신격으로 여겨지는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①.그가 외부신의 일원이라는 점과,

②.미친 불과 가장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 소재인 발광, 즉 광기라는 부분이다.


-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본작에서 등장하는, 혹은 추정되는 몇몇의 신들을 이르는 표현된 '외부신外なる神'은,

영어판에선 아우터 갓Outer gods으로, 크툴루 신화의 신격들을 이르는 고유명사로 유명하다.


크툴루 신화 속 신성들은 대체로 인간에게 무관심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악의를 품고 있으며, 이는 대체로 피조물은 감당할 수 없는 재앙을 야기한다.

여기서 인간은 신의 사랑을 받는 존재가 아닌, 무가치하게 소모되는 말로서, 엘든 링의 외부신들이 피조물들에게 보이는 태도와 유사하다.


- 미친 불의 깨달음을 얻은 이는 여지없이 미쳐버리며(발광), 여기에는 병적인 고통이 수반된다고 알려져 있다.

(신적인 지혜가 인간에게는 통제할 수 없는 불꽃과도 같은 광기를 유발한다는 점에서는 전작 <블러드본>의 계몽과도 닮아있다.)



이 또한 크툴루 신화 속에서 심심하면 보이는 설정이지만..

전체적으로 흔히 사용되는 레파토리인만큼, 이것만으로 직접적인 유사성을 지목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보다 구체적으로는, 어떤 점에서 연관점이 있었을까?



2. 노란 옷의 왕


<노란 옷의 왕>은 로버트 W. 체임버스가 쓴 몇 편의 연작소설이자, 동시에 후대에 크툴루 신화에 편입된 소재이기도 하다.

(크툴루 신화의 저자가 해당 작품의 광적인 팬이었다고 한다.)


원작에서 '노란 옷의 왕'은, 작품의 제목이자, 작품 속 등장하는 가공의 희곡의 이름이면서, 또한 희곡 속 등장인물이다.


<노란 옷의 왕> 단편집으로 묶이는 소설들에는 몇 가지의 공통점이 있는데,


- 꿈(희곡 속 세계)과 현실의 구분이 극히 모호해짐.

- 희곡을 둘러싼 인물들의 정서가 극히 불안정해지고 광기에 빠진 듯 그려짐.

- 이에 맞춰 작품 진행도 점점 혼돈스럽고 난해하게 변함.


..등,


사실 작품 속 '노란 옷의 왕'이라는 희곡은, 단순한 희곡이 아니라 그 어떤 초자연적인 힘이 깃든 것처럼 표현된다.

1막과 2막으로 나뉘는데, 전부 다 읽으면 회까닥 돌아버리는, 그런 류의 괴물건인 것이다.


즉, 각 작품들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해당 희곡의 영향을 받아 등장인물들이 하나 둘 미쳐가고, 그로인해 파멸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대체 '노란 옷의 왕'이라는 희곡의 정체는 무엇이며, 희곡 속 등장하는 '노란 옷의 왕'이라는 인물은 누구인지,

그는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인지, 아니면 그저 희곡 속 가공의 인물일 뿐인지. 끝내 무엇하나 언급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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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불의 왕)


다만 작중 '노란 옷의 왕'이 불러일으키는 광기는, 경위가 무엇이 되었든 매우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며

마치 질병처럼 인물들 사이에서 전염되어간다.


인물은 최후, '노란 옷의 왕'이 있는 희곡 속 세계와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며, 마치 그가 거기에 있는 듯 행동하곤 한다.



단편 중 하나인 <명예회복 해결사>에서는, '노란 옷의 왕'을 읽고 미쳐버린 한 남성이 등장하는데,

그는 스스로가 노란 옷의 왕의 수하(혹은 자신)이라고 믿고 스스로가 세계의 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초자연적인 존재인 '노란 옷의 왕'을 접하고 광기에 빠져 스스로 노란 옷의 왕의 화신으로서 왕을 자처하는 모습은,

본작 속 미친 불을 접하고 최후 미친 불의 화신으로서 미친 불의 왕이 된 주인공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3.세 손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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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본작의 '미친 불'의 표식은 또한 세 방향으로 뻗어나간 거대한 기둥과, 중앙의 파인 부분에 난 눈으로 그려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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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미친 불의 전령(혹은 본인)인 세 손가락으로 형상화되고 있는데,


이 또한 <노란 옷의 왕>에 언급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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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색의 왕의 표식, 노란 표식(Yellow Sign)과도 연결점이 있겠다.



4. 하이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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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 하이타)


이러한 <노란 옷의 왕> 관련 연작은, 상술하였다시피 훗날 러브크래프트에 의해 크툴루 신화에 편입된다.

크툴루 신화에서는 이를 편입하여 '하스터'라는 이름의 외부신을 만들어냈고,

'노란 옷의 왕'은 그가 지상에 강림한 여러 화신들 중 하나라는 설정이 덧붙여졌다. (하스터 = 노란 옷의 왕)


여기서 하스터라는 이름은 그보다 앞서서 <목동 하이타>라는 소설에서 등장하는데,


하스터는 목동들의 수호신이며, 또한 모든 유랑자, 방랑자들의 신으로 언급되고 있다.



본작에서 하이타는 마찬가지로 미친 불의 무녀로 등장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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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미친 불을 믿는 것으로 알려진 방랑상인 민족이 등장하고 있다.



5.


<노란 옷의 왕>은, 빠른 속도로 극중 인물들을 잠식해나가는 초자연적인 광기를 다루고 있는 작품들이다.


그러나 '노란 옷의 왕'이 실재하든 아니든, 작품 속에서 이는 크게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다.

그와는 상관없이 이로 인해 사람들 사이에 전염되는 초자연적인 광기야말로, 곧 노란 옷의 왕의 존재나 다름없다는 식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미친 불' 자체를 옮기며 광기를 전염시키는 엘든 링에서의 입지와도 비슷하다 할 수 있겠다.


엘든 링에서 '미친 불'은 샤브리리와 세 손가락이 주는 인상처럼, '지성을 가진 신'과

만물을 불태우는 파괴의 상징 '개념적인 신' 두 가지 이미지를 모두 갖고 있다.

그것이 미친 불의 존재를 굉장히 불가해하고 난해한 무엇으로 느껴지게 만드는 데에 도움을 주었는데,

이에는 <노란 옷의 왕>의 신비주의 컨셉이 큰 영감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