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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트 병.

불사자들의 보물이자, 정신력을 회복시켜주는 귀중한 물건이다.

투명한 유리병 안에서 밝은 빛을 내는 에스트는 보기에도 좋지만 맛도 훌륭하다.
또한 한때 불사자들 사이에선 에스트 아이스크림, 탄산 에스트 등이 유행했다고도 하지만, 역시 가장 맛있는 건 화톳불에서 방금 막 새로 담겨진 에스트겠지.

여기 우리들의 짊, 저주를 짊어진 자가 있다.
그는 정말로 에스트를 사랑하는 자였으며, 에스트를 제대로 음미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불사자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는 지금 위급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눈 앞의 투명한 적에게 어그로가 끌려 힘을 쓰지 못하고 당하기만 했고, 황급히 달려온 백령이 그 투명한 생물체를 자신에게 집중시킨 것 같긴 했지만, 그의 몸은 치명상을 입어 스러지기 직전이었기 때문이다.

그 상황에서 짊은 에스트를 꺼냈고, 위급한 상황이었지만 에스트를 음미하는 것을 참을 수 없던 짊은 천천히 에스트 병의 뚜껑을 열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저 앞에서 싸우고 있는 다른 불사자들을 위한 기도를 한다.

기도가 끝났다면, 병을 천천히 열고 살짝식 풍겨오는 에스트 특유의 향을 음미하기 시작한다.
'아. 달콤하고 살짝 쌉쌀한 이 향기. 이 향기는 진정 불사자들에게 어울리는 향기겠지.'

이런 생각을 하며, 가장 첫 모금을 입에 머금었다.
'달콤한 향기보다 더욱 달콤한 이 맛, 살짝 쓰기도 한 것이 마치 봄날의 첫사랑 같구나.'

언제나처럼 짦은 감상을 남기고, 입에 머금은 한 모금을 최대한 느끼기 위해 혀도 한번 굴려 본다. 달콤한 맛이 미각 세포 하나하나에 전해진다.

이제 아쉽지만 첫 모금을 보내줄 때가 되었다. 이 때가 되면 언제나 슬프지만 언제까지나 입에 머금고 있기만은 할 수 없는 노릇. 아쉬움에 한번 더 향을 느껴 본다.

그리고 삼킨다. 달콤한 향이 목젖을 타고, 식도를 타고 흘러내려 위산과 섞인다. 이 목넘김은 언제나 부드럽다. 솜털을 삼키는 것이 이것과 비슷한 느낌일까? 같은 잡다한 생각을 하며 두 모금, 세 모금 반복한다.

이제 더 마실 필요는 없다. 체력이 끝까지 차올랐고, 이제 동료들을 도우러 가야 한다.
하지만 짊은 에스트를 마지막 순간까지 느낄 줄 아는 상냥한 남자였다. 입 안에 아직 퍼져 있는 에스트의 달콤한 잔향. 이를 혀끝으로 하나하나 느끼며 잠시 행복한 상상에 빠져 있는다.

이제 뚜껑도 제대로 닫고 남은 병은 가방에 고이 모셔둔다. 원래라면 분리수거를 해야 하지만, 이 곳은 쓰레기통이 없기에 분리수거를 할 수 없다. 그러니 가방에 넣어두고 나중에 메듀라에서 버리자.

이제 전투에 복귀할 시간이다. 백령들을 부르며 앞을 보니, 아무도 없다. 이미 적을 죽이고 자신들의 세계로 돌아갔나? 하는 생각도 해보지만, 그들이 돌아갔다면 인사라도 하고 돌아가지 않았을까?

그때 갑자기 투명아바가 나타나서 짊을 찢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