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보고 글 쓴다 ㅇㅇ
0. 진입 장벽에 대한 개인적인 경험나는 소울류 게임을 이번 엘든 링을 통해 처음 접했다. 이 게임을 처음 실행한 후 적응하는데 15시간 정도가 필요했다. 그 과정에서 할로우 나이트를 한 사람들이 왜 길 찾기가 어렵다고 화내는지 이해했다. 게이머가 길을 잃고 헤매는 이유는 어떤 게임의 디자인이 별로거나 게이머의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나는 플랫포밍에 익숙했기 때문에 할로우 나이트에서 길을 찾는 것에서 힘들지 않았다. 그러나 소울류의 플레이는 익숙하지 않아서 어디로 갈지 걱정이었다.
초반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 경험을 통해 느낀 점이 있다면 게임의 가치를 판단할 때 자신이 게임에 충분히 익숙한가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실력 부족을 게임 디자인의 미숙함으로 판단하게 되는 일은 피해야 한다. 할로우 나이트의 평가를 보면 길 찾기가 힘들어 게임이 재미없었다는 평가가 많다. 그렇다고 게임의 가치가 떨어지지는 않는다.
오픈월드는 실험적인 게임 형식이다. 레벨을 명시적으로 구분해두고 진행되던 게임들과 달리 ‘심리스’ 방식을 추구하여 거대한 맵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레벨의 분리를 약화한다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점들을 만들 수 있음에도 모험하는 느낌이라는 심리스 오픈월드의 장점은 강력하다.
오픈월드의 혁신으로 평가받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에서는 레벨 스케일링을 통해 지역 사이의 권력을 없애고 동등하게 만들었다. 또한 시커 스톤을 통해 맵과 상호작용하는 플레이가 중점이 된다. 화학 엔진도 맵과 상호작용하는 요소 중 하나다. 맵을 돌아다니기 편리하게 해주는 패러세일이나 영걸의 기술 그리고 등반 기능도 있다. 그렇기에 몹 설계보다는 맵 설계에 중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야생의 숨결에서 몹은 그저 맵의 부품이다. 그래서 보코블린 색깔 놀이를 해도 치명적인 단점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
엘든 링은 레벨 스케일링이 없다. 몹들도 지역마다 다양하게 존재한다. 맵보다는 몹과의 전투가 중심이 되는 게임이기 때문이다. 엘든 링은 젤다의 전설과 반대로 맵이 몹의 존재를 지지하는 부품이 된다. 맵의 구성을 봐도 육지가 대부분인 야생의 숨결과 달리 바다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정한 지역에 있는 몹들을 중심으로 플레이가 진행되기 때문에 육지가 과하게 넓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게임의 장르가 오픈월드가 됨에 따라 전투 방식이 다양해졌다. 무기의 종류와 마법 그리고 전회의 조합으로 그 가능성이 꽤 커진다. 또한 영체를 이용하는 방법도 생겼다. 다양한 방식이 있으나 그중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몇 빌드가 있다. 이건 후에 더 말하겠다. 그리고 여러 상태 이상과 그와 상호작용하는 여러 아이템이 있다.
2. 도전 심리
레벨 스케일링을 하지 않으면 게이머는 적합 레벨보다 더 어려운 지역에서 고생하게 된다. 이 점이 엘든 링에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이유는 소울 시리즈의 특성에 있다. 게이머들은 영체와 조력자라는 쉬운 방법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낭만 근접’으로 어렵게 게임을 한다. 또한 굳이 어려운 지역을 먼저 탐험하기도 한다. 이러한 도전 심리는 엘든 링이 오픈월드여도 되는 이유를 제공한다. 레벨에 맞게 진행할 거면 선형적인 디자인을 해도 됐다. 엘든 링이 오픈월드를 통해 구현하고자 했던 자유는 도전의 자유이다.
물론 도전의 자유라는 것은 도전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된다. 초반에 등장하는 멀기트는 어려운 엇박 패턴과 큰 데미지로 인해 환불의 흉조라는 별명이 붙었다. 이를 클리어하기 위해 굳이 어려운 방법을 쓰지 않고 레벨을 높인 후 조력자와 영체를 써서 진행해도 된다. 중요한 점은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3. 자유인가 방종인가?
도전의 자유라는 말로 설명했지만, 이것은 그저 디자인의 미숙함일 수도 있다. 엘든 링은 RPG게임으로 플레이어의 발전이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레벨 스텟도 다양하고 점진적으로 형성되어 모든 경우의 수를 세는 것은 의미가 없다. 그러나 그 경우의 수에는 개성보다는 최적해가 존재한다. 그 빌드의 존재를 도전의 자유를 위한 의도라고 봐야 할지 디자인상의 미숙함으로 봐야 할지는 의문이다. 의도와는 상관없이 플레이어들이 그것을 도전의 자유라고 받아들이면 즐길 수 있는 컨텐츠가 되기에 결과론적으로 보면 문제는 아니다.
컨텐츠를 완전히 완료하지 않아도 되는 엘든 링이 완결성 있는 게임은 아니지만, 그 특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미완성된 퀘스트들이다. 오픈월드 게임의 특성상 파편화된 진행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런 진행들 중 몇 퀘스트가 미완성이기까지 하다면 게임의 밀도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게 된다. 관심을 가지지 않고 게임을 하다 보면 엔딩을 보기 위해 공략을 보면서 몰아서 퀘스트를 진행하게 될 수도 있다.
4. 포스트모더니즘의 비판점을 공유하는 오픈월드 형식
다원성이라는 공통의 특징이 있는 만큼 오픈월드라는 형식은 포스트모더니즘과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오픈월드는 일정한 방향으로 레벨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을 부정하고 플레이 방식의 다양성을 추구한다. 어떤 시각에서는 엄격한 기준에 대해 무책임하게 손을 놓아버린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 어떤 시각에서는 다원성을 추구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다양성 중 어떤 빌드는 다른 것보다 더 성능이 높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다원적 관점에서는 낭만 근접이 옳은 것이 아니고 영체와 마법을 쓰는 것이 잘못된 것도 아니다. 이때 포스트모더니즘의 비판점과 마찬가지로 가치판단의 문제에서 취약점이 드러난다. ‘영체와 마법으로 플레이했으면 그 플레이 경험은 충분한 가치가 있었을까?’라고 질문했을 때 다원적인 태도를 고수하면 대답하기 힘들어진다.
보스 패턴의 복잡성을 충분히 경험하는 것을 이 게임의 가치라고 한다면 위 플레이 방식은 가치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나는 완전히 무책임한 태도 대신 이 기준에 가치를 두고 싶다. 그리고 그 가치에 접근하는 플레이어의 도전 정신을 엘든 링의 자유의 근원이자 재미의 원리라고 말하고 싶다.
엘든 링이 전투를 중심으로 구성된 게임이라는 점 그리고 게임의 오픈월드로서의 특징에 대해 살펴보았다. 이 게임의 구성 방식을 보면 플레이어의 성장 방향을 밀도있게 설계했다기보단 다양한 가능성을 만들어두고 보스 난이도를 높여서 어거지로 해결해놓은 형태로 보인다. 아니면 그저 다원적인 것을 존중하는 게임의 설계일 수도 있다. 그 해석에 무관하게 재밌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걸 도전 가능성으로 받아들이는 플레이어들의 태도와 소울류 전투 시스템 고유의 재미 덕분이다. 마치 포켓몬이 퀄리티가 계속해서 떨어져도 전투 시스템 하나 덕분에 재밌게 느껴지는 것과 비슷하다. 그러나 엘든 링은 포켓몬의 경우보다 나머지 요소들이 더 조화롭게 작용한다. 만약 빌드 간의 성능차를 게이머가 도전의 자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 게임이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을 것이다.
영체와 마법과 사기무기를 써서 깨는게 경험의 질이 낮아진다고 할 수는 없어도 개발자가 의도한 경험과는 거리가 비교적 먼건 맞는것 같음. 그렇다고 엘든링의 자유도를 고려하면 개발자가 의도한 경험 그대로 체험하기 쉬운 게임이 아니고 플레이어가 겪을 수 있는 경험이 너무 다양하니까 그냥 프롬도 그 쪽을 널널히 잡은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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