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미쳤어요?”


 방금 아이를 낳았건만, 마리카의 목소리는 여전히 신의 위엄을 담아냈다. 고드프리는 강보에 싸여 자신의 품에 안긴 세 아이를 내려다보며 침울하게 말했다.


“하지만 여보, 흉조잖소. 이 뿔을 보시오. 황금의 여왕이 흉조를 낳았다고 하면 무슨 반응을 보이겠소?”

“하지만, 고드프리!”


 장남은 무사히 태어났다. 마리카의 아이답게 벌써 찬란한 금발을 인 채, 산파의 품에 안기자마자 우렁차게 울었다. 하지만 다른 두 아이는, 도가니의 흔적을 타고 태어났다. 온몸에 뿔이 나는 가장 끔찍한 저주, 흉조였다.


“당신이 할 수 없다면 내가... 버리고 오겠소. 아니, 당신은 여기서 몸을 돌보시오. 산파는 내가 죽이고 두 아이도 알아서 처리하겠소.”


 물론, 고드프리라고 마음이 편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토록 사랑하는 아내의 아이인데, 자신의 손으로 죽음과 같은 일을 행해야 한다니, 그는 차라리 갑자기 이 아이들에게서 뿔이 툭 떨어지고 금발이 자라나길 바랐다.


“다녀오겠소. 마리카-”


 고드프리는 멈추고 말았다. 막상 갓 태어난 아이를 버리자니 감정이 복잡하고, 수고해준 산파를 죽인다니 또 머리가 복잡해지는 까닦이었다. 하지만 그가 멈춘 진짜 이유는 마리카가 황금률의 힘으로 문을 틀어막았기 때문이다. 찬란한 성률은 한 발이라도 내딛으면 그를 불태워버릴 것만 같았다.


“고드프리.”

“이러지 마시오, 부인.”

“모르고트와 모그. 먼저 태어난 아이에게 모르고트라는 이름을 주고, 늦게 태어난 아이에게 모그라는 이름을 줘요.”


 그 선언의 의미는 자명했다. 이 아이들을 키우겠다. 고드프리는 한숨을 푹 내쉬고, 괜히 아이들의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어 보고, 그제야 세 아이를 마리카에게 안겨주었다. 아직 귀여운 얼굴을 보자 마리카는 피로 속에서도 환히 웃으며 말했다.


“장남 고드윈. 둘째 모르고트. 막내 모그.”


 아이들은 작은 손을 꼼지락거리며 어머니에게 팔을 뻗었다. 마리카는 아이들을 한달음에 껴안고 잠시 떠났던 산파를 불러들였다. 산파는 아이들을 조심스레 씻기고 금색 천을 덧댄 침대 위에 누였다.


 시간이 지났다.


 고드윈의 존재는 환영받았다. 하지만 흉조 쌍둥이는 시민들의 분노를 샀다. 물론 마리카는 능력 있는 자는 마땅히 등용되어야 한다는 논조의 연설로 분노를 잠재웠다. 그러나 로데일의 시민들은 선민의식이라도 있는 것일까, 뒤에서는 은근히 저 흉조들을 척살해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아직 남은 고룡들과의 전쟁에서 고드윈이 포르삭스를 거꾸러트리고, 오히려 친분을 맺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그 배척은 더욱 심해졌다. 게다가 어머니 마리카가 아버지 고드프리가 일족과 함께 추방당하고, 라다곤을 국서로 들이기까지 하여 흉조의 쌍둥이는 입지가 점점 좁아졌다.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 태자 선발이 다가왔다.


“위대하신 황금률과 나 영원의 여왕 마리카의 이름으로, 로데일의 첫 번째 태자 선발의 시작을 알리노라!”


 태자 후보는 사실상 둘이었다. 모그는 일찍이 왕의 자리를 포기하고 형을 전력으로 도왔다. 그러니 고드윈과 모르고트가 경쟁하는 구조였으나, 실은 이미 결판이 난 승부였다. 대관식 이전에 후보는 각각 ‘로데일을 올바르게 통치할 방법’을 정리하여 제출했다. 그리고 마리카가 국서와 함께 각각의 내용을 심사하여 당일 새 태자를 공포하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누구의 편을 들지는, 너무도 자명했다.


“먼저 장남 고드윈부터. 그대의 요지는 황금률의 규율에 맞게 로데일을 다스리되, 모든 사상을 배척하지 않아야 한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그 판단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고드윈은 막힘없이 대답했다.


“위대하신 황금률의 이름으로, 그 기준은 수정의 여지라고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처음 고룡 신앙을 도읍에 들일 때, 적지 않은 반발이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고룡 신앙의 기도는 현재 기사들의 가장 주요한 기술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그토록 적대하던 고룡도 결국 황금률의 일부가 될 수 있었습니다.”


 마리카는 대답이 만족스러웠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다음 차례였던 모르고트는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었다. 어떻게 썼는지도 갑자기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분명 사랑에 관하여 무어라 언급한 것 같은데, 이젠 그저 머리가 백지였다. 하지만 마리카는 공명정대한 여신답게 모르고트의 이름을 불렀다.


“차남 모르고트여. 그대는 애민 정신을 주장하며 황금률의 법칙에 맞게 합리적인 정책을 통한 질서 있는 통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모르고트는 당혹을 최대한 숨기며 답했다.


“예, 폐하. 무엇입니까?”

“그대는 주장문의 말단에 사랑받았기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사랑하는 것이라고 썼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무엇인가?”


 내가 그런 걸 썼나? 생각해 보니 그랬다. 흉조로 태어나 시민들에게 배척받고 지금 이 순간까지도 경멸의 눈초리를 받지만, 그는 그저 황금률을, 로데일을, 그리고 백성들마저도 사랑했다. 그는 그 순간 자신이 마치 왕이 된 양 생각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 오만은 필시 자신의 주장문에도 고스란히 드러났으리라. 그는 낭패라고 생각하며 말했다.


“저는, 흉조를 안고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첫마디를 열자 이상하게 힘이 돋았다. 그는 말하고 싶었다. 자신이 얼마나 이 도시를 아끼는지, 왕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이 하고 싶은지.


 그래서 그는 그렇게 했다.


“그래서 저는 아마, 여러분께 혐오를 받았습니다. 지금도 여러분이 저를 고까운 시선으로 보고 계심을 압니다. 하지만 여러분, 저는 이 자리를 빌어 위대하신 황금률께, 동시에 여러분께 말씀드리려 합니다.”


 그는 보지 못했지만, 옆에서 동생 모그가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다만 그것은 음모의 미소보다는 어린아이가 자신의 장난이 제대로 먹혀들 때 느끼는 기쁨 같았다.


“저는 황금률을, 도읍 로데일을, 여러분을, 이 땅을 사랑합니다. 제가 황금 나무를 보고 있을 때면 제 마음은 형용할 수 없는 기쁨에 가득 차곤 합니다. 물론 저는 흉조입니다. 저도 압니다. 여러분이 저를 사랑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저는, 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여러분을 사랑하며, 진정으로 여러분을 위한 통치를 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렇게 모르고트는 말을 맺었다. 목이 불타는 듯하여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숙이고만 있었다. 마리카는 다음으로 모그를 지명했으나, 한마디만 하고 넘어갔다.


“모든 아름다운 것들에 대한 숭배를... 됐다. 이제 다음 태자가 될 자를 정하겠노라.”


 마리카는 곁의 신하에게서 봉서를 받아들었다. 그녀는 기도로 황금 밀랍의 봉인을 뜯고 봉서를 펼쳤다. 그녀는 여전히 위엄 넘치는 진중한 표정으로 외쳤다.


“이제 선언하노라. 위대하신 황금률의 이름 아래 로데일과 틈새의 땅을 다스릴 자, 마땅히 칭송을 받을 자, 세 번째 엘데의 왕이 될 자.”


 그리고 기적은 없었다.


“장남 고드윈! 나와서 태자관을 받아라.”


 실망은 익숙하나 고대하던 실망은 다른 이야기다. 모르고트는 눈물을 참았지만 눈앞의 하얀 바닥에 회색 점이 생겼다. 그때 그는 사랑받지 않아도 사랑하는 이답게 주변을 살폈다. 백성들은 기뻐했다. 모두가 환희에 불탔다. 그런데 모그는 웃고 있었다.


 그때 고드윈이 관을 받자 말했다.


“여러분, 제가 고백할 수 있겠는가.”


 모그의 입꼬리가 더욱 올라갔다. 모르고트는 혹시 모그가 저 왕관에 이상한 폭발 기도라도 심어놓았나 싶었다. 고문헌을 파헤치던 모그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에. 그 순간 모르고트는 불안을 느꼈다. 모그는 안 그래도 흉조를 불행으로 느끼긴커녕 축복으로 여겼다. 그런 모그가 누구를 가장 시기하겠는가.


 고드윈이다.


“저는 사실-”

“형님! 위험합니다!”


 모르고트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햇빛에 반짝이는 황금의 왕관이 곧 격렬한 폭발과 함께 파열할 것처럼 보였다. 그는 고드윈을 밀치고, 차라리 자신이 대신 죽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그는 항상 그랬다.


 그리고 주마등은 없었다.


“형님...?”


 고드윈이 그에게 관을 내밀고 있었다. 입가엔 기쁨을 머금은 채, 그를 향해 환하게 웃으면서. 고드윈은 그 행동만으로 모르고트를 제지하고 말을 이었다.


“저는 사실, 모르고트의 주장을 훔쳤습니다. 제 동생이 로데일의 서관에서 밤새 문헌을 뒤지느라 잠든 사이, 저는 그의 주장문을 몰래 베끼고 원본은 불태워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는 짧은 시간 안에 새 주장문을 쓰느라 미흡했을 것입니다. 그러니 이 관은 제 것이 아닙니다.”


 상황이 이해되질 않았다. 혹시 흉조를 상대로 마지막으로 모욕을 주고 아예 도읍에서 쫓아버릴 생각인가? 하지만 고드윈은 아예 모르고트의 손을 들어 그 위에 태자관을 놓고 나직하게 말했다.


“받아라, 동생아. 네 것이다.”


 거짓말이라기엔 너무도 현실적이었고, 현실이라기엔 너무도 몽상같았다. 그때 여왕이 옥좌에서 내려와 모르고트의 손에 놓여있던 관을 들어 그의 머리에 얹어주었다. 뿔 때문에 평형이 조금 흐트러졌지만 태자를 상징하는 황금 관은 찬란하게 빛났다.


 마리카가 그 정점을 찍었다.


“고드윈은 자신이 큰 죄를 범했음을 고백하였다. 이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따라서 나는 그를 용서하겠다. 하지만 그의 죄는 지나치게 크기에, 그는 태자가 될 수 없다. 지금 이 순간, 영원한 여왕 마리카가 선언하노라. 다음 대의 왕이 될 자, 로데일의 태자는 차남 모르고트이다.”


 그리고 그녀는 아들의 손목을 잡고 단 위로 이끌었다. 그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모두보다 세 뼘쯤 높은 곳에 섰다. 그리 높은 곳은 아니었지만 그는 그제야 자신이 태자가 되었음을 실감했다.


“축하한다, 아들아. 부디 훌륭한 통치를 보여다오.”


 모르고트가 감격에 겨워 무어라 감상을 말하지도 못할 때, 하늘에서 붉은 벼락이 쳤다. 시민들은 그것이 흉조를 지탄하기 위한 하늘의 뜻이라고, 곧 무기라도 들 것처럼 흉흉해졌다. 그들의 기세는 그 실체가 나타나자 조용해졌다.


“고드윈. 태자가 된 것을 축하... 뭐냐. 네가 아니야?”


 구름 위로 나타난 황금색 비늘. 고드윈이 패퇴시키고 벗으로 삼은 용 포르삭스였다.


“포르삭스. 미안하지만 태자는 내가 아니야. 내 동생이지.”

“그렇냐?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거기 태자 되는 자여.”


 어마어마한 크기의 목소리에 사람들 모두가 위압감에 짓눌렸다. 모르고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잠시 후에 정신을 차리고 황급히 대답했다.


“예? 예.”

“이름이 무엇이냐.”

“모르고트, 황금의 일족의 모르고트입니다.”

“그래. 좋다.”


 포르삭스가 몸을 완전히 드러냈다. 모르고트는 어쩌면 그 순간 포르삭스가 이제 전설로 남은 용, 그랑삭스보다 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물론 비약이었다. 다만 그 위엄만큼은 절대 굴하지 않았다.


“태자여, 원하는 것을 하나 말하라. 선물로 주겠다.”

“...예?”


 그러나 포르삭스는 결국 위엄 넘치는 말투를 포기해 버렸다.


“그냥 아무거나 선물로 받고 싶은 거 골라봐라. 내 비늘? 아니면 저기 어디야, 누나놈의 뿔? 뭐든 좋다. 원하면 네 적을 절멸시켜주마. 아니면 용왕님의 비늘? 구해줄 수 있다. 용왕님의 비늘로 무기를 벼리면 시간을 뛰어넘어서 존재하는 강력한 무기가 되지.”


 포르삭스가 말한 누나는 란삭스였으나, 모르고트는 그걸 알 리가 없다. 모르고트는 이 천재일우의 기회에 잠시 고심했다. 시민들이 어쩌면 저 흉조가 선물로 자신을 배척하는 자에 대한 몰살을 달라고 부탁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쯤이었다.


“저, 그러면 하나만 약속해주십시오.”

“말해봐라.”

“만약 제가 로데일을 지킬 수 없는 날이 오면, 그때 포르삭스님께서 저 대신 로데일을 지켜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는지, 포르삭스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말을 어기는 성정은 아니었다.


“용왕 플라키두삭스와 나의 이름으로 맹세한다. 그 날이 오면, 나 포르삭스는 내 번개를 도읍 로데일을 위해 쓰겠다.”


 그리고 포르삭스는 사라졌다. 짧게 고별사를 남기고서.


“참, 통치 재밌게 해라.”


 공기를 짓누르던 이상스러운 중력이 사라졌다. 모르고트는 어이를 잃은 채 그저 제자리에 서서 하늘만 바라봤다. 우레 같은 환호와 박수가 들려오자,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시민들이 자신을 축복하고 있었다. 그제야 그는 모두에게 인정받은 것이다.


“이 좋은 날에 왜 울고 있느냐.”

“마음이 너무 복받쳐서 그럽니다, 형님.”

“뭐, 됐다. 나라도 그럴 테니.”


 모르고트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행복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자신의 백성들을 돌아보았다.


“태자 모르고트를 축복하며, 오늘은 로데일 전역에서 연회를 열겠다! 모두 먹고 마시며 축하하라! 이는 여왕 마리카의 명령이다!”


 사람들은 기뻐하며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다. 곧 성찬이 차려지고 모르고트가 마리카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공식적으로는 항상 말단이었던 걸 생각하면 기분이 묘했다. 모그도 순식간에 지위가 올라서 모르고트의 곁에 앉았다.


“기분이 어때요, 형님?”“믿기지 않는구나. 내가... 태자라니.”

“이렇게 된 거 즐깁시다. 맛있는 것도 먹고, 술도 맘껏 마시고.”


 모르고트는 자신의 앞에 차려진 음식조차 조심스레 집었다. 평소 먹던 것과 비교하면 말도 안 되게 고품질이었다. 하지만 맛은 어김없이 찾아왔다. 그야말로 극락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떠한 의심이 떠올랐다.


“모그야.”

“예, 형님. 술 더 드려요?”

“아니... 이것, 네가 획책한 것이냐?”


 모그는 말없이 실실 웃기만 했다. 그때 새로운 데미갓 둘이 자리에 앉았다. 꽤 장신인 적발의 여인과, 금발의 아이였는데 모르고트는 말로만 듣던 미켈라와 말레니아인가 싶었다. 신의 적손답게 참 아름답기도 하다고 느끼며.


 그때 옆에서 모그가 어울리지 않으리만큼 황홀하게 말했다.


“저, 저분은 누구십니까?”

“아, 미켈라 님과 말레니아 님이시다. 두 분 다 몸이 좋지 않아서 성수에서 요양하시다가...”

“미켈라, 미켈라 님...”


 그는 완전히 도취되어버린 모그의 표정을 보고 말을 관뒀다. 미켈라의 외모에 끌렸다가 남자라는 사실을 깨닫고 진실에 무너져버린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모르고트는 다만 그때가 오면 모그에게 좋은 정실을 하나 찾아줘야겠다고 생각하며 음식을 마저 들었다.


 모그가 미켈라에게 춤을 청하고, 곁에 있던 말레니아가 의수도를 뽑아들고, 막 물새 난격을 시전하려는 순간에 측근의 귀부기사가 제지하는 것을 보며, 모르고트는 생에 처음으로 진심으로 웃었다.


 그리고 모르고트는 처음으로 죽은 신이 되었다.


 검은 음모의 밤, 죽음의 룬을 훔친 검은 칼날들은 그 힘으로 태자를 죽였다. 마리카는 슬픔에 미쳐버려 엘든 링을 파괴했고 산산이 흩어진 파편들은 신의 힘을 이어받은 자들에게 힘을, 광기를, 혹은 둘 다를 부여했다.


 파쇄 전쟁의 첫 목표는 로데일이었다. 포르삭스는 고드윈과 함께 모르고트와의 맹세를 지키기 위해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모그가 고문헌에 기록되어있던 피의 힘을 얻은 후 참전하고 나서야 그들은 로데일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도 남아있었다.


 반으로 갈라진 죽음. 영혼만 죽은 모르고트의 죽음을 바로잡기 위해 미켈라는 성수에서 의식을 준비했다. 의식을 위해선 일식이 필요했지만 라단이 별의 운명을 묶었다. 말레니아는 라단과 치열하게 싸웠으나, 결국 둘 다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 케일리드는 생명이 살 수 없는 땅이 되었다. 기절한 말레니아를 수습한, 다름 아닌 모그를 죽이려던 그녀를 막은 귀부기사 핀레이가 그녀를 성수로 운반했다. 그러나 문제는 다른 국면을 맞았다.


 모그는 형체 없는 어머니 신앙에 푹 빠졌다. 틈새의 땅의 모든 생명 있는 존재의 근원인 그것은, 분명 모르고트를 살려낼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그는 피의 광기에 빠져 또 다른 생명의 힘을 지닌 데미갓, 미켈라를 납치하여 어딘가로 사라졌다. 이 모든 일이 말레니아가 라단과 필사적으로 싸우던 사이에 벌어졌다.


 그렇게 틈새의 땅은 대파멸을 맞았다.


 그리고 한 빛바랜 자가 알터 고원에 도착했다. 때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빛바랜 자는 알터 고원을 보고 첫 감상을 발했다.


“저기 뭐가 날라오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빛바랜 자를 막기 위해 나선 포르삭스, 그리고 그 위에 탄 고드윈이었다. 그렇게 빛바랜 자는 알터 고원 초입부터 포르삭스와 고드윈의 협공을 맞고 산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