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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남에서 펼쳐지는 사냥꾼과 야수들의 피의 향연. 하지만 난 아직 피에 취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피에 취한 자들을 사냥할 만큼의 용기도 지략도 없었다.


그나마 있는 거라곤 야수가 다가올때 멍청하게 얼어붙지 않고 재빨리 도망갈 정도의 잔꾀 뿐. 고양이의 소리만 들어도 부리나케 도망가는 생쥐꼴이었지만 지금까지 살아남았으니 생쥐가 되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지도 모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나의 냄새를 맡은 듯 서서히 다가오는 야수 무리들을 뿌리치고 이 예배당 안에서 숨을 돌리고 있다. 입구에는 일단 아무도 없는 듯 했다. 하긴, 이런 사태에 교단이 뭘 할 수 있겠는가? 아무리 기도를 한들, 어떤 신의 기적이 이 상황을 타계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좀더 안으로 들어갔다. 일단 여기서 좀 있다가 숨을 돌려야겠어.


콰직


그 소리에 난 무심코 소리가 난 곳을 향했고, 곧바로 얼어붙어버렸다.


야수다.


야수가 방금 죽인 듯한 사냥꾼의 시체를 뜯어먹고 있었다. 늑대...인 듯 했다. 보통은 야수병에 걸리면 다들 늑대가 되었다. 보통은 저렇게 사람보다 훨씬 커지지도 않고, 이상한 사슴뿔이 달려있지도 않았지만. 그 커다란 입에 겹겹이 달린 이빨은 사람의 뼈 쯤은 간단하게 씹어먹을 수 있는 듯 했다. 계속해서 뭔가 부서지고 잘게 바스라지는 소리가 났다.


눈처럼 새하얀 털에, 그토록 새빨간 피라니. 그리고 늑대의 몸에 주렁주렁 달린 붕대와 성스러운 경구가 적힌 경전들과 핏빛으로 반짝이는 보석들. 내가 그 장소에 직접 있지만 않았어도 이 기괴한 경건함에 감탄했을 것이다. 야수가 됬어도 그 본래의 고귀함과 성스러움까지 완전히 잊혀지지 않은 듯 했다. 아니, 오히려 커다란 늑대의 모습이 저 자의 숨겨져 있던 힘과 권능을 더욱더 돋보이게 해주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 강대한 존재는 나를 눈치챈 듯 내가 숨어있는 기다란 의자를 향해 머리를 돌렸다. 눈 부분은 피눈물이 흐른듯 붉게 젖어 있었고, 짙은 갈색의 천으로 둘러져 있었지만 코를 킁킁거리는 모습이나 내 쪽을 계속해서 응시하는 모습이 시야는 전혀 상관없다는 낌새였다.


아마 난 그때 도망쳐야 했을지도 모른다. 아직은 그 커다란 야수가 확신하지 않은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왜 난 움직이지 않았을까?


정말 바보같은 일이지만, 아주 엉뚱한 것에 정신이 팔렸다.


분명 야수일 터인데, 그 붕대와 천으로 가려진 가슴팍이 어느정도 솟아올라 있었다. 


하, 생명이 위험한 마중에 야수의 가슴에 정신이 팔리다니. 아마 그 야수도 숨어서 지켜보는 쥐새끼의 시선이 어디를 향하는지 그 초자연적인 감으로 알아차렸던 것 같다.


눈 깜빡할 새에 내 앞에 있던 의자는 산산조각이 나 그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만큼 조각조각 찢어져 나뒹굴고 있었고, 야수의 핏빛 눈은 나를 분명히 바라보고 있었다.


야수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동물이라곤 지금까지 길러본 적이 없었지만 기분이 나쁘다는 건 알아들을 수 있었다.


거의 내 몸만큼이나 거대한 손-아니 앞발이라고 해야 하나-을 나를 향해 움직였을때는 그냥 눈을 질끔 감아버렸다.


아직 내가 온전한 상태로 있다는 걸 알자, 난 소용 없으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빌었다. 웃긴 말이지만, 그 야수에게 제발 살려달라고 애걸복걸 했다는 말이다. 뭐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제발 내 목숨만큼은 살려달라고 빌었다.


'그래... 뭐든지 하겠다고?'


낮고 굵은, 마치 늑대가 위협하는 듯한 소리였지만, 분명 그 야수는 인간의 말을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를 만족시켜라.'


내가 뭐라고 말하기도 전에, 야수의 손이 나를 그것의 가슴팍에 놓았다. 굉장히...따뜻했다. 그렇게 커다란 몸을 유지시키기 위해 규칙적으로 쿵쿵 뛰는 심장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으니 오금이 지린듯이 마비된 몸이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고 움직이는 것 같았다. 손으로 털을 어루만지니 마치 커다란 개를 만지는 것 같았다. 부드럽고, 포근하고... 그 품에 안겨 있으니 마치 어릴 적 엄마의 품에 안겨 잠을 자던 때가 생각났다.


'뭐하나? 나를 만족시키지 않고.'


곧바로 난 우물쭈물하며 야수의 배, 그리고 좀더 밑으로 내려갔고...


인간이 알아서는 안 될 금단의 쾌락에 눈을 뜨고 말았다.




그렇게 그녀와 나 모두 만족할만할 시간을 보내고 난 뒤, 나는 야수 사태가 터진 뒤 처음으로 평안하게 잠들었다. 그 야수의 품 안에서, 악몽도 꾸지 않고.


눈을 비비고 일어나 색색거리며 자고 있는 야수를 봤을 때, 나는 내가 지금까지 겪었던 게 꿈이 아니라는 걸 알고 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녀가 일어나자, 난 말했다. 그녀를 섬기겠다고. 그녀의 이름을 묻자 그녀는 자기가 아멜리아라고 말했다. 아멜리아, 이제 내가 섬겨야 할 여신의 이름.


아홉달 뒤...


아멜리아가 사냥을 하고 난 뒤 그녀의 이빨을 깨끗히 닦고, 그녀를 위한 작은 제단을 만들고 그 곳에서 여신을 향해 기도를 올리고, 그녀의 커다란 몸으로 들어가지 못할 조그만 곳에서 여러가지 물건을 구해오는 나날이 반복됬다.


어느날 그녀가 속이 안좋다고 계속 잠을 자고, 사냥도 나가지 않고 내가 구해온 인간의 음식들만 조금씩 먹을 때, 나는 그녀가 무슨 새로운 병에 걸리지 않았나 걱정했다.


그녀가 마침내 아이를 낳았을 때, 나는 다시금 기쁨의 눈믈을 흘렸다. 아이들은 다 나보단 여신을 닮았지만, 난 이미 그런 건 상관하지 않았다. 이제는 새로운 종이 이 세상 위를 걷는 것도 나쁘진 않으리라. 


아멜리아, 나의 사랑, 나의 여신, 나의 야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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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4chan
번역본 수인 마이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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