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아직도 나를 축복왕이라고 부르던가.
손대면 부서질 것 같은 낡은 의자 따위 왕좌가 아니다.
거절의 가시 앞에 앉아서 허비한 시간이 더욱 길었다.
금빛이 새어나오는 너머에 마리카가 있을 것이다. 한 번도 내 눈으로 본 기억은 없다.
어머니? 글쎄.
다만 오래 전,
지금은 다 문드러지고 조각났을 구속구에 희미하게 쓰여 있었다. 고귀한 자들의 마지막 동정심이었는지 모른다.
첫 왕 고드프리와 여왕 마리카 사이에서 난, 왕가의 흉조 모르고트. 내 이름. 내 정체.
그 하수도에서 글을 아는 자를 찾아 묻기는 어려웠다. 에스거였던가?
우스꽝스러운 후드를 뒤집어쓴 노인네가 어린 우리 형제를 처음 알고 바라보던 경외의 눈빛을 잊지 못한다.
그가 기다려왔다는 추하고도 두려운 진실이 뭐라더라.
엘데를 구할 흉조? 혹은 엘데를 뒤엎을 흉조? 어느 쪽이든.
모그 녀석은 그런 참언에 마음을 빼앗긴 것 같지만 나는 달랐다.
다르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오로지 황금나무를 위해, 도읍을 차지하고 전쟁에서 승리해도 돌아오는 영광은 없었다.
최초의 야심은 오래 가로막힌 채 나날이 뒤틀려 갔다.
정답은 모른다. 흉조로 태어나 버려진 몸에 왜 아무도 돌보지 않을 욕정 따위가 있는가.
아마도 언젠가 정당한 엘데의 왕이 되기 위해서겠지.
있는 그대로의 황금나무, 그 아래 규방에서 기다리는 여신을 깔아눕히고 탐식하기 위해서겠지.
여신 마리카. 논리적으로, 다른 반려가 있겠나.
하긴 예전에 트리샤라든가, 조향사 가운데 흉조를 동정하던 여자들도 있었다.
그러나 자신들의 아래로 보고 구원의 대상으로 동정했을 뿐이다.
반쪽짜리 위선 앞에, 나는 내 진짜 모습을 영영 감추는 쪽을 택했다. 누구도 안식처가 아니다.
차라리 그것들은 독약을 들이키고 흉조를 사냥하는 편이 인간다웠지. 그러다 모순에 미쳐버리라고 해라.
오직 마리카. 부족함 없는 여신 마리카만이 나를 받아들이기 마땅했다.
실제 그렇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받아내게 할 것이다. 그녀가 이렇게 창조했다면 그녀가 책임져야만 했으니까.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여자를 만나본 적은 없지만 어떻게 생겼는지 알고 있다.
온통 축복으로 끼얹어진 황금의 머리칼, 빛나도록 매끈한 살결, 그런 것보다도.
림그레이브에서, 케일리드나 알터 고원에서,
내가 보낸 수하들에게 무수히 쓰러지면서도 다시 일어서는 빛 바랜 자들을 보아왔다.
그들을 지탱하는 것은 자애롭게도 두 팔 벌린 여신상이었다. 하찮은 것들에게조차 축복을 내린 만큼, 누구라도 껴안고 보듬고 북돋울 듯 보였다.
보일 때마다 수거해 왔지만 아직 많이 남았겠지.
분명히 아직 아름다웠다. 자식들에게 모든 추함을 덧씌워 버리고 홀로 영원히 이기적인 여신이었다.
오래 바라보다 그 여체에 빠져든다고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살짝 건드리면 벗겨질 얇은 옷 한겹 아래 터지도록 풍만한 가슴이 무슨 의미냐.
가려지지도 않은 미끈한 등허리로부터 지나치게 굴곡진 하반신을 어째서 보여주나.
갈구해 마땅하다. 그 다음은 다리 벌리는 자태를 상상하라는 뜻이었다.
어머니?
그 호칭이, 지금 아래로 내려가려는 오른손을 멈추기는 늦었습니다. 제기랄.
호흡이 진정되지 않는다.
이 소리, 들리십니까. 지금은 자그마한 쐐기로밖에 뵐 수 없지만 가시 너머에서도 의식은 있으시겠지요.
혹시 벌써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땅의 여신이라면서요?
그렇기에 이 흉조의 끝을 미리 아시고 추악한 저주를 땅 밑에 버리셨는지.
아니면 사랑받지 못한 채 그저 사랑한 자의 말로가 이 꼴일 뿐이었는지.
아, 하,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그러니 내가 그곳으로부터 나올 때보다도 다시 들어갈 때, 더욱 허덕거리며 외치소서.
함께, 마리카,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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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흐아아아악...!"
소리 지르고 정신을 차렸을 때, 늦었다는 사실을 직감했다.
엘데의 왕좌가 온통 저주로 더럽혀진 것은 덜 중요한 문제였다.
그보다는 문 앞에 웬 여삧이 우두커니 와 있는 것이었다.
심지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다 봤다는 듯 어이없는 눈초리로, 이쪽을 바라보며.
왜? 어떻게? 언제부터?
무엇을 감추거나 청소할 겨를도 없이 수치심이 머리끝까지 차올라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대신 검에 붉은 검기가 둘러지는 것을 삧바리들은 모를 것이다.
"왕의 자리를 저주로 더럽히다니! 참을 수 없는 수치!"
"네? 아니 저는 그냥 요앞에 문 열어달라고..."
"용서할 수 없다! 너만은 죽인다, 너만은!"
"끼야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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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어렵네 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대체...
아무튼 최초에 떡밥을 던진 사람이 잘못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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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런 제목을 써가지고 ㅋㅋㅋㅋㅋ
왕의 자리를 저주로 더럽히다니
아무튼 목격자를 다 죽이면 없는 일이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