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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하고는 한 번 할 때마다 생명력을 쪽쪽 빨아가더니."



빛을 잃어버린 휘장의 은총 여러 개가 빛 바랜 자의 손에 들려 흔들거렸다.



"이 거지 같은 곳까지 와서는 죽음의 왕자한테는 공짜로 대준다고?"



자신을 내려다보며 매도하는 빛 바랜 자를 피아는 조용히 바라보았다.


긴 말은 필요없었다.


피아가 일어서더니 양팔을 넓게 벌렸다. 품에 안기라는 듯.


본능처럼 빛 바랜 자는 피아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깃털 베개에 얼굴을 파묻듯 푹신하게 눌린 가슴에서는 좋은 향기가 났다.


조금 습한듯 올라오는 살 냄새. 피아가 언제나 몸에 뿌리고 다니는 향수 냄새.


남자를 흥분시키는 농밀한 여성의 냄새.


빛 바랜 자는 코를 박고 얼굴을 부비며 마음껏 어리광을 부렸다.


잠시 어리광을 부리게 내버려둔 뒤 피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서 화가 나셨나요?"


"......걸레 같은 년이. 처녀도 아닌게 왜 동침의 처녀야."



피아는 대답 대신 빛 바랜 자의 턱을 들어올려 눈을 마주했다.



"저도 '처녀'인 부분이 있답니다?"



흠칫.


그녀의 푸른 눈동자를 바라보던 빛 바랜 자의 눈이 자연스레 아래로 향했다.


그 눈길을 따라 피아가 다른 손으로 자신의 드레스 자락을 넘겼다.


골반 아래 위치한 손바닥 절반만한 천쪼가리.


엉덩이 골 사이로 걸친 끈을 잡아당기며 그녀가 말했다.



"제 엉덩이의 처녀를 받아주시겠어요?"


"...음탕한 년 같으니. 걸레짝으로 만들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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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