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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면서도 입이 썼다. 분명 저자도 빛바랜 자라면 전사의 후예일 터, 그러나 눈앞에 무릎 꿇고 목숨을 구걸하는 자가 전사라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왜 그러는 게냐? 너희 빛바랜 자들은 전사의 후예가 아니었나?" 채찍처럼 질책하는 말과 뒤따르는 폭력. 가볍게 손등으로 후려쳤을 뿐이건만, 상대는 저 멀리 날아가 입에서 부러진 이빨을 뱉어내고 있었다.


"더 할 말은 없는가?" 아직도 땅을 기고 있는 추태라니, 한심하기 짝이 없구나.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니 불쾌한 냄새가 풍겨온다. 어릴 적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오르게 만드는, 퀴퀴한 분뇨의 냄새.


"야심의 불꽃에 눈이 멀어 도전한 결과가 거름으로도 쓰지 못할 오물이라니..." 이런 쓰레기를 상대로 잠시나마 호승심을 가졌다는 사실에 괜한 분노가 차오른다.


"커흨... 꺼헉..." 가까이에서 보니 더 가관이다. 저 스스로 만든 오물 웅덩이에서 익사해가는 모습이라니.


어처구니가 없어 지팡이를 이용해 똑바로 돌려 눕히자 흉하게 뭉개진 얼굴이 눈에 들어온다.축복을 잃고 잿빛으로 변한 눈빛, 부어오른 입술과 깨진 이빨들, 달려있을 자리를 착각한 듯한 코. 그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화가 치밀어 올라 빨리 치워버려야겠다는 생각에 지팡이를 고쳐 쥐고 머리 위로 들어 올리다 잠시 생각이 바뀌어 한번 기회를 주기로 한다.


"죽기 전 남길 말은 없는가?" 아무리 벌레같은 겁쟁이라도 유언정도는 남기도록 해 줘야지.


피떡이 된 입술이 힘겹게 움직여 말을 자아낸다, "살려...주... 뭐든...".


퍼억-


지팡이가 공기를 가르고 바닥에 널부러진 벌레의 배를 짓뭉갠다.


"끄르륽..."


고통에 몸을 뒤트는 꼴이 추하구나.


"네년에게 빠른 죽음이란 자비를 베풀 생각이었다만, 내 잘못 생각하였다." 벌레의 배를 짓뭉개던 지팡이에 힘을 주며 비틀고 다시 말을 이어갔다.


"너 같은 쓰레기가 받기엔 죽음조차 과분하군. 뭐든? 살려주면 뭐든 하겠다라? 전사의 명예도 없이, 부끄러움 마저 모르는거냐?"


불쾌함을 참지 못해 부들거리는 벌레의 팔을 잡고 들어올려 손에 힘을 주자 수수깡이 꺾이는듯한 감촉이 느껴진다. 잔인한 쾌감에 피가 끓어오른다. 반대쪽 팔을 붙잡고 마저 부수려던 차, 무심코 손끝에 닿은 도담한 가슴의 부드러운 촉감과 온기에 끓어오른 피가 더욱 달아오른다.


"그래, 그렇지... 여자를 취한지 좀 오래되었구나. 분명 살려준다면 뭐든 하겠다고?" 싸움으로 발산하지 못하고 억눌린 욕구는 다른 출구를 찾은 모양이다. 옷을 벗기고 보니 몸뚱아리는 꽤나 쓸만하지 않나, 전사가 아닌 암컷의 몸이지만.


"빛바랜 자여, 싸움으로는 날 실망시켰다만... 그 몸뚱이로는 날 만족시킬 수 있길 기도하는게 좋을거다."


지금은 거품을 물고 실신해있다만... 곧 스스로 죽여달라 애원하게 만들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