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계승한다 엔딩은 빼고
계승 끝/찬탈자/망자왕 엔딩 모두가 종말을 너무도 담담하게 선언했음
특히 계승 끝 엔딩이 가장 인상깊었는데
불의 계승은 여지껏 세상을 유지하는 힘, 사실상 세계의 목숨이었음
그런데 불의 종말을 순순히 긍정하고 주인공 자신도 개인적 종말을 맞이함
프붕이의 손에 세상의 운명이 달려 있다면 순수히 자신의 의지만으로 세상을 끝장내고
찾아올지도 불분명한 어둠 뒤의 시대를 바랄 수 있을까?
난 아니라고, 가능하더라도 엄청난 고민이 따를 거라고 봄
그런 점에서 이 엔딩은 니체가 주장하는 삶의 순수한 긍정과 굉장히 비슷함
니체는 항상 도덕, 규범 등의 전통적이고 틀에 박힌 것들을 '신'으로 묶어서 혐오했음
그 유명한 '신은 죽었다.' 또한 전통적 가치관의 파괴를 긍정하는 의미로 봐야함
그리고 이러한 파괴에서, 오로지 자신만의 것으로 형성되는 가치 창조를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았는데
불의 계승의 끝 엔딩에서 주인공은 전통적 가치관, 불을 파괴하여 세상을 끝냄
또한 악으로 치부되던 어둠을 오히려 필연적인 것으로 보며 새로운 시대라는 가치를 창조해냄
멸시되던 것, 흔히 악으로 여겨지는 것, 심지어 자신의 파멸조차 긍정한 결과가 계승의 끝 엔딩임
게일-화가의 서사도 이러한 점에 꽤 부합함
화가는 말함. 그림을 그리겠다고. 그리고 이 그림은 기존의 세상을 불태우고 그 재에서 다시 태어나는 세상임
비록 회화 속의 세계일 뿐이지만 분명 한 세계의 종말이고
차갑고 어두운 그림이란 점에서 소울시리즈의 전통적(최소한 작중의 관점에선) 악에도 부합함
하지만 게일은 소녀를 섬기며 그림에 쓰일 물감을 구하는 것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음
니체는 저서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음. 제때 못 죽는 것도 죄라고
게일은 작중 묘사로는 저 제때 죽은 사람에 부합한다고 봄
검은 물감을 위해 다크 소울마저 탐식하여 선악을 가리지 않는 긍정을 달성했고
마땅히 자신과 세계의 종말을 불사하며 끝까지 자신의 사명을 마쳤고
초인의 모습으로 주인공에게 죽으며 위대한 자살로써 얘기를 끝마침
그리고 화가는, 게일의 유지를 이어받아 아리안델을 끝장내고 새로운 세계를 그릴 거임
그것이 어떤 모습이 될지는 모르지만, 둘 다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했고, 창조했단 점에서
소울시리즈, 특히 똥3은 실존주의나 니체주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고 봄
과몰입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