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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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인가. 블라이드가, 아니었군.”
빛바랜 자가 채 말을 꺼내기 전에 라니가 먼저 고개를 들었다. 기나긴 잠은 끝나고, 차갑게 빛나는 푸른 달을 닮은 눈동자가 모자 아래서 번뜩였다.
“노크론의 비보를 손에 넣었지? 고맙다, 이걸로 모두 모였어. 이번에 훌륭하게 일해준 답례다. 기묘한 물건이라 생각하겠지만, 특이한 너라면 분명 마음에 들어 하겠지.”
라니의 말대로, 빛바랜 자는 뒤집힌 동상을 이리저리 만져보더니 나름 만족한 듯 보관함에 넣었다. 라니는 어딘가 아이 같기도 한 빛바랜 자의 모습에 작게 웃고는 말했다.
“나도 여행을 떠나겠다, 나만의 어두운 길로.”
그리고 라니는 사라졌다. 빛바랜 자는 자리에 서서 라니가 앉아있던 의자를 쳐다보다가 아래로 사라졌다. 그리고 오 분쯤 지났을까, 라니는 다시 나타났다. 보아하니 무언가를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빛바랜 자, 아래층에서 내 여분 망토 좀... 아, 이미 갔나.”
어쩔 수 없이 라니는 직접 인형 몸을 일으켰다. 그때 무언가 발에 챘다. 아까 빛바랜 자가 서원의 동상을 넣다가 무언가를 흘린 모양이었다. 가까이서 보니 그것은 일지였다. 저번에 잃어버린 이후로 끈으로 바지에 묶고, 상하지 말라고 단단하게 가죽 표지와 철 테까지 덧붙였지만 격렬한 전투 끝에는 버티지 못했다.
문득 라니는 호기심이 들어, 일지를 주웠다. 저번에는 블라이드에 대한 빛바랜 자의... 그것을 걱정했지만, 그래도 전쟁 축제를 보면 나름 죽이 잘 맞은 모양이었다. 요즘도 어디를 방랑하고 있다, 무엇을 보냈다는 편지를 보내고는 하고. 임무를 보내도 한결같이 방랑만 하는 건 괘씸하지만.
일지에 제목은 없었다. 빛바랜 자의 서명이 거칠게 파여있을 뿐이었다. 라니는 자리에 앉아 첫 페이지를 펼쳤다. 투박한 글씨체로 케일리드가 얼마나 끔찍한 곳인지 적혀있었다. 굉장히 나쁜 기억이라도 새겨졌는지, 다시는 오지 않겠다는 맹세까지 적혀있었다. 라니는 실소를 흘리고는 계속 읽어나갔다.
신수탑에서 얻은 신 사냥의 검이 얼마나 좋았는지, 적사자성에서 나온 혼종과 도가니가 얼마나 개같았는지, 알터 고원은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등. 서툴게나마 그린 삽화와 함께 빛바랜 자의 일기를 보는 일은, 라니에겐 나름 즐거웠다. 그리고 전쟁 축제가 언급되었다. 강력한 빛바랜 자라도 라단의 무위는 인상적이었나 보다. 자신의 오빠를 칭찬하는 말이 한가득 쓰인 것을 보고 라니는 왠지 모르게 우쭐해졌다.
그리고 이후는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았다.
빛바랜 자가 갑자기 귀찮아져서,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마법의 개입이었다. 하지만 라니가 이런 조악한 마법을 해제하지 못할 리가 없다. 조금 고민한 끝에 종이 위로 다시 활자가 나타났다. 지도였다. 위치는 카리아 성관 근처. 라니는 저곳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진 몰라도, 또 페이지를 넘겼다.
라니는 본문 도입을 보자마자 눈이 커졌다. 그녀는 일지를 뒤집고, 흔들고, 심지어는 없는 마법을 해제하려는 시도까지 하고서야 그 제목을 똑바로 읽을 수 있었다.
‘블라이드 조교 일지.’
남은 분량을 확인한 라니는 다시 기겁했다. 일지가 반 넘게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라니는 황급히 마지막 장을 펼쳐보고 그랭의 이름까지 언급되자 감당할 수 없는 감정에 빠져들었다. 그녀는 여분의 망토를 챙기고 성관으로 향했다.
“블라이드! 어디 있어!”
밤의 리에니에는 유난히 을씨년스러웠다. 라니는 교회의 모든 곳을 다 돌아다니며 블라이드를 수색했지만 그는 흔적조차 없었다. 그러나 마법까지 동원한 끝에 지하실을 하나 찾을 수 있었다.
그곳엔 셀브스의 시체가 있었다.
오래전에 죽은 듯 이미 거의 말라붙은 채였다. 분명 빛바랜 자가 한 짓일 터였다. 라니는 조급한 마음이 되어 주변을 살폈다. 마력이 깃든 인형의 눈으로 숨겨진 방을 하나 찾을 수 있었다. 라니는 곧바로 벽을 발로 찼다. 허상이 무너지며 작은 방이 나타났다.
그리고 블라이드가, 맙소사.
라니는 참으로 간만에 마리카와 황금 나무를 부르짖고 싶어졌다. 그녀는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온갖 신적 존재의 이름이 나왔다. 생전 처음 느끼는 초월적인 공포에 라니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그 순간 있을 리 없는 장애물과 부딪혔다.
빛바랜 자.
“너, 너! 이게 무슨... 무슨...”
그는 빈손이 아니었다. 빛바랜 자는 오른손엔 돌 곤봉을, 왼손엔 동침의 팬츠를 들고 있었다. 라니는 그게 무슨 용도인지 묻기도 싫어졌다. 무엇보다 투구를 벗은 빛바랜 자의 얼굴, 그것은, 정말로.
“라니, 님...”
블라이드가 희미하게 말했다. 아주 잠깐, 라니의 주의가 분산되었다. 빛바랜 자는 그 작은 틈을 놓치지 않고 결정 투척 화살을 라니의 배에 꽂아 넣었다. 라니는 자비의 단검도 아니고, 투척 화살이란 사실에 의아했지만 몸이 굳기 시작하자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과거에 골렘술사가 이것과 유사한
결정 도구를 사용했다고 한다.
라니의 몸도 그러한 골렘과 비슷한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라니는 그대로 어디선가 나온 거인 부수기에 머리를 맞고 쓰러졌다. 그녀가 쓰러지기 직전에 본 것은 흉조였다. 정말로 거대한, 황금 나무에 대한 죄 그 자체인 흉조 말이다.
그랭은 그랭밖에 못해서 강제조교당하는데도 싫다고 못말하고 삧은 이걸 약점삼아서 희롱하는 상상했는데 정상임? - dc App
소재 감사합니노
몰입감 ㅈ되네ㄷㄷ - dc App
씨발 초반엔 순애인척 해놓고 드리프트 꺾지 말라고
그랭은 왜 나온건지 궁금한데 맥거핀이냐? 씨발 이거 나폴리탄 괴담임?
골렘 다루는 결정화살 갖고 있는거 봐서 그랭도 조교한 듯
빛바랜자가 퍼리충이라는거 아님?
히익 - dc App
다 읽으니까 노래 끝나는 거 소름이네
더 쓸거지? 재밌네
마리카 맙소사!
개재밌네 ㅅㅂ
개재밌네 ㅅ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