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불나방이 되려는 어리석은 자여.”

두 손가락의 방에서 손가락 읽는 노파의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자신을 부르는 소리임을 알아챈 빛바랜 자가 의자에서 일어나 노파에게 다가갔다.

이리 가까이 오게나.”

원래도 목소리가 작은 노파가 속삭이며 말하니, 같은 방에 있는 두 손가락마저도 듣지 못할 정도로 작은 목소리였다. 빛바랜 자가 노파의 앞으로 다가가 허리를 숙여 귀를 가까이 댔다.

원탁의 기사 바이크는 거인들의 산령 어딘가에 갇혀있다네.”

노파가 빛바랜 자의 귀에 속삭였다.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뜻밖의 정보에 놀란 빛바랜 자의 목소리가 방안에서 크게 울렸다.

그건 중요한 게 아니야. 그는 숨겨진 봉인감옥에 있다네. 어서 가 봐.”

노파가 가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빛바랜 자는 노파에게 꾸벅 인사하고 거인들의 산령의 축복으로 이동했다. 그는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봉인감옥을 찾기 위해 토렌트를 타고 눈보라를 헤치며 설원 곳곳을 누볐다. 몇 시간이나 쉬지 않고 달렸을까. 한 번도 지친 기색을 보인 적이 없던 토렌트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빛바랜 자는 고삐를 당겨 토렌트를 멈춘 뒤, 안장에서 내려와 그녀에게 로어열매를 먹였다.

너도 지치긴 하는 구나, 미안하다.”

그가 토렌트를 토닥이며 사과했다. 토렌트가 괜찮다고 대답이라도 하듯 푸르릉 소리를 냈다. 빛바랜 자는 토렌트와 앉아서 쉬면서 거인들의 산령 지도를 살폈다.

이제 여기만 남았나.”

그가 지도의 빙결호수를 검지로 톡톡 두드렸다. 냉기를 뿜는 비룡이 산다는 소문이 있어 탐색을 미룬 장소였지만, 이제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짧은 휴식을 마친 빛바랜 자와 토렌트가 다시 길을 나섰다.

이곳인 것 같은데.”

빛바랜 자가 빙결호수 주변 절벽에서 작은 봉인감옥을 발견했다. 그는 토렌트를 반지로 돌려보내고 봉인감옥에 들어섰다. 그곳에 무언가에 눌린 듯이 일그러진 갑옷의 기사가 앉아있었다. 빛바랜 자는 기사에게서 다른 이들과 다른, 무언가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다. 그의 본능이, 눈앞에 있는 자가 미친 불의 힘을 받은 자임을 말하고 있었다.

누구냐.”

오랜 세월 말을 하지 않은 탓일까. 바이크의 목소리가 한껏 잠겨있었다.

당신과 같은 빛바랜 자입니다.”

내가 여기에 있는 건 어떻게 알았지?”

원탁의 노파께서 알려주셨습니다.”

, 손가락 읽는 할멈. 아직도 살아있었나. 나를 왜 찾은 거냐.”

미친 불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하하... 하하하하... 억겁의 세월 동안 미친 불을 증오하는 죄인으로 지냈건만, 이 얼마나 우스운 상황인가... 하하하하하하하...”

쇳소리 나는 음성을 타고 흘러나온 혼잣말에 광기가 서려있었다. 빛바랜 자는 소름이 끼치는 동시에 가슴 한 구석이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알터 고원에서 한 남자가 나에게 알려주었지. 악신의 불로 황금나무를 불태우려면 영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무녀를 희생시켜야하는 빛바랜 자의 운명을.”

그 남자의 이름이 샤브리리였습니까?”

샤브리리. 그 이름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그 개자식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하미라가 그렇게 떠나지 않았을 텐데...”

바이크는 양손으로 투구를 감싸 쥐며 말했다. 슬픔인지, 후회인지, 아니면 분노인지. 누구도 감히 넘겨짚지 못할 정도로 오랫동안 부패한 감정이 떨리는 목소리를 통해 전달되었다.

하미라라는 분이 당신의 무녀...입니까?”

그래... 내가 미친 불을 받아들인 걸 알고는 진정의 교회에서 몇날 며칠 기도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 나는 그것도 모르고 미친 불의 힘에 취해 로데일을 헤집고 다녔지. 그녀가 죽고 나서야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어, 미친 불의 힘으로 엘든 링을 수복하는 게 얼마나 정신 나간 짓인지를. 그래서 스스로를 이곳에 가뒀다.”

“...유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