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부기사들이 모그윈 왕조에 들이닥쳐 모그를 포위했음에도 그는 여유로운 얼굴이었다.
"더러운 흉조놈, 순순히 말해라, 미켈라 님을 어디 숨겼지?"
귀부기사들이 캐물었지만 모그는 그저 손을 든 채 묵비권을 행사했다.
그때쯤 말레니아가 나타났다.
증오에 반쯤 미쳐버린 얼굴의 말레니아가 모그에게 말했다.
"미켈라는 어딨나..."
말레니아는 성큼성큼 모그에게 다가왔다.
"말해!!!"
말레니아의 성난 칼날이 모그에게 닿기 직전에 고치가 찢어졌다.
툭-
미켈라의 작은 팔이 고치 틈으로 떨어졌다.
"쉬잇... 자네가 소란을 피워서 미켈라가 놀랐잖소."
피에 젖은 채 미동도 없는 미켈라의 어렴풋한 모습을 보자 말레니아를 비롯한 기사대 전원 사이에 충격이 퍼졌다.
"걱정 마시오... 미켈라는 아직 무사하니."
모그가 사악하게 낄낄댔다. 그는 천천히 그리고 당당히 팔을 펼치며 말했다.
"이 몸이 무사한 한은 말이야..."
말레니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이 흉조놈..."
모그는 계속 낄낄거렸다. 그 여유의 정체를 알게 된 순간이었다.
"이 호모페도근친말종놈..."
모그가 폭소했다.
"욕하는 건 괜찮지만 그 칼 좀 이제 거둬 주겠소? 이 몸에 생채기가 생기면 미켈라도 똑같이 아파한다오."
말레니아는 부들거리며 칼을 든 팔을 내렸다. 모그는 날카로운 손톱으로 얼굴을 긁으며 말했다.
"미켈라에게 무슨 일이 생겨버리기 전에 자네 잡졸들도 좀 치워줬으면 좋겠구려."
귀부기사들을 두고 한 말이었다.
"전... 전원 돌아가..."
"말레니아 님..."
"이 놈은 미친놈이다. 내가 처리하겠어."
"저희가 어떻게 해보겠..."
"돌아가! 명령이야!"
기사들은 주춤주춤 뒷걸음질 치며 사라졌다.
모그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박수를 쳤다.
"자네의 카리스마는 언제나 부럽소이다. 하하하!"
"닥치고 오라버니를 풀어줘라. 그럼 조용히 돌아가마."
"하하하! 그 협박도 참 고상하군!"
모그는 이제 폭소를 했다.
말레니아는 마음같아서 당장 그를 베어버리고 싶었지만 그가 미켈라에게 무슨 장난을 쳐 놓은지 모르는 상태에서 섣불리 행동할 수 없었다.
미켈라가 납치되었다는 소식에 눈이 뒤집혀 너무 생각없이 깊이 들어가버린 것이다.
"그럼 요구사항을 말해..."
말레니아는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뭘 원하는 거야... 룬? 무기? 땅?"
"아하하하하하하하!"
모그가 겨우 웃음을 진정시키고 말레니아를 그윽히 바라보며 말했다.
"자네의 옷."
"?!"
"자네의 옷이 가지고 싶소. 투구, 의수, 의족 모두."
말레니아의 얼굴이 다시 창백해졌다.
"이 미친..."
"룬 같은 거보다 훨씬 나은 조건이지요? 오라버니의 목숨값으로. "
"..."
말레니아는 순순히 따를 수 밖에 없었다. 상대는 모그다. 피와... 색정의 군주 모그.
몇 분이 지났다.
투구와 의족은 쉽게 벗었지만 그녀는 한참을 망설였다.
"아, 수만의 시체를 쌓은 여자도 수치심이라는 게 있나보군?"
짗궂은 그의 목소리...
"물론 나는 강요할 수 없지. 미켈라를 그냥 두고 돌아가도 좋다면야."
"알았다...! 기다려..."
말레니아는 결국 모든 짐을 내려놓고 말았다. 이것은 나중에 한 노파가 주워가 원탁 기간한정특별세트로 팔리게 된다...
어쨌든 잠시 적막이 흘렀다.
"호오..."
모그는 턱을 만지작거리며 경치를 감상한다.
"모든 틈새의 땅에 알리고 싶을 정도로 훌륭해..."
하나밖에 없는 눈이 깜빡인다.
말레니아의 얼굴은 생전 처음 맛보는 수치심에 빨갛게 달아오른다.
"네놈은 남자에게만 흥분하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
할 수 있는 것은 노려보는 것 뿐.
"흐흐... 예술에 경계는 없다오."
"닥치고 이제 오라버니를 풀어 줘. 시키는 대로 했잖나."
"아! 오 그렇지..."
모그는 미켈라의 고치 옆으로 비껴선다.
피에 흠뻑 젖어있지만, 눈을 감은 채 숨쉬고 있는 미켈라가 보인다.
"좋은 구경에 대한 보답으로, 포로를 풀어주겠소."
말레니아는 처음으로 웃는다.
말레니아는 손을 뻗어 의족을 잡으려 하는데
"단."
"?"
모그가 그녀의 손목을 붙잡는다.
"내게 준 물건을 가져가면 안되지..."
모그는 의족을 걷어차 걷어차 날려버린다. 다른 쪽 의족도 집어던진다. 다른 장비도 마찬가지다.
말레니아는 순식간에 상황을 알아차렸다.
"자, 데려가시오."
"이 미친놈!"
그러나 응징하기에 의수도 의수도도 없다.
"으하하하하하!"
"미친 놈... 찢어죽일 놈!"
말레니아는 모그를 째려보다 다시 미켈라를 바라본다.
십수 보 정도 떨어진 거리의 재단 위에 연약하게 누워있는 그녀의 빛...
무슨 수모를 당하여도 지켜내야 할 오라버니.
말레니아는 침을 꿀꺽 삼키고 왼 손을 뻗는다.
잘려나간 나머지 사지를 다시 꿈틀거려 몸을 당기고.
다시 유일하게 온전한 왼 손을 앞으로...
"돼지가 기어가는 것 같소이다."
모그는 그녀 옆에 쭈그려 앉아있다. 그의 악독한 심장이 쿵쾅거리는 소리가 데미갓에게 들린다.
"불패의 힘이란게 본인이 아니라 의수를 말하는 거였나 보구려."
말레니아는 분에 찬 눈물을 삼키며 무시한 채 기어간다.
이 수모는 나중에 억 배로 되갚아 주면 된다.
그리고 고치가 있는 제단에 마침내 손이 닿았을 때.
"아, 실수로 미끄러졌군."
모그가 발로 말레니아의 복부를 걷어찼다.
"욱...!"
그녀가 날아가 바닥에 떨어진다.
"미안하오, 크흠!"
그녀가 고개를 들자 저만치 떨어진 제단이 보인다.
이것은... 계속 기어가라는 뜻 아닌가!
지금까지 봐온 것 중 가장 심각한 모욕이었다!
"또라이 자식!!!"
그녀가 참았던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게 피의 군주를 믿었다니!
"시간은 많으니 또 기어가면 될 텐데?"
또다시 그의 소름끼치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우, 웃기지 마라. 크흡, 내, 내가 왜 네 마,말을... 큽..."
그러나 이제와서 울먹이며 후회해 봐야 소용없었다.
"미,미켈라. 흡..."
"미, 미켈라도 죽은거지? 죽여버리겠어, 크흑, 귀부기사단! 귀부기사단!"
"귀부기사다안!"
"잠깐"
모그의 시선은 미켈라를 향해 있었다.
미켈라가 몸을 경련하고 있었다. 고치 속에서 피가 울컥울컥 쏟아져 나왔다.
"...말했을텐데, 시끄럽게 굴면 안 된다니깐?"
말레니아는 미켈라를 바라봤다.
"휴... 생각해보니 신성한 장소에서 내가 몹쓸 짓을 한 것 같소. 때려쳐야겠군."
"미,미안하다. 내가..."
"아니오. 내가 자네를 오라버니에게까지 데려다 주겠소."
모그가 어느새 말레니아 곁으로 와 있었다.
말레니아의 얼굴 높이까지 엎드리며,
"단."
모그의 콧김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내 요구를 하나 더 들어주면."
모그의 얼굴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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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c App
다음편 내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