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탁이 무너지던 그날, 함께 무너진 휴그 아저씨의 정신은 여전히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날이 갈수록 악화되는 건지 이젠 나의 금빛 머리칼을 보고 마리카 여왕이라며 따르는 거다.
"휴그 아저씨, 저예요, 로데리카... 당신의 제자." 자기 자신조차 잃어가는 아저씨의 말을 부정하자니 목소리가 자꾸 떨려온다.
"그게 무슨 농담인지요, 당신은 마리카, 저의 주인이십니다." 무릎을 꿇고 머리는 땅속으로 들어갈 듯 조아리고서 천년도 더 지난 과거를 살아가는 아저씨의 말은 너무 슬프다, 부정하는 것도 벅차다,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아저씨를 더 슬프게 하고싶지도 않다.
그렇다면 아저씨의 마지막까지, 내가 그의 마리카가 되어주어야 한다.
"그래, 내 농담이 좀 지나쳤구나. 사과하마." 떨리는 목소리를 억지로 붙잡으며, 없는 위엄을 쥐어짜낸다, 아저씨가 당신의 여왕을 느낄 수 있도록.
"오오, 아닙니다, 아닙니다... " 어설픈 연기였지만 간절하게 용서를 구하고자 하는 아저씨에겐 먹혀든 걸까, 휴그 아저씨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며 답하였다.
"당신은 이 땅의 주인, 사과하실 일은 없습니다. 오히려 이 죄인이 용서를 구하는 것이 맞습니다." 비늘로 덮인 얼굴에서 인자하던 두 눈이 기이한 열기를 뿜으며 나를 올려다본다.
"부디, 저의 죄를, 일족의 죄를 제게 물으시고 용서를, 벌을 구합나이다."
"휴그, 원탁에 묶인 대장장이여. 너는 지금껏 잘해주었다, 너의 죄는 이미 용서받았느니." 그렇다, 과거 어떤 잘못이 있었다고 한들, 아저씨의 죄는 이미 풍화되어 사라졌을 시간이 흘렀다, 그는 용서받을 자격이 있다.
"허어... 여왕이시여..." 아저씨의 두 눈에서 천천히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젠, 더는 제가 필요 없는것입니까..."
"필요가 없어진 것이 아니다, 너의 죄는 용서받았다고 하지 않았느냐." 훌쩍거리는 아저씨의 모습은 보기 힘들다, 자유를 얻고 용서받았다면 좀 더 기뻐해도 되지 않을까.
"제가 필요 없어진 것이 아니라면, 어째서 항상 하시던 그 일을 하지 않는겁니까, 저는 그저 장난감이었습니까?" 온화하던 아저씨의 얼굴이 점차 일그러지고 목소리는 거칠어진다.
"왜 저를 채찍질 하지 않는겁니까, 왜 제게 침을 뱉고 모욕하지 않는 겁니까, 왜 저를 묶어두고 괴롭히지 않는 겁니까, 어째서 사정 직전까지 몰아갔다 방치하지 않습니까, 왜 제 몸에 뜨거운 촛농을 흘리며 웃지 않으십니까! 저는 그저, 그저... 장난감이었습니까?"
"저는... 저는 당신과의 주종 관계에 진심이었습니다... 그런데 마리카, 당신은 그 모든 일이 그저... 장난이셨던겁니까..."
...... 충격적이다, 휴그 아저씨가 마리카와 그런 관계였을 줄은, 용서가 어쩌고 하던 것들이 전부 플레이의 일부였다니. 하지만 지금은 내가 휴그 아저씨의 여왕이다, 그의 슬픔을 달래어주기 위한. 아저씨의 기쁜 마지막을 위해서라면 나는 무엇이든 하리라.
"호오, 언제부터 돼지 새끼가 주인에게 쾌락을 구걸하게 된 거지?" 차가운 목소리로, 한껏 위엄을 끌어모아 명한다.
"엎드려라, 휴그 이 마조돼지 자식. 간만에 채찍 맛을 보여주마."
"오오, 오오, 용서해주십시오! 마리카 여왕이시어!"
그날 원탁이 완전히 무너지기 전까지, 끝없는 채찍질 소리와 누군가가 기쁨에 울부짖는 소리가 로데일을 가득 채웠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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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ㅅㅂ 진지한 건줄 알았는데 ㅋㅋㅋㅋㅋ
찰싹찰싹
사정조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