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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떨어져. 너도 붉은 부패에 걸리고 말거야....."


네 자매와의 전투를 끝낸 뒤, 지쳐버린 그녀와 나는 부패가 가득한 호수에 누워있었다. 


미래를 위해 침을 뽑아 던진 그녀에게 남은 것은 죽음 뿐이었다.


"잘 있어. 귀공... 고마웠어..."


그녀의 눈이 서서히 감겨간다.


그녀의 인생에 마지막 장면은 나의 얼굴로 남을 것이다.


"귀공? 이게 지금 무슨!"


'아니, 그렇게 놔둘 순 없어. 죽기 전에 넌 푸른 성수의 하늘을 바라봐야 해.'


난 밀리센트를 거칠게 끌어 안았다.


"이거 놔! 부패에 걸리게 된단 말이야!"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녀를 놓아주고 싶지 않았다. 가냘픈 어깨의 흔들림이 점점 부드러워질 쯤이었다.


-붉은 부패-


그 순간 온 몸의 피부가 찢겨나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뒷걸음 칠 수밖에 없었다.


흐르는 피를 제외한 모든 것들이 점점 부패해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곧 곰팡이가 되어 바스라지겠지.


"어째서야.... 마지막까지 와서 왜 그런 바보같은 짓을..."


그녀의 눈물이 붉은 호수에 떨어진다. 하지만 난 돌려줄 대답 따윈 준비하지 않았다. 보여줄 것은 이것뿐.


-불의 치유여-


"이건...?"


오른손에서 피어오른 작은 불꽃이 밀리센트와 나의 얼굴을 밝혔다.


'이게 너를 향한 나의 대답이야.'


-텅-


터질듯한 심장의 고동 소리와 함께 불꽃이 온 몸을 태워나간다. 비참한 운명의 부패까지 전부다 태워버릴 불꽃. 


나는 다시 한번 밀리센트를 안았다. 성수에서 태어나 자란 그녀에게 거인들의 기적은 낯선 것이었겠지. 


하지만 나의 심장소리를 듣고 알았을 것이다. 미친 듯이 쿵쾅대는 나의 박동에 공명하며 그녀는 알았을 것이다.


이제야 자신을 안아줄 수 있는 사람이 찾아온 것을.


'따듯해....'


밀리센트의 팔이 나의 등을 꼭 안았다. 의수가 없이 동여매져 있는 다른 한쪽 팔도 나의 등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신력 99.


푸른 성배병 14개.


별빛 조각 24개.


알고 있다. 이렇게 해도 결국 끝은 다가오는 것을. 축복으로 돌려 보내졌다가 다시 이곳에 찾아온다면 그녀는 이미....


"귀공, 정말 언제나. 난 너에게 받기만 하는구나...."


'내가 무슨 짓을 해도 너와 함께 할 수 있는 순간은 찰나에 불과해. 

하지만, 그래도 그 순간 만큼은 너를 틈새의 땅에서 가장 행복한 기사로 만들어줄게.'


나선을 돌며 하늘로 곧게 뻗은 성수의 천장은 구름이 흩어져 있는 푸른 하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