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안간 큰 소리가 났다.


책상이 통째로 뒤엎어져 서류철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여러 필기구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었다.


열심히 모델링을 하던 미야자키의 노예들과 코딩을 하던 컴퓨터 또라이들은 갑작스런 소리에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다. 쥐 죽은듯이 작업하던 직원들은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보기 위해 미어캣처럼 파티션 너머로 머리를 슬쩍 내밀었다.




그곳엔 잔뜩 화가 난 채로 우뚝 선 미야자키와 한껏 위축되어 눈물을 훔치는 시부야가 있었다.



벌겋게 달아올라 핏발이 선 채로 씩씩대는 미야자키 히데타카의 얼굴은 마치 로렌스의 불타는 용암과도 같았다.


주먹을 쥔 둥그런 손을 부들부들 떠는 그의 앞에는 시부야 토모히로가 뺨을 맞은 채 바닥에 엎어져 코를 훌쩍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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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롬 소프트웨어.


최근 출시한 <다크소울> 이 대성공을 거두고, 그 기쁨도 잠시 차기작 <다크소울2> 에 대한 기대와 압박 속에서 힘겨운 사투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임 개발 회사였다.



그는 자신의 손으로 성공시킨 프로젝트를 손에서 놓고 싶지 않았지만, 아리안델의 장미를 든 채로 날뛰는 거대 기업 '소니' 의 횡포는 견딜 수가 없었다.


결국 플레이스테이션 독점 개발작 <블러드본> 을 감독하기 위하여 미야자키는 <다크소울2> 의 감독 자리를 다른 이에게 맡겨야만 했다.


시부야 토모히로는 자신감이 넘치는 사내였다.


눈동자에는 수많은 생각과 기똥찬 아이디어들이 가득한 듯 보였고, 다크소울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 자체는 누구보다도 커다래 보였다.


미야자키는 그런 그를 한번 믿어 보기로 했다.






그러나 자신이 성공시킨 IP의 후속작을 이어서 성공시키겠노라고 호언장담을 하던 사내는 과연 믿을 것이 못되는 가벼운 허풍쟁이였을 뿐이었다.


도저히 기술적으로 구현이 불가능한 과도한 규모의 기획들
컨셉에 알맞지 않는 괴상한 아이디어
양판소에서 주워온 듯한 세련되지 못한 디자인들



소니와의 협업으로 한쪽에선 전설의 게임이 탄생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선 믿었던 이의 손에 의해 처참하게 망가진 자신의 후속작을 보고 있노라니


미야자키가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처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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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직원들은 입을 다문 채로 사장의 눈치만을 보고 있었다.
조용한 기침 소리와 침을 삼키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초조하고 긴장된 분위기와 고요한 침묵 속에서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한참 동안이나 죽일 듯한 표정으로 시부야를 노려보던 미야자키가 이내 입을 열었다.




"게임을 만들어왔잖아!!!"





미야자키가 엄중한 바리톤의 목소리로 꾸짖었다.


적막한 사무실 뒤편에서 누군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마 그 직원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리라.




시부야가 '나는 게임 만드는 사람인데' 라고 말하는 듯한 억울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자 마야자키는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게임이 아니야!"


순간적으로 시부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우리가 하는 것은 종합 예술이다! 우리가 만드는 것은 하나의 거대한 역사이자 긴 소설이지, 이딴 쓰레기같은 B급 RPG 게임이 아니야!!!"



미야자키는 시부야의 손에 들려있던 <다크소울2> 의 기획서를  억지로 빼앗아 높이 들어올렸다.


"집어치워!!! 탑 위로 향했는데 무슨 성이 나온다는거야!!!"




그는 프롬사의 모든 직원이 보는 앞에서 시부야의 기획서를 반으로 찢어 버렸다.


자기 나름의 노력이 부정당했다는 비통함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의 능력 부족에 대한 회의감이었을까. 시부야는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고 그저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인 채로 구슬같은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고 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