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밀리센트 퀘스트는 부패에 침식당해서 살아갈 의지고 나발이고 없이 죽기만을 원하던 밀리센트에게 주인공이 침도 놔주고 의수도 갖다주면서 같이 싸워나가는 식임. 이 과정을 통해 밀리센트는 '부패에 저항하는 경험', 즉 '살고자 하는 의지'를 얻고, 자기 어머니인 말레니아를 만나 이걸 전달하고 싶어함. 그 매개체가 금침이고.


그러나 변경전 스토리, 그러니까 스토리 초안에서 밀리센트 = 기억을 잃고 케일리드에 남겨진 말레니아 였고, 밀리센트 퀘스트를 따라간 맨 마지막에 기억을 되찾은 밀리센트=말레니아와 협력 혹은 전투를 선택하는 형태였음.


추측해보자면, 초기 스토리에선 말레니아와 싸우기 위해선 밀리센트의 일대기 퀘스트를 반드시 다 깨야만 했을 것임. 보스로 만나는 말레니아 = 주인공과 유대감을 쌓은 밀리센트 인 셈이지.


이러면 '부패에 저항하는 의지' = 지금까지 빛바랜자가 밀리센트에게 주었던 '살고자 하는 의지' 니까 스토리적으로는 어색하지 않음. 미켈라의 수동적인 장기말로만 쓰일 때엔 없었던 의지를 주인공과 역경을 함께 헤쳐가며 얻어내는 거니까, 연출만 좀 그럴듯하게 하면 나름 감동적일 거고(말레니아가 처음으로 공격 맞춰서 피흡할 때 '너 덕분에 다시 일어날 수 있었다' 뭐 이런 대사를 친다던가)


그런데 밀리센트=말레니아 스토리 자체가 잘 모를 이유로 결국 폐기됨. 이러면 말레니아는 게임 시작도 하기 전부터 빛바랜자에게 살해당할 때까지 성수 밑바닥에서 잠만 자던, 의지고 나발이고 없는 미켈라의 꼭두각시에 불과하니 부패에 저항 같은 걸 할 수 있을 리가 없음. 피흡 같은 유니크한 능력은 당연히 안 갖고 있어야 함.


그렇지만 말레니아와의 보스배틀 디자인은 이미 피흡을 전제로 다 끝내뒀고(지금 말레에서 피흡 하나만 빼면 걍 개허접보스임), 퀘스트라인이 바뀐 것 자체가 (아마도)납기일 때문인데 스토리에 맞추려고 보스를 리디자인하는 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격이니까 불가능하잖아?


결과적으로 뽕차는 퀘스트라인은 사라지고, 정체불명의 피흡은 남아있고, 설명은 넣어야 하니까 초안에 있던 설정을 말레니아 거룬 플레이버 텍스트에 대충 쑤셔박은 채로 출시한 게 아닐까.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엘든링은 분량이 워낙 방대해서 그런가, 이렇게 '기존 설정을 바꾼 후에 앞뒤 맞추기를 제대로 안 해서 어색한 부분이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가 많음(케일리드의 거인 뼈나 어정쩡한 바이크의 위치 등). 그래서 프롬뇌 굴릴 때도 '프롬의 초기 의도는 이런 느낌이었을 것이다' 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정리될 때가 많고. 게이머로선 아쉬운 부분임. 이번 DLC가 미켈라 관련 이야기라는 추측이 많은데, 어쩌면 여기서 개연성 같은 게 좀 더 보강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현재 스토리상으로 말레니아가 의지 비스무리한 거라도 가지기 위해선 미켈라가 필수적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