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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녀와 당신 뿐이에요 레이븐.''

석유녀가 621의 두개골 속에서 웅얼거린다.
그녀의 목소리가 621의 파일벙커를 예열 시키는 향신료처럼 작용하는 것과 별개로, 그녀가 하는 말은 사실이었다.

레이븐은 방금 채티 스틱을 반파 시킨 참이었다. 채티 스틱은 아직 완파 되지는 않았지만, 구석에서 비틀린 무한궤도를 조용히 바라보며 시선을 떨구고 있었다.


이제 '신더' 칼라와 그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621의 심리를 조용히 읽어내리던 에어는 경약을 금치 못했다.
칼라에게 최후의 일격을 먹이려 저벅저벅 걸어가는 621은 지금 '발기'한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칼라에게 욕정하는 것이 아니였다. 바로 그녀의 기체, '풀 코스'에 욕정하고 있는 것이었다!

달궈진 미사일 포대와 포위형 핸드 미사일 런처는 그의 성욕을 돋구기에 충분했다.
월터가 말했던 '강화인간의 자극'이 621에겐 기계 성욕으로 나타난 것이다.


풀 코스의 마치 중앙 평원의 갈라진 크레바스 같은 계곡이 훤히 펼쳐지자, 621의 기체의 가랑이 사이에서 솟아오른 '아이스 웜'이 빛을 서서히 내뿜기 시작했다.
그 속으로 코랄 파동을 쑤셔넣을 생각에 두근거리는 621의 심상을 목격한 에어는 경악하며 소리쳤다.

"아니 이런 씨발, 621! 지금 뭐 하시는 거에요! 인간으로서의 도리를 저버리지 말라구요!"


들리는 것인가 들리지 않는 것인가! 이 개조인간은 그저 묵묵히 칼라에게 걸어갈 뿐이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621은 에어에게 답했다.


'내게 명령하지 마라, 석유녀. 닥치지 않는다면 내 기체의 코랄 동력원으로 사용해주마.'

이런 니미 씨발련이 루비콘의 희망이라고? 차라리 세리아가 침 뱉어 놨던 섬 돌마얀이 더 나을 것이다!


그때, 뒤에서 반파된 채 고개를 떨궜던 채티의 기체, '서커스'에서 통신이 날아왔다.
거의 죽어가는 기계의 목소리는 잡음이 끼어 있었지만, 621에게 말하는 바는 분명했다.

"이 이상 앞으로 간다면 후회하게 될 거다, 621. 보스는 언제나 계획이... 있다고."


"웃기는군, 인공지능. 칼라가 끝나고 나면, 다음은 네놈이다."

통신음 사이로 입술을 후루룩 핥는 소리가 들려오자, 채티는 AI임에도 그의 회로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자신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지금은 아무도 증원을 보내줄 수 없다. 자신이 조금 더 도움이 되지 못 했을까!
보스라면 지금 쯤 웃고 있겠지만, 자신은 들을 수 없으리라...

아아 RaD는 이렇게 끝인가!





거기까지다, 내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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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였다. 아레나의 랭크 1, 그 자리를 꿰어찼지만 부계정을 파서 최하위 랭크로 돌아왔던 자이자, 621에게 일부러 져주어, 꼬접을 방지한 RaD의 파수꾼,
'무적'의 러미였다

"익숙한 낮짝이로군, 네가 지금 어디서 왈츠를 춰 재끼고 있는지는 아는거냐."


"이 통신 장치 너머로도 코랄 냄새가 나는 놈은... 러미냐?"


"네, 당연합죠 보스. 다시 한번 지켜봐 주시죠..."



러미가 매드 스톰프의 부스터를 서서히 개방하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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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적'의 러미가 손님께 한 상 대접하겠슴다!"




"크윽, 이 하등 랭크가아아아아!!!"


621은 추하게 그의 가랑이 사이에 꽂힌 아이스 웜을 덜렁이며 그에게 도약하기 시작했다.
621의 기체에서 푸른 부스터가 뿜어져 나오고 아이스 웜은 세 갈래 이빨을 들어내며 인빈시블 러미의 가랑이를 탐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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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아아아아아악!! 이 썩을 자식이!"


다음 순간 바닥을 나뒹군 것은 바로 621의 아이스 웜의 머리였다.
러미의 오도기합 체인소, '더블 트러블'이 그의 추악한 욕망의 결정을 잘라낸 것이었다!
그의 아이스 웜의 잘린 마디에서 붉은 코랄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621은 621이었다. 그의 PVE 날먹 세팅, 더블 송버드와 짐머맨은 아직 건재했다.
직격 당한다면 매드 스톰프는 완파를 면치 못할 것이었다.

"이봐, 러미! 피하라고!"

칼라가 뒤에서 소리쳤지만, 러미는 듣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자신을 휘감는 고요한 공기를 느낄 뿐이었다.

 621의 송버드와 짐머맨이 포화를 토해내자, 러미는 믿을 수 없는 기동력으로 621의 기체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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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었다! 오직 그 단어가 그의 신들린 듯한 기동 실력을 감히 설명할 수 있었다!
매드 스톰프는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부스터를 조종했고, 한 없이 느리다가도 한 없이 빨라진 그의 회피 기동은 기열스러운 621의 소추 메타를 분쇄하기에 충분했다.


"아니야, 아니야! 나의 송버드와 짐머맨은-"


"이제 끝이다, 내방자."


매드 스톰프의 전기톱이 주황빛 스파크를 내뿜으며 621의 몸체에 닿는다.
그는 순식간에 두부를 써는 것처럼 621의 강철 가죽을 잘라낸다.


"프끼아아아악!!"


처절한 단말마를 소리치며 621의 기체는 폭파되었다.
그의 콕핏에서 화염이 흐드러지며 개화하였고, 무적의 러미는 그 광경을 무건조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그는 죽었다.


그러나 그에겐 아직 할 일이 남아있었다.

채티와 칼라에게 수리팩을 던져준 그는, 서서히 일어나는 자신의 전우들을 보았다.
언제나 과묵한 채티, 그리고 재 묻은 자 칼라.
세 전우는 다시 뭉쳤고, 그들의 모니터 너머(하나는 진짜 카메라가 눈이었지만)에서는 결의에 찬 눈빛이 번뜩였다.


자일렘의 항로를 고정 시키는 것, 그것이 그들이 해야할 일이었다. 코랄이 더 이상 퍼지지 않도록.
물론 그렇다면 러미가 후장으로 쪽쪽 빨던 코랄도 사라지겠지만, 그것이 보스의 뜻이라면, 그는 언제나 따를 것이었다.


서로를 물끄럼히 바라보던 셋은, 분위기를 환기 시키려는 듯 호탕하게 웃은 칼라의 명령 아래에 자일렘의 항로를 고정 시키러 기체를 부상시킨다.


모든 코랄은 불살라지리라. 루비콘은 반드시 불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