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자리에-."


 레드 건의 서열 2위 G2 나일은 한호흡 쉬며 좌중간을 훑어 본 후 말을 잇는다.


 "스파이가 있다고 한다."


 술렁이는 레드 건의 회의 장소.


 "그게 무슨 소리냐 나일?!"


 뒤에서 다펑에서 파견 나온 수습 파일럿과 즐거운 대담-물론 수습 파일럿은 얼어서 '예!', '그렇습니다!'만을 복창했다.-을 나누던 레드 건의 서열 1위이자 움직이는 지옥인 G1 미시간은 눈을 부릅뜬 채로 나일을 노려본다.


 마치 먼 옛날 지구에 있었다는 호랑이와도 같이 강렬한 눈빛-이 눈빛에 노출 된 다펑의 수습 파일럿은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말 그대로다. 이 자리에, 레드 건의 기밀을 캐가려는 스파이가 있다는 거다."


 하지만 미시간과 산전 수전 공중전 우주전을 다치뤘던 나일은 늘 있는 일이라는 듯 나직하게 말을 잇는다.


 "스파이라니! 대체! 누구란 말입니까! G2 나일! 가르쳐 주십시오!"


 "나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이 자리에 스파이가 있다는 사실 뿐."


 나일의 말이 끝나자마자 각잡힌 태도로 벌떡 일어서서 강변하는 G6 레드.


 "흐음, 그러면 여기서 제가 배신자를 잡는다면, 그야말로 길조겠군요."


 "입조심 해라 우 하화이. 레드 건의 동료를 의심하는 거냐?"


 "아뇨, 아뇨. 미시간님. 하지만 보시라고요. 지금 이수아수군의 상태를 말이죠."


 G3 우 하화이의 혼잣말에 발끈하는 미시간. 그리고 우 하화이는 놀라 손을 절래절래 저으며 이수아수를 가리킨다.


 우 하화이의 손 끝. 그러니까 G5 이수아수는 지금 눈을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다른 레드 건의 동료들의 눈을 마주치지도 못하고 있었고. 누가 봐도 의심스러운 상황. 그런 이수아수를 보며 우 하화이는 '길조, 길조.'라고 음흉한 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아니야! 이수아수는 아니야!"


 "볼타!"


 그리고 이 어색한 상황 속에서 G4 볼타가 책상을 쾅 치며 일어선다.


 "빌어먹을! 이수아수는 배신자 같은 게 아니라고! 비록 땡땡이 잘 치고, 비열하며, 임수 수행률은 어째서 이놈이 레드 건의 서열 5위인지 모를 정도로 바닥을 기고 있고, 중간에 돈 좀 만지겠다며 발람 몰래 의뢰를 받기는 하지만 배신자는 아니라고!"


 "볼타 선배의 말이 맞습니다! 이수아수 선배가 비록 제가 자신보다 서열이 낫다고 꼽주고, 아레나 연습 중 제가 일격을 넣을 때 정전을 핑계로 도망치긴 했지만 배신 할 정도로 비겁한 자는 아니란 말입니다!"


 볼타는 자신의 친구인 이수아수가, 레드의 경우는 자신의 선배인 이수아수가 배신자일 리 없다고 강변하고 나섰다. 그 대가로 사회적 죽음이 찾아 온 것 같지만 이미 바닥을 기는 평가의 이수아수기에 큰 타격은 없었다.


 보라. 자신을 변호해주는 후배와 친구를 보며 이수아수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지 않은가?


 병신.


 "맞아! 난 배신, 그래 배신자가 아니라고. 배신자라면 사기꾼 출신인 G3이 더 배신자 같지 않아?"


 "이득이 없잖아요 이득이. 이득 없는 배신은 흉조. 하지 않는 주의입-."


 나일은 우 하화이의 목을 잠시 꺽어 기절 시킨다. 더 들어주다간 자신이 이 사기꾼을 죽일지, 미시간이 호탕하게 웃으며 이 녀석의 대가리에 총탄을 박을지 몰랐으니까. 강화인간이니 죽지는 않았겠지.


 우 하화이의 침묵을 지켜 본 이수아수는 신이 나서 더 떠든다.


 "그리고 보라고! 이 회의실에 우리만 있는 것도 아니잖아?"


 그 소리에 누군가 흠칫 놀란다.


 "저기 저! 저 녀석!"


 손가락으로 이 회의실에서 레드 건이 아닌 자를 가리키는 이수아수.


 "그만둬라 이수아수! 이 멍청한 녀석!"


 "그러면! 왜 저 녀석이 여기 있는 건데? 여기 레드 건 회의실이잖아!"


 그럴리 없다는 미시간과 이해할 수 없다는 이수아수.


 "그렇지. 하지만 저 녀석은 여기 있어야만 하는 존재다."


 "왜! 어째서! MT 조종사 나부랭이가 여기있는 건데?!"


 "오오사와는 수학을 잘하니까! 여기서 오오사와보다 수학 잘하는 녀석이 있냐?!"


 미시간의 말을 끝으로 침묵하는 레드 건의 회의실. 오직 수학을 잘하는 오오사와만이 '총대장...' 그리며 눈물을 글썽일 뿐이다.


 미시간은 좌중을 카리스마 있게 바라 본 후 뱃심을 끌어 올려 말한다.


 "빌어먹을! 나일! 처음부터 모든게 잘못됐다! 이 빌어먹을 녀석들이 배신자-이 대목에서 이수아수는 다시 한 번 몸을 흠칫 떨었다.-가 있을 리 없잖아? 빌어먹을! 이 머저리들이라도 나 미시간은 너희들을 사랑한다!"


 나일은 일이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며 두통이 오는 머리를 감싸쥐었고, 레드의 경우 레드 건의 전우애에 감탄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며, 볼타의 경우 미시간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이수아수는 안도의 한숨을 푹쉬고 우 하화이는 여전히 기절했고.


 그리고 그 뒤에서 기밀 서류들을 뒤적거리던 마테를링크는 레드 건의 민낯을 보며 중얼 거렸다.


 병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