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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훈련생 파일럿은, 어딘지 모를 곳에서 깨어났다.

일어나 보니, 자신이 누워 있는 방문 앞에서 두 사람이 뭔가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기억을 되짚어 보면… 자신은 실험 기체를 타던 중 누군가의 습격을 받아 싸웠지만 처참하게 격파당했는데,

어째서인지 그 누군가는 자신이 비상탈출한 것을 밟아 죽이지 않고 여기로 데려왔다는 것.

“왜 그런 짓을?”

그 때, 방문이 열리고 지팡이를 짚은 노인이 한 명 들어왔다.

“깨어났나?”

“당신은 누구지?”

“내 이름은 월터다. 너를 습격한 강화인간 621의 주인이지. 어째서인지, 저 녀석이 너를 살려서 데려오고 싶다기에, 변덕을 부려 보았다. 이제부터 너는 우리의 일원이다.”

“개소리 하지 말라고, 젠장!”

그렇게 말했지만, 자신이 탈출할 수는 없어 보였다.

적에게 잡혀서 치료까지 받고 나왔다… 면 돌아가봐야 스파이 취급당하고 팽당할 것도 분명했다.

자신은 재능도 없으니까, 기업에서는 이미 대체제를 구해 놓았겠지.

그렇다면 나는 이 사람들에게 신세를 질 수밖에 없다.

“그래, 알았어. 일해 주면 되잖아…”

월터는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더니, 말 없이 방에서 나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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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혀온 지 며칠 후, 나를 잡아온 621이라는 녀석이 월벽을 성공하고 저거너트를 파괴하는 것을 보았다.
정말 대단한 녀석이다. 이런 나 따위가 이길 수 없는 게 당연했다.
돌아온 621에게, 나도 너처럼 강해지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하며, 작전의 데이터를 부탁했다.
621은 말 없이 데이터를 넘겨주었다.
그래, 나도 저 녀석보다 더 강해지고 말겠어.



오늘은 그리드 086을 다녀 온 621이 나를 위한 AC를 만들어 주었다.
그곳에서 구해 온 WRECKER 파츠 4개를 바탕으로 만든 기체라고 한다.
정말 내가 써도 되냐고 물었더니 그냥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시운전해 보니 내가 다펑에서 쓰던 기체보다 훨씬 강하고 쓸만했다.
이런 기체가 있으면 나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도움은 무슨, 정커 코요테스와의 싸움에서 한심하게 기체 반파로 전장에서 이탈했다.
나 자신에게 절망감을 느끼고 울적해져 있는데, 621이 다가왔다.
그 녀석 말로는 내가 4각 MT랑 싸우는 모습을 보았다고 했다. 졌더라도 그 정도 잘 싸웠다면 괜찮다고.
빈말인 건 알았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다.


오늘도 621과 합동 임무를 개시했다. 그 녀석이 PCA와 싸우면, 나는 추가 보수를 주는 연료 저장탱크들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역시 실력이 늘었는지 연료 저장탱크를 지키는 MT들 정도는 부술 수 있었다. 그래도 PCA의 기체들과 정면승부하는 621을 보면 아직도 한참 멀었다는 것을 느낄 뿐이다.
저장탱크를 전부 파괴해서 큰 추가 보수를 벌었다. 621 녀석과 술 한 잔 했다.


RaD라는 도저들의 의뢰를 받아 대형 미사일 방어선을 지켰다.
621, 그 녀석은 미사일이 터지는 걸 바라보며 좋은 불꽃놀이라고 중얼거렸다.
저게 뭐가 불꽃놀이라는 걸까?
하지만 뭔가, 621의 말을 듣고 있자니 나도 저것이 좋은 불꽃놀이라고 느껴졌다.


아이스 웜에도, 지층 탐사에도 따라가지 못했지만, 621이 다른 임무를 하는 동안 나도 노력했다.
621은 그런 나를 믿어주고, 베스퍼 부대를 급습하는 미션에 나와 동반 출격을 했다.
월터의 말에 따르면 해방전선의 중진 미들 플랫웰이 자신이 참여하겠다고 했지만 621은 거절하고 나를 파트너로 택했다는 것 같다.
결과는 깔끔한 승리. 나도 실력이 늘었다는 것이 느껴졌다. 621과 AC끼리 하이파이브를 했다.
역시 훈련이 효과가 있었다니까.



621과도 많이 친해져서, 요새는 쉬는 시간이면 같이 지내고는 한다.
이 녀석은 머릿속에 들려오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 같다. 다만 목소리가 하는 말은 상냥한 것 같아서, 나는 그 녀석에게 목소리와 계속 대화를 나누어 보라고 했다.
621은 희미하게 웃으며 알겠다고 했다.
다음에도, 이 녀석과 같이 임무를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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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콘 3 궤도의 봉쇄 정거장.

올 마인드는, 이구아수는, 처참하게 파괴된 AC 하나를 짓밟고 있었다.

이미 가망이 없어 보이는 AC에서, 무전이 들려왔다.

“미…안하다… 621… 막아… 보려고 했는…데…”

치직거리는 무전은, 금방이라도 끊길 것 같았다.

“아아… 그래도 나…”

죽어가는 목소리에서 희미한 기쁨이 느껴졌다.

“콜 사인을… 가져봤어…”

무전이 끊겼다.

남은 AC의 잔해를 완전히 짓밟으면서 이구아수가 말했다.

“어이, 들개. 이 녀석은 뭐냐? 새끼 들개?”

침묵하던 621의 기체에서, 무전이 되돌아왔다.

“아니…”

그리고, 양 어깨의 미사일이 전개되었다.

“전우다.”

복수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