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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은 가까워지고, 이 거리는 야수뿐이다. 끝이 없다.

때는 늦었다. 전부 불태울 수밖에 없는 것인가.

매섭게 달려드는 야수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겼다. 탄환은 일직선을 그리며 날아가 턱이 뜯겨진 채 뛰어들던 야수의 머리통에 정확히 적중했으나, 손목이 시큰거릴 정도의 강한 반동 탓에 총부리가 솟구쳤다.

"대포! 대포 쏴, 당장!"

다급한 로빈의 목소리, 머리 반쪽이 터진 야수는 앞으로 고꾸라지는 듯하더니 자세를 고쳐잡으며 다시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로빈 역시 포탄 소리가 들리지 않자 망가진 단총을 내팽개치고 바닥에 내려뒀던 도낏자루를 움켜잡았다.

야수가 로빈의 몸통보다 큰 손을 휘두르자 로빈은 재빨리 몸을 틀면서 무식하게 큰 도낏날로 야수의 손목을 장작 패듯 찍어 절단해버렸다. 손을 잃었음에도 야수는 멈추지 않고 대가리를 들이밀었지만, 뒤늦게 쏜 총탄이 야수의 남은 머리통을 관통해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로빈, 재촉하지 마. 결국···"



-꾸드득, 퍽!


어깨에 장총을 걸치고 다가오던 사냥꾼의 뱃가죽이 찢겨나간다. 피가 튐과 거의 동시에 내장이 흘러나오면서 콘센트가 빠진 것처럼 머리부터 추락해 형체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직후 사냥꾼이 놓친 장총을 양손으로 잡은 뒤 격발하자 야수는 균형을 잃으며 땅에 처박힌다.

아무런 의미도 없는 두 번째 총성이 울린다. 바닥에 널브러져 미동조차 없는 야수에게 분풀이를 가했다. 야수의 머리통에 들었던 것들이 쏟아지며 바닥을 적셨다. 고약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개씨발 염병..."


부싯깃과 도끼를 손에 쥔 채 입에서 감도는 쓴맛과 올라오기 시작한 구역질을 참아냈다. 고개를 들어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오직 총성에 이끌려 차츰 다가오는 시가지의 야수들뿐, 사냥꾼과 군중들은 보이지 않는다.

-타닥, 찰칵!


도낏날에 부싯깃을 여러 번 비비자 아지랑이가 일렁이더니, 금세 날과 손잡이가 화염에 휩싸였다. 과거가 어땠건, 야수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다. 로빈은 손잡이를 더욱 거세게 움켜잡으며 아래로 쭉 잡아당겨 도끼의 길이를 변형시켰다. 손을 타고 올라와 팔을 집어삼킨 화염으로 인해 살점이 녹아내리기 시작하고, 손바닥이 자루에 들러붙었다.


"그어, 그어어어어아──!"

야수들이 로빈의 귀가 먹먹해질 정도로 굉음에 가까운 큰 비명을 질러댔으나, 오히려 로빈은 재빨리 그 사이로 뛰어들어 묵직하고 커다란 도끼를 풍차 돌리듯 한 바퀴 휘둘러 몸뚱이를 반으로 갈랐다.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팔에서 들려오자 환약을 목구멍에 욱여넣어 삼킨 뒤 다시 휘두른다.


-후웅! 콰직!


도끼를 휘두를 때마다 무더기로 갈려나간 야수들의 형체가 바닥을 나뒹굴었지만 기어이 새까맣게 그을려 다 타버린 왼쪽 팔이 먼저 몸에서 떨어져 나갔다.


이가 깨지는 듯한 고통으로 인해 피거품을 물며 주춤주춤 뒷걸음질 친다. 벽에 닿고 나서야 화염병 두 개의 주둥이를 손가락 사이에 끼운 뒤 손바닥으로 문질러 불을 붙였다. 꿈을 꾸는 사냥꾼은 죽지 못한다. 로빈은 여전히 꿈을 꿀 수 있었기 때문에, 시가지의 야수들에게 재회를 약속하며 온 힘을 다해 작별 선물을 내던졌다.


실핏줄이 다 터진 눈으로 불타는 야수의 형상을 바라보며 턱에 총부리를 누르더니, 격발한다.


"────!"
총탄이 로빈의 턱과 머리통을 부수고 하늘로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