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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릭을 쓰러뜨리지 못하셨다고요?" 로데리카는 짐짓 놀라지 않은 척 빛바랜 자에게 되물었다.

"그래, 그 접목의 군주는 너무 강해서...그냥 꼼수로 리에니에로 도망쳤지."


"하지만, 손가락님을 뵈셨잖아요? 그건-"

"장군 라단의 거대한 룬이었지. 부패병에 미친자인데 누군들 못이기겠어?"


로데리카의 얼굴은 두려움으로 물들어갔다.

그간 억눌러왔던 끔찍한 기억이 뇌리를 스치며 홍조띈 볼을 창백하게 만들었다.


"있잔아." 빛바랜자가 로데리카의 어깨를 두 손으로 감쌌다.

"꺄악! 네..네...??"


"이번에 레아 루카리아에서 훔쳐온 보물이 있는데, 조령사가 된 너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 가져왔어.

피아 방에 뒀으니까 한번 열어보라구? "


빛바랜 자가 준 선물이라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저번에도 동료들의 유품을 건네받았고

로데리카는 이를 통해 마음의 안식을 찾았다.


이번에도 그랬어야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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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비.. 빛바랜 자 씨?? 이건..? "

"어떤 대머리한테 배운 장난이지. 걱정마, 해 지기 전에.... 데리러 갈..게...."


오븐속에서 익어가는 과자를 보는 어린아이처럼

빛바랜 자는 입맛을 다시고 있었다. 혹은 발정난 개 처럼.


그리고 마치 상자속에서 피어나오는 안개가 시야를 가리듯이

빛바랜 자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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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이거, 장난이 너무 심했나."

빛바랜 자가 자리를 찾았을때 로데리카는 이미 실신한 뒤였다.


비록 수면 항아리로 사냥개들을 잠재운 뒤였다고 하지만, 스톰빌 성은 수많은 원혼들이 즐비한 곳,

비명소리의 소용돌이가 정신을 갉아먹는 그곳에서 로데리카는 추태를 보이고야 말았다.


귀족 아가씨의 바지는 어느새 노랗게 물들어 주전자에 보리차를 달인 듯한 향을 주변에 퍼뜨렸고,

다리를 M자로 벌린 채 이따금 몸을 떨곤 하였다.


빛바랜 자는 따뜻하게 덥혀진 주전자 입구를 가볍게 핥고는

그녀의 허리를 어깨에 걸치고 유유히 성을 빠져나갔다.




그 뒤로 로데리카가 원탁에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빛바랜 자는 일과를 마치고 지금은 텅 비었을 카리아 성관으로 조용히 들어간다고 한다.

그곳에서 자신을 기다리는 강아지가 있다나.


베시시 웃는 그 얼굴에는 패치의 것과는 전혀 다른 추악한 욕망이 보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