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cec9e36ebd518986abce8954283706802


# 추악한 욕망과 이상성욕이 포함됨.

# 앞 부분엔 점자성서 요소가 없고, 마지막 즈음 두세줄 밖에 없음. 빌드 업을 위한 스토리 파트가 좀 김.





"내 제자여, 엘데의 왕이 되거라."


......


"아 그리고 한 가지. 혹시 네가 왕이 되지 못 한다면, 그 때는 내 곁에 돌아오도록 해."

"...걱정하지 마. 아무리 바보 제자라도 있을 곳 정도는 만들어줄 수 있어. 후훗, 너와의 다음 수업이 기대 되는구나."



농담이 반 쯤 섞인 스승님의 장난 같은 배웅을 뒤로 하고 학원을 떠난 지 몇 주가 지났을까. 황금 나무 속의 그것을 마주하고, 깊숙히 검을 찔러 파하고, 새로이 준비 된 룬으로 엘든 링을 수복하여 왕좌에 앉았다. 그리고 이 기쁜 소식을 전해 함께 축하를 나누고 싶은 것은 같이 싸웠던 네펠리도, 황금 나무에 마지막까지 남은 로데리카나 무기를 벼려 준 휴그도 아니었다. 나의 오랜 스승님, 셀렌이었다.

링의 룬과, 룬 너머에 담긴 힘을 부여 받자마자 부리나케 뛰어서 도착한 레아 루카리아 학원. 기쁜 마음에 대서고의 문을 힘껏 열고 들어서자 눈에 들어온 것은 셀렌이 아닌 루카리아의 이 전 학장, 레날라였다.


"...스승님?"


엄습해오는 불안감을 숨기고자 떨리는 목소리로 애써 밝은 척 셀렌을 부르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혹여나 정신이 돌아온 레날라가 셀렌을 해한 건 아닐까 하는 마음에 허리의 검에 손을 올리고 다가갔으나, 중앙에 앉아있는 레날라는 여전히 넋이 나간 채로 호박알을 쓰다듬고 있을 뿐이었다. 혼란스러운 그 때,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제..자.....여......."


고개를 돌리자 그 곳에는, 커다란, 그저 하나의 마술사 공이 있었다.

불안감은 더 커졌다.


'...하지만 그녀는 학원에서 추방됐어. 덩어리의 마녀, 많은 마술사를 참혹하게 해친 용의로'

'이 여자는 덩어리의 마녀, 원류 사상에 빠져 셀 수 없이 많은 마술사를 해친 학원 사상 최악의 재앙이었다'

'언젠가 너와 이야기했었지. 휘석은 별의 호박이고, 마술은 별과 그 생명의 힘이라고'

'아줄 스승님과 루사트 스승님의 몸을 모셔오고, 학원은 원류의 극치에 오르는 거야'

'떨어진 별의 아이들은 빛나는 별의 아이가 되겠지'


여행 중 간간히 보였던 거대한 마술사의 구들. 원류를 너무 탐구한 나머지 부작용으로 별과 같은 덩어리가 되어버린 이들. 그리고 그 원류와 별을 탐구하던 스승, 셀렌.

그리고, 그 마술사공 한 쪽에 보인 휘석 머리의 형태. 마녀의 것과 생긴 그것.


"맙소사..."

"...별에.... 흐석이어......"


인간에서 벗어나 말조차 제대로 하기 힘든 그 덩어리를, 셀렌을, 셀렌이었던 것을 바라보자 어떤 말도 나오지 않았다. 뒤틀리고 끊어질 듯한 속을 부여잡으며 셀렌에게 다가가 어루만질 뿐이었다.


"나..으... 즈자......"


그 중얼거림을 듣자 눈물이 쏟아질 것만 같았다. 이 와중에도 자기 제자는 알아보는 것인가. 눈물을 참던 중, 한 생각이 떠올랐다.


원휘석.

원류를 탐구한 자들의 몸에 형성되는, 몸을 대신하는 휘석 덩어리. 마술사의 혼이 담긴 것이자 사실상 마술사의 본체라고 봐도 될 그것. 이전에도 원휘석을 옮겨서 그녀를 되살린 적이 있지 않던가.

그 생각이 들자 얼른 마술사 구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깊숙한 곳에서 탐지되는 거대한 마력의 힘. 원휘석이 분명했다.


이번엔 그녀의 동의나 부탁따윈 없었지만 그럼에도 행하기로 했다. 그녀를 다시 인간으로 돌릴 수만 있다면. ...하지만 그걸 그녀가 원할까? 정작 그녀는 지금의 상태가 그토록 바라던 '원류의 극치'가 아닐까? 갑자기 불안해졌다. 하지만 반대로 그것은 내가 원치 않는다. 그것이 원류의 극치건 어떤 것이건, 나는 스승님이 사람으로써 같이 살아가길 바랬다.

그렇다. 이것은 대의라거나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닌, 오직 나만의 욕심과 나만의 바람을 위해 행하는 이기적인 행동임을 스스로에게 각인시키도록 하자. 그리고, 그녀가 거부할 수도 있으니 그것에 대한 방책이 필요했다.


'인간에서 벗어나 말조차 제대로 하기 힘든'


그녀의 상태가 눈에 들어왔다. 그래... 그녀는, '지금'의 그녀는 말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다.







이틀이 지났다. 그녀 앞에 앉아 바라보며 나를 잊지 않아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녀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그녀는 말이 점차 줄었다. 마치 여타의 것들과 다를바 없는 그저 하나의 마술사 공이 될 것만 같았다.

또 며칠이 지났다. 말이 눈에 띄게 줄었다. 하지만 아직 소리가 나오기는 한다. 더 기다리면 안 될 것 같았다. 드디어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나를 아직 기억하는 것인지 거부하는 느낌은 들지 없었다. 불안감을 죽이며 손을 더 깊이 뻗어 그녀 안 쪽에 있는 원휘석으로 점차 다가갔다. 다행히도 별 문제 없이 목표에 도달했고, 이전보다 조금 커지기는 하지만 한 손으로 들기에는 문제 없이 느껴졌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꺼내었다. 괴로워하는 그녀가 거부하지 않도록.


"흐..아....아아........"


고통이 느껴지는 것인지 신음을 뱉는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이윽고 원휘석은 그녀의 몸에서 빠져나왔다. 주먹 정도 크기였던 이 전보다 3할 정도 커진 듯한 원휘석. 그리고 그 때 옆에서 소리가 들렸다.


"흐읍! 흐으으읍!!"


묶여있는 여성. 아, 물론 레날라는 아니다. 그녀는 나의 목적과 맞지 않다.

가녀리고, 나와 비슷하고, 젊고 예쁜 여성을 근처에서 발견했기에 '정중히' 모셔왔다. 다만 입과 몸의 자유가 없을 뿐.


"기다리세요. 이제 다 됐습니다."


생긋 웃으며 셀렌의 원휘석을 들고 있자니 조금 무서워 보였는지 떨고 있었지만 괜찮다. 곧 끝날 것이니.

천천히 이름 모를 그녀에게로 다가가 손을 묶고있는 끈을 당겨 몸을 펴게 만들었다. 똑같은 건 아니지만 셀브스의 지하에서 봤던 셀렌의 얼굴과 꽤 닮은 외모와 신체 사이즈. 눈동자는 비록 푸른 색이 아닌 노란 빛이었지만 뭐, 이 정도면 셀렌도 적응하기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옷을 들춰 명치 부근이 드러나게 했고, 부끄러운지 벌벌 떠는 그녀를 꽉 잡아 천천히 셀렌을 집어 넣었다.


"흐그으으으으읍!!!"

"워 워 참으세요. 진짜 다 됐습니다."


그녀를 다독이며 천천히, 그리고 신중히 셀렌을 집어넣기를 계속했고 이윽고, 제 위치에 도달함과 동시에 그녀의 움직임이 멈췄다.


"...스승님?"


황급히 묶여있던 끈들을 풀자 축 늘어진 그녀를 바라보며 걱정되는 마음으로 작게 읊조리자 움찔하는 것이 보였다. 천천히 눈을 뜬다.

파란 색이다.


"스승님!"

"...흐에...?"


셀렌을 끌어안으며 소리지르자 셀렌이 당황한 듯한 소리를 뱉었다. 그리고 순간 불안해졌다. 내가 원하던 결과가 아닌 건가?"


"...졔쟈..? 졔쟈...흐..흐헤..."


마치 옹알이처럼 웅얼거리는 소리. 고고하고 여유롭던 그녀의 목소리와 너무나도 다른, 마치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아이같은 소리였다.

아... 맙소사...



대성공이다.



그녀가 이전과 같았으면 지금의 상태를 거부했을지도 모른다. 원류의 극치에 오른 상태를 기뻐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원휘석을 빼내는 것을 거부했을지도 모르고, 새로 태어난 지금에 절망해 나를 배척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기다렸다.


제대로 말조차 하기 힘든 그녀로는 안 된다. 그 모습으로조차 아직 말이 나오기는 하는 상태라는 것이다. 그러니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기다리며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기다리며 말도, 인사도, 터치도, 그 어떤 상호작용도 없이 그저 앞에 앉아 내 모습을 보여주기만 했다. 정신이 뚜렷해지지 않도록, 그러면서 사랑하는 제자를 알아보도록.

오직 제자를 사랑하는 셀렌을 원했다. 그리고 그런 셀렌이 지금 내 눈앞에 있다.


"졔쟈야.. 헤..."


웅얼거리며 내게 달라붙고 끌어안는 셀렌을 보며, 뭔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사랑스러운 스승님을 쓰다듬으며 그녀의 등이 내 배에 붙게 몸을 돌렸고, 그녀의 다리를 살며시 벌렸다.

그녀만이 가진 틈새의 땅에 살며시 두 손가락이 강림했다.


"스승님... 여기 만지면 기분 좋은 거 아시나요?"

"으에...? 흐읏....!"


움찔대는 그녀를 보자 나도 모르게 비릿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 날, 레아 루카리아의 대서고에는 밤이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