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눈이 내리는구나
이곳의 눈송이는 유독 그 씨알이 굵고 탐스러워 앙상한 나목의 가지들 위에 올라타는 것 만으로도 그야말로 수려한 경관을 자아내곤 하더이다
허나 저 시리도록 아름다운 설화들마저 비릿한 전장의 쇳내에 절었으며 저 멀리 병졸들이 지르는 악다구니 외에는 들은 일이 없다오
이 곳은 불사의 전설이 괴어있는 땅,
오래도록 외침에 신음하던 땅이라지만
이미 피에 덮인 내 눈을 적시는 것 또한 저 가지 위의 설편이니
나는 그저 언제고 더럽혀진 이 고색창연이 안쓰러울 따름이오
머무르던 절의 지붕 너머로는 시끄러운 전장의 소란이 한창이나
여기저기서 도와 창이 맞부딪히던 소리가 차차 잦아든 대신 그저 비명소리만이 메아리친다
내부군이라 하였던가
필경 늙은 검성이 피안에 지고 만 것이겠지
저 분란의 틈바구니에는 분명 그 계승자의 닌자도 있을 터
이 하릴없는 육신을 베어주기로 약조한 것도 있겠다 약소하게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걸음한 성하에 벌어져 있는 것은
그야말로 악귀가 울며 매달리고 야차가 달아날 법한 참상
여기저기 널부러진 고깃조각들의 옷차림은 아시나 도당의 쪽빛 하카마부터 내부군의 붉은 갑주와 당세구족까지 실로 다양한데
잠깐,
무언가 이상하다
분명 잇신 님과 칠본창, 오니교부에 겐이치로 공까지 모두 쓰러진 마당에 누가 내부군을 이리 도륙내며 다닐 수 있단 말인가
잠시 꿇어앉아 시신들의 상태를 본다
'병졸 둘에 장수까지, 어지간히 도에 능한 자로다'
'목젖 밑으로 보이는 자상,
그대로 목뼈를 빗겨 경동맥을 잘라냈고'
모로 누운 시신을 뒤로하고 옆에 쓰러진 병졸을 뒤집는다
'왼 어깨로부터 우측 골반에 이르는 가사베기*'
'그리고 그대로 뒤에서 달려오던 장수에게 뛰어들어 투구째로 쪼개버렸군'
거칠다
이 장졸들을 그야말로 도살해버린 검술은 지금껏 본 적 없을 정도로 심히 거친 것
허나 시신에 남은 상흔과 시신으로부터 읽어낸 동작들에서 이유모를 기시감이 느껴진다
그대로 홀린 듯 몇 시진이고 시신과 핏자국의 흔적을 따라 걷던 남루한 낭인의 눈에 저 멀리 한 자루 검붉은 대태도를 쥔 채 육편을 흩날리는 불길의 왼팔이 눈에 들어왔다
셀 수 없는 이들의 기름과 핏기가 들러붙어 주변의 화광을 모조리 빨아먹을 기세로 번들거리는
'...의수'
"...늑대 공"
아직 자신의 이름조차 잊도록 영락하지는 않은 것인지
혹은 그저 또다시 뒤집어쓸 피를 내어줄 먹잇감에 반응한 것인지
피에 젖은 늑대가 붉게 빛나는 안광을 희번덕대며 이쪽을 바라본다
"자네, 손의 그 대태도는"
한베를 알아본 듯 잠시 갸우뚱 하던 늑대는 곧이어 불사베기를 등의 도실*에 거둔다
'...다행히 아직 수라로 전락한 것은 아니었구려'
한숨을 내쉰 후 다시 고개를 들어올리는 순간
등줄기가 섬뜩하더니 시야가 기괴한 각도로 비틀린다
'이건, 목을 친 겐가'
아아 참으로 상냥한 자로다
저 꼴이 되어서까지 약조를 지키려 들다니
이제 저기 육신에 씌인 가증스러운 벌레만 그 대태도로 쳐줄 적이면 드디어 피안으로 떠날 수 있으렷다
그러나 이어지는 늑대의 행동은 마치 보란 듯이 그의 기대를 거스르고 말았다
눈앞을 가리던 땅이 멀어지더니 익숙한 경련이 목뼈와 척추를 휘감아 달린다
'...!!'
"늣, 느흑대 고오홍, 이ㄱㅔ 댗체 무ㅅ"
갓 다시 이어지려는 한베의 성대에서 새어나오는 바람소리에 황망함이 묻어나던 찰나,
이번엔 오른 쇄골로부터 단전에 이르는 빗겨베기가 미처 못다한 말을 자르듯 끊어낸다
'아아 내가 틀렸구나'
눈 앞의 늑대가 흘리는 비릿한 웃음과 불사베기 대신 쿠사비마루를 쥔 손을 보고 있자니 그제서야 그 의도를 깨닫는다
피와 뼈를 가르는데 미쳐버린 자에게 죽지않는 노리개란 얼마나 귀한 것인가
아무리 썰고 찢어도 싱싱하며
심지어 적절한 반항까지 보여주는, 그야말로 피와 살의 화수분이렷다
다시 세 번을 내리 베여 쓰러지고 나서야 계승자의 닌자, 아니 수라는 조금 더 즐기기 위해 이 쪽이 정비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한 듯 했다
'끌끌...그래 피안으로 가기 전에 신불께서 마지막으로 이 죄많은 중생에게 업을 하나 지우시는구나'
적어도 얕은 검 재주로나마 내가 이 짐승의 관심을 끄는 동안은
다른 무고한 자들이 안전할 수 있을 터
간신히 처치하여 살려보내준 병졸들이 수라의 존재를 바깥에 알려 대비책을 마련할 것이니
그때까지 버틸 수만 있다면 이 하릴없는 육신 따위 몇 번이라도 베여드리리다
터져나오는 피가래를 억누르며 도를 뽑아들고 자세를 잡는다
나는 "벌레에 씌인 자",
"피안의 사람"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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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베기* - 아래 사진의 옷(가사) 모양과 흡사하게 빗겨내려베는 검술
도실* - 칼집
중간에 갑자기 글카스로 바뀌는줄알았네 잘 읽었음
ㅋㅋㅋㅋ솔직히 존나 마렵긴했다
맛깔나게 쓰노
고맙다
엄
왜
배드엔딩이자나...
그래도 잘 읽었음 개추 박고 감
ㅋㅋㅋㅋ내가 쓰는 건 전부 배드엔딩이다 이거야 솔찌 배드엔딩이 더 맛잇지 않냐
맞긴 해~
고맙다1
혹시 이런거 쓰는데 얼마정도 걸림?
한 시간?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나
와 미쳤네 글 쓰는거는 어디서 공부한적 있는거임? 아니면 책 많이 읽어서 용이한건가
어음 공부한 적은 따로 없는데 걍 책 읽는 거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함
혹시 업계전문가임?? 잘읽었읍니다
전문 프붕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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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이시1발 그래도 개추줬으니 넘어간다 - dc App
수라늑대에게 당하는 쿠로 소설 어디씀
아 그거 쓰다가 각 안나와서 유기함 아님 걍 서사고 뭐고 싹갖다버리고 씹고어로 수라엔딩 직후 살해당하는 장면묘사만 존나담아볼까 - dc App
쿠로가 자기가 맡긴 일 때문에 수없이 사람을 베어와서 수라 된 늑대 보고 미쳐버리는게 보고시퍼효
그게 지난번에 쓰다 유기한 머지 제목머엿더라 암튼 셐 점자성서 지난번에 쓰던게 그 내용이었음 자기때문에 살육에 미쳐버린 늑대를 먼발치에서 바라보는 쿠로가 느끼는 죄책감, 미안함, 절망감 등등 버무려볼랬는데 쓰다가 갑자기 너무 커찮아짐 대사 쓰는것도 존나어렵고 해서 개같이 유기 - dc App
이거 보고 한베 무한수련 시키러 간다 - dc App
피안화가 피어잇찌 안화
... - dc App
고풍스럽구만요 좋다 좋아
그토록 저주했던 불사에게 처음으로 감사하는 부분이 특히 맛있네요
오 이걸 알아보는구만! 거맙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