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낀 숲 속의 폐허
거구의 반늑대전사가 빛바랜 자를 거칠게 벽으로 밀쳤다

"큭! 블라이드! 이게 대체 무슨 짓이야!"

무언가 더 말하려던 빛바랜 자의 입은 곧 검은 털이 수북한 손가락에 막혀 괴상한 소리만이 침과 함께 흘러나왔다

"에우욹어읅"

상황을 파악하려 블라이드의 눈을 바라본 빛바랜 자는 곧 공포에 질리고 말았다

익숙한 노란 눈

그러나 그 눈빛에는 어딘가 농밀한 야성이 감돌고 있었다

"젠장! 빛바랜 자! 너만이 날 완전하게 만들어!
날 수컷으로 만들어준다고!"

자신의 대흉근을 짓누르는 팔뚝에 빛바랜 자는 숨조차 쉬기 버거웠는지 연신 컥컥댈 뿐이었다

수컷으로서의 마지막 존엄을 지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밀어내 보았으나 거구의 팔을 밀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자 이제 알겠지? 이제부터 송곳니와 검으로 싸우는거야"

블라이드가 주섬주섬 허리끈을 풀자 
하늘을 향해 불끈 솟아오른 "왕가의 그레이트소드"가 그 위용넘치는 모습을 드러냈다

한바탕 교성과 비명이 교차하는 가운데
이윽고 안개 낀 숲에 바람이 불자 검은 털뭉치가 휘날린다

여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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