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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뿌리내린 금속을 본 일이 있는가?

기실 뿌리내림이라 함은 생명의 특권일 것이나
여기 단 한 자루의 무기질, 쇠하지 않는 황금의 바늘만큼은 그 기득을 마음껏 누리고 있다

무구한 황금의 심장을 찌른 그 바늘은
마치 식물이 양분을 빨아올리듯 은은한 금빛의 선혈을 차가운 바닥에 흘려보내어

가장 고귀한 등유로써 어두운 방 안을 선뜻 밝히는 등불을 지폈다

"........."

영원히 앳된 반신의 몸 위로 솟아난 한 자루 검을 감싸 쥔 손등에 눈물이 흩어진다

이제 "주군을 살해한 자"라는 오명과 "신살자"라는 위업을 모두 뒤집어쓰게 된 여기사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다만 첫사랑을 놓친 소녀처럼 흐느낄 따름이었다


"아아아..."


간신히 떨어진 입술이 신음을 흘리자 여기사는 자신도 모르게 손을 뻗어 잠든 반신의 손을 꽉 쥐어 보았으나
간신히 기워붙여둔 손가락들만이 실밥터지는 소리를 지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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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레다..."

"어째서입니까! 저희는, 아니, 저는

당신께서 제 이름을 불러주셨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 생면부지의 땅에 왔고

당신께서 눈 맞추어주셨다는 이유 하나로 제 모든 걸 걸고 당신을 모셨습니다!

...그리고 감히 주제넘는 말이지만
비록 비천한 빛바랜자라고는 하나 저는 여인이 아닙니까...

헌데 어찌 같은 남신을, 그것도 그대의 형제를 반려로 택하신다는 말씀이십니까!"


고귀한 황금은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

"신과 반려라 함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육체적인 관계가 아니-"

"제 손도 잡아주셨잖아요... 이 낯선 땅에서 홀로 침소에 들기 힘드시다며 함께 누워달라고도 하셨잖습니까

제가 얼마나-"


"....혹여 오해하게 했다면 미안해
아아, 레다, 레다. 내 제일가는 기사.
내 부족함으로 여동생에 이어 너조차 슬프게 하고 마는구나..."

울음 섞인 표정으로 일그러지는 반신의 얼굴에 바늘기사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갈 수 없었다

'어째서? 어째서 더 이상 입이 떨어지지 않지? 붙잡아야 하는데. 저분을 붙잡아야만 하는데.
아아, 그렇구나'

필경 이것은 권능일 것이다
가장 두려운 반신으로서의 유혹의 권능

봇짐을 집어들고 문 너머로 떠날 채비를 하는 미켈라를 바라보면서도 레다는 손끝 하나 움직일 수 없었다





"...참으로...잔인하십니다..."

"응?"

"유혹의 권능까지 내보이시다니,
그리도 저를 내치고 떠나시고 싶으신 겁니까"

"레다...? 그게 무슨 말-"

뒤를 돌아본 미켈라의 눈에 마지막으로 들어온 바늘의 기사는

이미 그가 가장 아끼던 긍지높은 여기사가 아니었다

"저와 함께 하시겠다면서요. 저를 축복하신다면서요. 제가 아름답다면서요. 제가 사랑스럽다면서요. 절 아끼신다면서요. 그런데 왜 저는 안돼요? 왜 저는 안아주지 않으시는 건데요. 저한테 왜 거짓말 하셨어요? 대답해보세요. 대답해보라구요.

왜 나의 반가 될 수 없데"

"....레다......."


봇짐을 떨어뜨린 미켈라가 무언가 더 말하기도 전에 바늘기사가 달려들고
정욕에 물든 바늘이 반신의 목을 꿰뚫는다
부드러운 푸딩을 가르듯 목젖 아래로 미끄러져 들어간 바늘검은 마찬가지로 흐르듯 빠져나온다
고귀한 반신은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 건지
울컥울컥 쏟아지는 피도 아랑곳않고 자신을 찌른 기사에게 손을 뻗어 무어라 중얼거려 보지만
이미 바람새는 소리만이 처량할 뿐 말은 나오지 않았다

다시 황금의 바늘검이 연이어 허공을 가르자 황금나무의 풍양과도 같던 그 머리칼이 대번에 썩뚝 잘려나가고 반신의 살점들이 후두둑 바닥에 떨어진다
희고 매끄럽던 살결은 허공을 달리는 검의 궤적대로 죽죽 찢기어 피에 젖었으며

벌건 속살이 여기저기서 피부껍질을 비집고 미어져 나온다


그로부터 피와 기름, 머리카락으로 번들대는 황금의 검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말 그대로 "오금이 저리도록" 반신의 육신을 능욕하고 나서야 비로소 바느질을 멈추었다

잠시 넋을 놓고 끔찍한 꼴을 바라보던 아리따운 여기사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듯 황급히 앳된 반신의 육체를 안아들었으나

무구한 황금의 혼은 이미 떠난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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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 차가운 바닥, 피웅덩이 사이로 간신히 형체를 알아볼 수 있도록 꿰매어진 반신의 육신.

그 앞에 꿇어앉은 금발의 여기사.
"아...아아...아....."

"미켈라님...죄송해요...아아......내가 무슨 짓을.... 미켈라님 제발 눈 좀 떠보세요 제발...


이윽고 그 참회는 참언으로 뒤바뀌며-

"아니야...아니야! 이건 당신이 나빴던거야!! 대체 왜, 왜 날 떠나려 들었던 건데요! 여기서 함께 행복하게 지내면 이럴 일 없었잖아요!!!! 아아아악 아아아아아 제발!!!!! 아아아아아아!!!!"


-길게 이어진다.
비틀린 사랑이 애꿎은 유혹을 죽이듯, 긴 여운을 남기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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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보고 꼴려서 빠르게 한편 찍 쌌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