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다여.”
저 볼을 좀 보라. 쿡 누르면 쏙 들어갔다 다시 튀어나올 것만 같이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워 보인다. 마리카의 젖처럼 뽀얗고 하얀 저 볼을 한번 잡아당겨 보고 싶다.
“레다여.”
제 어미를 쏙 빼닮아 무구하게도 아름답구나. 찬란한 금발은 허리께까지 풍성하게 내려오는도다. 그 머릿결을 작은 손으로 깊는 너를 그려 본다. 사랑스럽기 그지없게도 너는 거울 앞에 앉아 머리를 땋고 있다. 황금의 화관을 머리에 쓴 너의 이름은 미켈라, 오 나의 미켈라 . . .
눈앞까지 치달아온 금빛이 그녀의 상념을 끊는다. 감미로운 향기를 따라 눈을 아래로 내려 본다. 그녀의 아래에는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를 아름다운 반신이 서 있다.
“이제야 나를 보는구나.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고 있었느냐? 네가 감히 나를 앞에 두고서-”
장난스럽게 볼을 부풀린 미켈라는 그녀의 가슴을 향해-기실 거의 배쯤이였으나-고양이처럼 머리를 부딪혀 온다.
“응? 응? 지루하였던가? 정말로 불경하구나. 레다여, 마음 아프지만 너의 불충함을 벌할 수 밖에 없구나. 내가 집중하라 명했거늘 이렇듯 한눈을 팔다니. 에잇! 에잇!”
땋은 머리카락을 잡고 키발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간질인다. 엘데에서 가장 좋은 붓으로 간지럼태워질 수 있는 호사는 길고 긴 여정 동안 신의 오른편을 지킨 자만이 누릴 수 있는 영예일 것이다.
“아, 하하하! 간지럽습니다, 미켈라시여! 제 실수를 그만 용서하여 주십시오!”
“어림도 없다. 이 녀석, 너처럼 패역한 기사는 두 배로 벌하리라-”
양손에 땋은 머리를 쌍수로 들고 온몸을 이곳저곳 간지럼피운다.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쉴 세 없이 몰아치는 공격에는 숙련된 전사인 레다마저 저항할 수 없었다.
“레다여, 이래도 항복하지 않을 것이냐? 이래도? 응?”
“항복, 항복입니다. 완전 항복! 미켈라 님께서 이기셨습니다.”
“후우...후우...역시 나의 기사구나.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잘 알고 있어.”
놀이의 열기로 가득 달아오른 얼굴이다. 꽤나 힘들었던지 허리를 숙이고 헉헉거리며 이상한 사족을 지껄인다.
미켈라와 레다는 서로 잠시 흐뜨러진 옷을 고치는 시간을 가진다. 둘의 호흡이 진정되기까지는 조금 시간이 걸리리라. 헐떡이면서, 레다는 펄럭이며 열을 내보내는 얇은 천을 바라본다. 눈이 마주치자 천진하게 지어오는 밝은 웃음! 그녀는 분명 만족스럽다. 지금까지 넘어온 수많은 죽음의 고비가 헛되지 않음을 느낀다. 이 귀여운 소년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 . 그렇게 생각한다.
“레다여.”
“예. 미켈라님. 잘 듣고 있습니다.”
“아까 못했던 이야기를 마저 하고자 한다.”
옷을 고쳐 입은 그의 눈빛은 사뭇 다르다. 어딘가 결연해 보이는 눈동자를 하고 있다. 하지만 영원히 앳된 그 눈이 띄고 있는 결연함은 레다를 웃음짓게 한다.
이 날들이 영원했으면, 하고 레다는 속으로 생각한다. 이내 입가에 떠오르는 미소를 가까스로 참으며 미켈라 앞에 기사처럼 무릎을 꿇고 눈을 맟춘다.
“바늘의 기사 레다, 미켈라님의 뜻을 듣기를 청합니다.”
레다는 천천히 고개를 숙인다. 미켈라의 발에 입을 세 번 맞추어 삼배의 예로 신의 전언 듣기를 청한다.
“레다여, 그대는 충분히 많은 피를 흘렸다. 이 그림자가 드리운 땅에서 너는 네 소명을 다하였음이라. 이제 그대는 속히 성수로 돌아가 내 누이를 보좌하여 그 땅에 사는 모든 생명을 지키도록 하라. 하나하나를 모두 나와 같이 생각하며 소중히 할지어다.”
여기까지 말하고, 쭈뼛쭈뼛 얼굴을 붉힌다. 눈을 직접 바라보지 못하고 오른편으로, 왼편으로 돌린다. 한 걸음 사뿐히 다가오며 숨을 크게 들이쉰다.
“그대가 나를 구하였으므로, 나도 그대를 구할 것이다. 이 나뭇가지를 네게 주겠다. 단 한 번, 틈새의 땅과 그 바깥의 모든 하늘과 땅에 사는 모든 산 것과 죽은 것 중에 그대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없게 될 것이다. 그대는 이를 잘 알고 때에 맞추어 행할지어다.”
하얀 손이 레다의 양 볼을 잡는다. 고개를 아래로 하자 금빛 휘장 드리우고, 두 사람의 얼굴은 그 속으로 사라진다.
한참 후, 참았던 숨을 토해내는 소리가 들린다. 이는 하나에게는 권능을 버리는 울림소리요 또 하나에게는 권능을 전해받는 울림소리라. 두 사람은 얼굴을 완전히 새빨갛게 하고 있다.
“감사합니다. 레다는 이 축복을 죽는 날까지 가슴에 품고 살아가겠습니다. 미켈라님이 돌아오실 그 날까지 성수에 단 하나의 적도 발을 딛지 못할 것입니다.”
미켈라의 눈썹이 위로 향한다. 그는 조금 놀라 보인다. 힘이 빠진 몸으로 일어서려다 살짝 엉거주춤한 자세다.
“돌아가다니? 나는 돌아가지 않는단다. 이제 틈새에 내 운명은 있지 않아.”
레다,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귀는 무슨 음성을 들었지만 그것은 그저 한 귀에서 한 귀로 뚫고 나갔을 뿐, 전혀 알아듣지 못했다.
“황송하지만 잘 듣지 못하였습니다. 다시 한 번만 말씀해 주십시오.”
“말 그대로다. 나는 에브레펠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야.”
어안이 벙벙함도 잠시, 눈이 경악과 혼돈으로 물든다. 방금까지의 애틋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고 파문이 요동친다. 이 상황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눈치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어째서 돌아오지 않으십니까.”
“틈새에서 뜻한 것이 이곳에서 이루어졌으므로 나는 돌아가지 않는다.”
혼비백산하여 숫제 절박한 사람의 목소리로, 애걸하듯 말을 겨우겨우 짜낸다.
“허나 백성들은, 어리고 약한 자들은 어찌합니까? 그들에게는 아직 미켈라님이 필요합니다.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
“내 뜻은 이미 확고함이라. 에브레펠의 사람들은 내 누이가 돌볼 것임이야. 너는 가서 내 누이를 도와 함께 백성들을 돌보도록 하라. 너를 보냄은 내가 가지 않음으로 인해서임이다.”
앳된 얼굴을 슬쩍 엿보니 바위 같은 다짐이 굳게 배어 있다. 가장 강한 곡괭이를 가져온다 한들 이 바위는 뚫지 못할 것이다.
“미켈라여, 우리를 버리시나이까? 정녕 우리를 버리시고 떠나시나이까?”
레다는 서서히 일어선다. 그녀는 패닉했다. 발이 떨려 팔까지 써가며 숫제 짐승처럼 네 발을 놀려 미켈라의 발치로 기어간다. 엎드려 울며 그의 다리를 끌어안는다.
“안 됩니다. 절대로 안 됩니다. 미켈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우리를 버리고 어디로 가시나이까? 상냥하신 마음 한번 돌이켜 우리를 가엾게 여기소서. 가진 것이라고는 당신의 빛뿐인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
미켈라는 아까와 같은 사람이라 믿을 수 없도록 냉엄한 얼굴이다. 발을 올리려 한다. 하지만 성인 여성의 근력은 그로써는 대적하기 난감한 것이다. 자꾸 발을 빼내려 한 끝에 땅바닥을 구르고 만다.
“그만-그만-그만하라. 너와 나의 인연은 여기까지야-아악!”
“이익, 놓거라! 왜 이리 귀찮게 구느냐? 아름답게 끝내는 것이 너에게 더 좋은 것을! 이만 놓아라. 너와 허비할 시간이 없다. 나는 보러 가야 할 사람이 있단 말이다.”
예전의 상냥하고 사근사근했던 기색은 이제 흔적조차 없다. 정이 떨어졌다는 눈빛-짜증이 몸짓 하나하나에 가득 설려 있다. 쏘아보는 눈빛이 레다의 가슴을 창처럼 파고든다. 이것은 치명상이다. 숫하게 싸웠건만 이토록 심하게 상처입은 날은 없었다.
“읏. . . 잡지 마라고!”
퍽-마구 버둥치던 미켈라의 발이 레다의 턱을 강타한다. 일순 정적. 레다는 뒤로 나자빠진 채 하늘을 보고 누워 있다.
“저. . . 레다?”
침묵을 깬다. 가까이 다가가 허리를 굽히고 부축하려 든다.
“미안해, 그러려고 한 건 아니였어. 바지가-바지가 내려갈-”
일순간에 미켈라의 하늘이 돈다. 올려다보는 레다의 얼굴은 무섭게 일그러져 있다. 몸을 움직이려 해 봐도 팔을 완전히 제압당해 옴짝달싹 할 수 없다.
“레다, 아파. 이것 좀 풀고 이야기하자. 응? 내가 미안하다니까.”
팔을 잡았던 손을 놓는다. 이 어린 신의 얼굴을 뜯어보듯 감상한다. 몹시 놀라고 두려워하는 표정이다. 식은땀이 뺨으로 흐르고 있다. 입은 비위를 맞추려는 듯 웃고 있지만 눈은 공포와 근심을 숨기지 못한다. 비굴한 신이다! 내가 지금껏 섬겨왔던 신의 얼굴을 보라. 그야말로 내 눈치나 보는 나약한-나약한 소년에 불과하구나.
“미켈라님. 에브레펠로 돌아가요.”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끼워 넣어 미켈라를 일으킨다. 발이 공중에 뜨게끔 들어 올려 눈높이를 맞춘다.
“그게, 그건 말이지, 좀 복잡해 . . . ,”
말끝을 흐리고, 눈을 피한다. 이제야 알겠다. 이 애늙은 신은 몹시도 간교하다. 당초부터 꿀 같은 소리로 속여넘길 심산으로 가득했던 것이다.
뻑-공중에 띄운 채로 배에 주먹을 꽂아넣는다.
“꺽 . . . 끄흑 . . . 힉 . . .”
바닥에 던지자 먹은 에스트를 전부 토해낸다. 곰벌레처럼 몸을 말고, 배를 부여잡고 괴로워하고 있다.
“괴로우신가요?”
힘겹게 레다를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날아오는 것은 냉혹한 발길질.
“괴롭다고? 내 마음은 이것보다 훨씬 괴로웠어! 당신을 위해 수백의 죽음을 거쳤는데, 살이 찢기고 뼈가 부서지는 괴로움을 참았는데! 그런데도 당신은! 당신은 . . .”
발로 미켈라의 머리를 밟고, 주머니에서 유혹의 나뭇가지를 꺼낸다.
“나를 이렇게 저버리신 당신이 나쁜 거예요. 당신이 먼저 잘못한 거야 . . .”
나뭇가지의 끝을 살에 대고 쇄골에서부터 천천히 올라온다. 미켈라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경악한다.
“그만, 그만해! 갈게. 간다니까! 에브레펠로 돌아갈 테니까, 제발 멈춰!”
어깨, 목, 턱, 뺨. 이제 바로 관자놀이에 있다. 귓바퀴를 따라 살살 돌린다.
“미켈라 님. 아무 걱정 마세요. 자고 일어나면 다 끝나 있을 거예요. 그냥 귀 청소를 한다고 생각하세요.”
레다 힘을 주어 밀어 넣는다. 반신의 몸은 경련하다 축 늘어진다. 그런 그를 안고 레다는 떠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켈라의 성수에는 그 주인이 돌아왔다. 말레니아는 돌아온 오라버니를 온몸으로 기뻐하며 맞이했다. 암울한 기다림만이 이어지던 에브레펠에는 오랜만에 축제의 분위기가 감돌았다. 기사부터 졸병까지 모두가 성배병을 부딪히며 노래하고 환호했다. “기뻐하라, 영광스러운 소식을 전하노니, 우리 신께서 우리와 함께 거니신다. 미켈라께서 돌아오셨다!”
성채의 최상층에는 미켈라의 방이 있다. 스윽-스윽-고운 금빛 머리를 빗이 스치는 소리. 화장대의 거울에는 두 인영이 비친다.
“아아. . .정말 아름다워요. 정말로 사랑스럽습니다.”
가만히 뺨을 쓰다듬는가 하면, 뒤에서 끌어안고 머리를 묻고 비비적대기도 한다. 머리카락을 한 줌 집어 손바닥에 올려놓는다. 빛에 비춰 머리카락이 황금으로 반짝댄다. 황금의 주인은 가만히 인형처럼 그 손길을 받아들이고 있다. 저항은 없다.
끼익-의자를 돌려 마주보게 한다. 무서우리만치 아무 반응이 없다. 레다는 다시금 빗질을 시작한다. 빗은 정말 특이한 나무로 만들어진 듯 하다. 빗을 두피에 닿게 깊게, 아주 깊게 찔러 넣으면서 머리를 빗는다.
“레다, 아파.”
하얀 얼굴에 다시금 생기가 돌아온다. 샐쭉하니 약간 부루퉁한 얼굴이다. 잘 보면 왼뺨도 살짝 부풀어 있다.
“아, 죄송합니다. 아프셨나요?”
“그으래. 이놈, 감히 옥과 같은 나의 몸에 흠집을 내다니. 벌이 필요하겠구나!”
둘은 서로를 마주본다. 그 순간, 그들은 마음에 가득 차는 사랑을 깨달으면서, 손에 든 것을 모두 던지고 뛰어나가서 서로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이놈 저놈 하며 뺨을 물어뜯으면서 함께 이리저리 침대에 자빠져서 뒹굴었다.
둘 모두 지치고 상황이 소강 상태에 일렀다. 미켈라는 몸도 약한 주제에 이리저리 힘을 써서 그런지 약간 몽롱해 보인다.
“레다, 나 졸려. 항상 하던 대로 나 좀 재워줘.”
레다는 배시시 웃으며 미켈라의 손을 잡는다. 샤워실에서 그를 씻기고, 머리를 말려주고, 다시 단정하게 빗는다. 일전의 일로 헝클어진 침대를 마저 정리하고 둘은 함께 침대에 든다. 미켈라는 레나의 품 속에서 거의 꿈 속에 들어가 있다.
“미켈라님, 주무세요. 자장가를 들려드릴게요.”
미켈라 님께서는 나를 사랑하고
나에게 사랑 받는 것밖에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분도 오리고 나도 어렸답니다. 이 성수의 꼭대기에서・・・・・.
울려퍼지는 자장가를 들으며 미켈라는 꿈의 나라로 떠났다. 그들은 영원히 앳되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전한다.
필력 미쳤노
헤헤 거마워
오..
캬 시발 이거거던
레다 멘헤라 얀데레 속성은 진짜 꿀맛이네
프롬-롤리타 ㄷㄷ
진엔딩 미식이거든요
고추가딱딱해졌어 - dc App
옛날 조아라 웹소 느낌의 필체네 재밌다
오...이거 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