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C의 가장 큰 문제는 터무니없이 높은 난이도도 아니고, 불쾌할 만큼 복잡한 맵 구조도 아닌, 자연스러운 성장 유도 메커니즘의 부재라고 생각한다.


DLC 보스들을 제대로 상대하기 위해서는 DLC만의 특수 성장 시스템인 그림자 가호 레벨을 최대한 높여야만 한다. 그러나 그림자 가호 레벨을 올리기 위한 재료(그림자 나무 파편)들은 개같이도 넓고 복잡한 그림자 땅 전역에 흩뿌려져 있다. 문제는 유저들이 본편에서 플레이하듯 맵을 따라 자연스럽게 플레이하다보면 그림자 나무 파편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존나게 강력한 보스를 만나게 된다는 것이다(심지어 최종 보스마저도 전 맵을 다 뒤질 필요 없이 만날 수 있음). 유저들은 개같이 강력한 보스들에게 몇 시간 내내 처맞고 나서야 눈물을 흘리며 어쩔 수 없이 그림자 파편인지 뭔지를 찾아 필드를 샅샅이 뒤지게 된다. 그런 상태가 되면 그림자 땅의 입체적이고 복잡한 구조는 탐험의 즐거움을 주는 게 아니라 내가 보스 트라이를 하지 못하게 막는 장애물이 될 뿐이다.



엘든링 본편은 오픈 필드임에도 무엇을 먼저 해야 하고, 어딜 먼저 가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인도한다. 또한 강한 보스의 벽에 부딪혔을 때에도 유저들은

1. 될 때까지 계속 박거나

2. 오픈필드 답게 보스를 스킵하고 다른 필드를 돌아보거나

3. 영체나 무기 세팅을 바꿔 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게 시스템적 안배가 되어 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결국엔 전부 극복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따라서 소울라이크 게임에 익숙한 유저도, 익숙하지 않은 유저도 자신의 플레이 성향에 맞게 각자 다른 선택을 하면서 플레이를 이어나갈 수 있으며 결국에는 모든 유저들이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엔딩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 나에게는 정말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그러나 DLC에는 이러한 유려하고도 자연스러운 엘든링 식 튜토리얼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자신이 추구하는 즐거움을 느끼며 엔딩을 볼 수 있는 본편과는 정 반대로 DLC에서는 특정 선택(대표적으로 무지성 보스 트라이)을 했을 때에 얻게 되는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결국 '내가 원하고 좋아하는 방식대로는 클리어가 불가능하다'라는 눈물서린 꺠달음만 얻게 되며, 그 순간부터는 내가 원하지 않는 무언가를 선택할 수 밖에는 없다. 누군가에게는 봉인해두고 쓰지 않았던 사기 무기가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영체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탐험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선택들은 유저가 진심으로 바랐던 것이 아닌 시스템에 등떠밀린 피동적 선택일 뿐이며 이 선택을 통해 어려웠던 난관을 극복한다 한들 유저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짜릿한 도파민이 아닌 찝찝한 회한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DLC를 가장 이상적으로 즐길 수 있는 방법은 '게임에서 제공하는 서사를 적극적으로 찾아나서는 방법'이다. 즉, 플레이어는 그림자의 땅에 들어선 순간부터 '개좆같은 미켈라새끼가 도대체 어디갔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마치 탐정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그 흔적을 찾아 나서야 한다. 실제로 게임 내 존재하는 빛 바랜 자 NPC들은 플레이어가 미켈라의 흔적을 찾는 데 제법 큰 도움을 준다. 그리고 미켈라의 흔적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막혔던 길이 열리고, 다음 지역으로 향하는 길을 발견하게 된다. 따라서 탐험을 즐기고 엘든링 서사에 깊게 관심이 있는 유저들은 DLC를 제법 재미있게 즐겼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엘든링을 하며 게임 내 서사를 알아가는 재미로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미켈라가 누군지도 기억이 가물가물 할 것이며 DLC를 클리어한 유저들도 DLC 엔딩을 본 후 그냥 그런갑다~ 라고 생각할 뿐이지 서사를 깊이있게 이해하며 게임을 진행한 유저는 정말 드물다. 때문에 유저들에게는 그림자 땅에서 빛 바랜 자를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인 '미켈라라는 데미갓의 미스테리한 사연'이 그저 상호작용 버튼을 연타하여 스킵하는 지나가는 NPC와의 대화 정도로밖에 치부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보스의 무자비한 패턴, 반응하기 어려운 빠른 속도의 연속 공격, 구르기로는 파훼가 불가능해 보일 정도의 억까 패턴 같은 부분은 개인적으로 용납이 가능하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엘든링 전투 시스템 상 캐릭터 스펙이 높아질수록 난이도를 조절하기 어렵기 때문에 구르기만으로 대처가 불가능한 패턴을 넣는 것 자체는 (좆같긴 하지만)용납할 수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유저 역시 레벨이 높아짐에 따라 공격력을 올리는 주 스텟보다 체력과 지구력에 스텟을 투자하는 것이 효율 상 자연스러워지기 때문이다.


다만 내가 DLC에서 실망한 부분은 <탐험 - 그림자 파편 입수 - 보스전> 이라는 자연스러운 흐름이 제대로 세팅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유저들은 오히려 <보스전 - 그림자 파편 입수 - 탐험> 의 순서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되고, 탐험의 과정 자체가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게임을 즐기는 방식이 아닌 '내가 보스에게 부당하게 처맞지 않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법'이 되는 것은 해당 DLC가 가진 가장 아쉬운 점이라고 본다.


엘든링은 '어떤 방법을 선택하든 각각 나름의 재미를 느끼며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이 DLC에 와서 사라진 것은 오픈런 이후 대방패 플레이를 통해 클리어한 유저들에 대한 격렬한 부정적 반응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본편과 달리 DLC는 대방패를 쓰든, 영체를 쓰든, 마법을 쓰든 어찌 됐든 다양한 방법으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