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보니마을에서의 경험담입니다만

제 이야기를 믿으시든, 악의적인 어그로로 치부하시든 그건 전적으로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의 자유입니다.


다만 여러분들께서는 '어디선가 이런 일도 있을 수 있겠구나' 하고 조심하시어 부디 저와 같은 경험을 겪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조심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8년 전, 때는 무더운 여름이었습니다.


지금은 다른 회사로 이직한지 꽤 되었으나 당시의 저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법할 회사(편의상 이하 S사라 칭하겠습니다)의 임직원으로서 관광유치 목적의 건설투자 프로젝트 중 하나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이미 포화상태에 가까웠던 국내 관광 시장의 상황으로 인해 당시 저희 S사의 운영방침은 가까운 해외의 아직 개발되지 않은 잠재적 관광명소를 발굴하여 투자·관광객 유치를 추진함으로써 지자체와의 상부상조성 장기적 수익모델을 구축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프로젝트의 헤드 디렉터였던 제게 약 8곳 정도의 후보지가 주어졌고 그 중에서도 저는 보니 빌리지 - 최근 유명해진 보니마을의 전 이름입니다만 당시에는 분명 "보니 빌리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의 독특한 전통과 관광객 친화적 체험 사업이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 생각하여 부하직원과 직접 사전답사를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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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마을에 대한 첫 인상부터 그리 좋지는 않았습니다.

고립된 채로 떠있는 특이한 지형 탓인지 마을에 출입할 수 있는 방법은 마을로 이어진 흔들다리 하나 뿐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당시 저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마을의 첫 인상만으로 모든 걸 판단하는 것은 프로답지 못한 행동이라 생각했고 그대로 마을로 발을 내디뎠습니다.


그 뒤에 얼마나 후회하게 될 줄 모른 채로 말이죠...







이윽고 마을로 들어가자 마을 분들과 이장님께서 저와 제 부사수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여러 어르신들의 인자한 표정과 호탕한 너털웃음까지, 마을에 대한 첫 인상을 전부 날려버릴 정도의 인심에 기분이 좋아지며 이 곳을 고르기를 잘했다는 확신이 들더군요.


저희는 바로 이장님의 안내를 따라 마을을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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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사전 브리핑과 분석 보고서에서도 언급되었던 "다수의 항아리를 적절히 이용한 마을의 경관"이 상당히 흥미로운 곳이었습니다.

저희가 일상에서 쓰는 항아리와 생김새는 비슷하나 크기는 훨씬 거대하더군요.


마치... 사람이 들어가도 될 정도로요...


하지만 그때는 그저 처음보는 광경에 그런 생각은 하지 못했고 왠지 신이 난 듯 이곳 저곳을 가리키며 제게 대단하지 않냐고 떠드는 부사수 녀석을 진정시키기 바빴습니다.


그리고 저녁 즈음, 마을이 그리 크지 않았기에 초벌 답사 및 경관 분석이 예상했던 것보다 하루 일찍 끝난 관계로

이장님과 마을 분들께서 저희를 위해 열어주신 저녁 잔치에서 후배와 함께 한잔 두잔 나누며 만찬을 즐겼습니다.


특히 어르신들께서 마을 토착 요리라며 추천해주셨던 검은 국물에 졸여낸 "전갈조림"이라는 음식만큼은 지금도 가끔 떠오를 정도로 입에 맞았기에 꽤나 많이 집어먹었습니다만 그야말로 이 전갈조림이 제 목숨을 구하게 되었더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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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는 취기때문에 살짝 짭조름한 정도로 느꼈지만 실상 전갈조림은 꽤나 염분이 많이 들어간 요리입니다.


그렇게 짠 요리를 많이 집어먹은 데다 취중에 잠이 드는 바람에 자리끼도 구비해 놓지 않았으니 밤중에 목이 말라 깨는 것은 예정된 일이었겠죠.


약 새벽 세 시 반 즈음, 목이 타 물을 찾으며 일어난 저는 제 옆자리에 누워있어야 할 후배가 없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잠시 화장실에 갔나 싶어 후배가 돌아오면 혹시 물 마실 곳이 어디인지 물어보기 위해 비몽사몽 기다리고 있었습니다만


시간이 아무리 지나도 후배가 돌아오지 않는 겁니다.


뭔가 이상해서 조용히 방문을 나서려던 그 때, 옆방에서 소곤소곤 숨죽인, 그러나 화를 꾹 참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오더군요. 후배의 목소리였습니다.


"아이씨, 아부지. 안된다고오. 내가 이번에 응? 어떻게 저 냥반을 여까지 끋고왔는디 저걸 또 항아리로 담근다고야?"


그리고 마찬가지로 숨죽여 후배와 대화하고 있는 사람은... 놀랍게도 이장님이었습니다...


"이런 씨부랄, 아야, 느가 저 종자들을 몰라서 그래야. 외지인 믿었다가 무슨 사달이 날라꼬, 아직도 정신을 못차렸으야?"


"아이 아부지, 내가 은제 저것들을 믿자 혔소? 저것들은 씨레기같은 것들이어도 저것들 돈은 돈 아니요? 저 돈으로 우리 마을 발전시켜서 더 좋게 좋게 키워보자는 기 아니요, 아 답답하구로 어째 말을 그리 못알아들으시요."


"....그라믄 니가 내일 저것 좀 붙들고 있어봐야. 나가 마을 으르신들이랑 회의를 좀 해볼랑께 니가 시간 좀 벌어라.

대신 마을 회의에서도 안딘다 가믄 니도 군소리 말어야. 저것은 깍둑깍둑 썰으서 항아리로 들어갈 것잉께."


"하유...내 이 노친네들 깝깝해서 진짜... 알았소. 대신 나랑 약속하나 해주쇼."


"뭐를 말이다냐?"


"아이씨 당연히 내 다음 회사 말요. 저 냥반이 나랑 단둘이 여 왔는데 나만 돌아가믄 내가 의심을 받겄소? 안받겄소?

저이 호필이 아재 회사여도 괜찮응께 내 거따 좀 꽂아는 주쇼. 내가 저기를 어띃게 들어갔는디. 에이, 씨"


"알었다. 느 고생한 건 다 알제. 아부지가 더 좋은 데다 꽂아줄테이끼니 걱정은 하덜 말어."


여기까지 숨죽여 듣던 저는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대화인지, 저 이장님과 같은 말씨로 능숙하다 못해 마치 이곳에서 나고 자란 듯 대화하는 후배가 제가 알던 그 사람인지조차 헷갈릴 지경이었습니다만


직후 옆방 문이 열리는 소리에 저는 얼른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자는 척을 했습니다.


곧이어 방문이 조용히 열리고 후배가 들어오길래 자는 척 코를 골며 실눈을 떠 살짝 보고 있자니


후배가 저를 위아래로 훑어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더니 낮은 목소리로


"에이, 씨. 부장님요, 다 들었지요? 인자와서 자는 척은, 킥킥. 안자는 거 다 아니까 일어나시요."


마치 피가 얼어붙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만 내색하지 않고 계속 코를 골며 자는 척을 하자 후배는 다시


"아유 나도 참말로, 자는 사람갖고 무신 지랄이래. 하아. 회사에서 짐도 못빼왔는디 싹 새로 사야 쓰겄구만..."


하며 마치 장난이었다는 듯 멋쩍게 웃고는 제 옆자리에 다시 누워 잠을 청하더군요.


후배가 다시 잠에 든 것을 확인하고는 간밤에 엿들었던 대화를 곰곰이 곱씹어 보았습니다만


'아부지...? 담가...? 항아리...? 설마...'


대강의 추론이 끝날 즈음에는 이미 날이 밝기 시작한 뒤였습니다.


어제 잔치에서 먹다 남았다는 전갈 조림과 여러 메뉴들이 아침으로 나왔으나 전날과는 달리 전갈조림에도 손이 가질 않더군요.


먹는 둥 마는 둥 아침 식사를 마친 저는 간밤에 세워두었던 계획 대로 후배와 함께 마을로의 추가 진입로 건설계획에 대해 구상해보도록 하겠다며 마을 어귀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후배와 함께 걸어가며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나랑 그렇게 친했던 후배인데... 지금이라도 사실대로 얘기하고 어제 그게 무슨 말인지 물어볼까',

'어쩌면 내가 오해 한 걸 수도 있지 않을까' 등등


생각에 빠져 말없이 걷고 있자니 후배가 제 눈치를 살피더군요.


"아이 부장님 어제 과음하셨나 보네, 근데 진짜 여기 음식이 맛있긴 하더라구요. 술도 쭉쭉 들어가는게 아유~"


어제와는 달리 완벽하게 평소와 같은 말투로 이야기하는 후배를 보고 있자니 소름이 올라오는 것을 내색하지 않으려 온 신경을 집중했습니다.


"어...맞어 맛있더라... 특히 그 전갈 조림 그거"


"이야~ 역시 우리 부장님! 나랑 입맛이 똑같으시다니까-----"


그때, 평소처럼 제게 능청을 떨고 있는 후배의 뒤로 마을에 가득하던 항아리들 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잠시만, 잠깐 비켜봐"


"에? 부장님 왜그러세요?"


제 눈에 들어왔던 항아리는... 깨져있었습니다.


그리고 햇빛이 모퉁이가 살짝 깨져있던 항아리를 비추자 그 안에 들어있던 것은...



사람의 얼굴이었습니다.


이미 짓무를 대로 짓무른 데다 싯누런 고름으로 뒤덮여있어 쉽사리 알아보기 힘들었지만 딱 하나, 제가 그 고깃조각이 사람이라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붉은 살점 덩어리에 씌워진 흘러내린 안대 너머로 보였던 사람의 눈... 마치 백내장이 온 듯 희뿌옇게 안개가 낀 그 눈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조용히 바닥에 떨어져있던 깨진 항아리 조각을 챙겼고...


그대로 일어나 왜 그러냐며 제게 다가오던 후배의 머리를 내리쳤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이후의 기억은 그리 선명하지 않습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고함소리를 피해 미친듯이 달리던 기억,

수없이 늘어선 항아리들의 표면에 반사되어 춤추던 아침햇살 등...


그렇게 어느 순간 기절했다가 다시 눈을 떠보니 저는 이미 수도 로데일의 병원 침상 위에 누워있더군요.


나중에 듣자 하니 제가 핵심 MOU 체결서류를 두고 오는 바람에 제가 출발한 다음 날, 본사에서 서류를 전달하기 위해 사람을 보냈고 운 좋게도 그 분이 모스 폐허 근처에 기절해있던 저를 발견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보니 빌리지에서 가까스로 탈출할 수 있었고 이후 제 이야기를 전해들은 도읍 기사단이 수사에 착수해 지역 지자체에 협조를 요청하였으나 제 후배를 찾기는 커녕 그림자의 땅으로의 입국비자조차 받지 못한 채 수사가 종결되었다고만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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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혹여 보니 마을에 가실 일이 생기신다면...



부디 한번만 더 생각해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