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든링 DLC가 스토리 관련해서 욕 먹는 핵심 이유는
시작점이자 핵심 인물인 미켈라의 서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서 임.
나 같은 스토리 덕후도 처음 할 때는 얘가 왜 이러지 싶었으니 이건 확실히 잘못 만들어진 게 맞음
그런데
잘 못 만들어졌다는 게 인게임의 연출 등의 요소로 유저경험까지 잘 전달되지 않았다는 의미지, 미켈라의 캐릭터성이나 행적 자체가 무리수였던 것은 아님.
즉, 스토리 자체는 좋았는데 그걸 인게임에서 잘 전달하는데에 문제가 있었다고 나는 판단함.
어차피 게임은 나왔고 게임의 평가는 유저들 각자가 하는 거지만
이왕 산 게임 좀 더 스토리에 깊이 몰입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있으면 한번 쯤 읽어보고 즐겨줬으면 좋겠어.
1. 엘든링과 마리카에 대한 이해
미켈라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엘든링 세계관의 독특한 점 몇 가지를 알 필요가 있어.
1) 옛날에 엘데의 짐승이라는 신격이 우주밖에서 위대한 의지의 인도에 따라 틈새에 땅에 떨어졌으며 엘데의 짐승은 틈새의 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거대한 시스템 "엘든링"을 만듦.
2) (DLC에서 풀린정보) 무녀였던 마리카는 엘데의 짐승과 교감하여 유사 신격을 얻어 엘데의 짐승의 화신 비스무리한 존재가 됨.
3) 마리카는 전사 호라 루를 반려로 맞고 호라루는 고드프리라는 이름의 왕이됨. 그리고 엘든링에는 황금률이라는 법칙을 새김(어느쪽이 먼저였는지는 불명)
이게 엘든링 세계관의 시작 점인데 여기서 중요한 숨겨진 포인트가 있어.
엘든링이 정상 작동하려면
신+왕 이 결합한 형태로 존재해야 한다는 거.
엘데의 짐승의 무녀인 마리카가 유사신격을 얻었다고 했자나? 그런데 왜 굳이 호라루(고드프리)를 반려로 맞았을까?
뭐 그냥 처녀가 결혼하고 싶었을 수도 있지. 그런데 그 고드프리를 모종의 이유로 추방한 후.
카리아라는 강적과의 화친을 위해 레날라여왕과 정략 결혼했던 라다곤을 파혼시키고 그 라다곤과 다시 결혼을 해. 이거 굉장히 무리수였지. 심지어 라다곤의 정체를 안다면 더더욱.
그러다 적장자 고드윈이 죽고 마리카는 엘든링을 파괴해 버리지.
여기서 또 중요한 참고사항이 있는데 본편 중반까지 플레이어는 물론 엘데의 짐승을 섬긴다는 두 손가락 마저도 파괴된 파편(거대한 룬)을 두 개 이상 모으면 엘든링에 접촉이 가능할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빛 바랜자가 엘든링이 보관된 황금나무 심부로 갔을땐? 황금나무가 접촉 자체를 거부하지. 이 때 두 손가락은 당황을 해.
두 손가락이 엘데의 짐승을 섬기고 교감한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이 거부는 엘데의 짐승의 의지가 아니라는거지. 그럼?
마리카밖에는 없어.
최소한 이 시점에서 마리카는 엘데의 짐승의 무녀지만 엘데의 짐승과 다른 길을 가고 있다고 봐야 되.
미켈라의 행적을 이해하기 위한 엘든링과 마리카의 설정이 이렇게 요약할 수 있어.
마리카는 엘데의 짐승이라는 신격의 무녀로 유사신격을 얻음.
엘든링이 정상 작동하려면 신+왕 이 결합한 형태로 존재해야 함.
마리카는 본편시점에서 이미 엘데의 짐승과는 별개의 독자적인 노선을 가고 있음.
2. 본편 이전 및 본편 까지의 미켈라.
마리카가 엘든링을 파괴하기 이전에, 그러니까 황금률시대의 미켈라는 영마 토렌트를 타고 틈새의 땅 이곳저곳을 여행하기도 하고 백은족 등 핍박받는 사람들을
도와주기도 하고 성녀 트리나라는 이름으로 틈새의 땅 곳곳에서 선행을 베풀었던 선의 상징이었어. 지금 DLC를 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괴리감이 심하지? 그렇지만 이건 단순히 게임상의 사건 한두개가 아니라 세계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증거야. 엘든링 붕괴 이전의 미켈라는 분명히 틈새의 땅 선의 상징이었음.
그러다 마리카가 엘든링을 부숴버리고 파쇄전쟁이 일어나.
그래서 난다 긴다 하는 놈들은 전부 새로 엘든링에 자기가 원하는 룬을 새기려고 눈이 돌아갔지.
여기서부터 미켈라의 특징적 움직임이 시작되.
황금률이 파괴된 이후 미켈라는 황금률을 대신할 새로운 룬을 엘든링에 새기는 대신,
엘든링을 대신할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려고 하지.
성수 프로젝트야.
황금나무 및에 엘든링이 깃든 것처럼 황금나무- 엘든링과 유사한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면 틈새의 땅의 혼란도 빠르게 정리될 수 있을 테니까.
결과적으로 이 프로젝트는 실패해. 본편 시점에 알려지기로는 라단이 별을 붙들고 있어 의식을 진행할 수 없다 보니 라단을 정벌해야 했고 말레니아 원정군이 라단과 양패구성에 가까운 결과를 내는 사이에 모그에게 납치당했다고 알려졌는데 어쨌든 성수는 자라다 말고 썩어들어가기 시작했고 미켈라 본인은 행방불명되지.
핵심은 모두가 엘데의 왕에 정신이 팔려있는 동안에도 미켈라는 그 너머를 보고 있었다는 거야.
황금률을 복원하느냐, 새로운 질서를 새기느냐 일단 싹 불태워버리고 다시 시작하느냐.... 빛바랜 자를 포함해서 틈새의 땅의 모든 경쟁자들은 어떻게든 엘데의 왕이 되어 자신이 새로운 정권을 가지고 싶어했지만, 미켈라는 정권변경이 아닌 체제변화를 생각 한 거지.
즉 본편 이전과 본편 대부분의 시점의 미켈라는
분명히 선인이자 체제의 변화를 꿈꾸던 이상가였어.
3.신이 되기 위해 신이 되고자 했던 이유를 버려버린 성자.
그런 미켈라가 신격을 얻는 방법에 대한 지식을 얻고 스스로 신격을 얻어야 겠다고 마음먹은 시점이 언젠지는 정확하지 않아.
일단 정황상 성수 프로젝트를 시작하던 시점은 아니고 성수 프로젝트 진행중에 문제와 한계를 발견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지.
성수를 키워봐야 엘든링같은 거대한 법칙을 만들 수는 없다.
이건 아마 신+왕이 존재해야 하는 것과 연관될 가능성이 커.
미켈라가 왕이 되더라도 현재 엘든링은 엘데의 짐승이라는 신격이 마리카라는 무녀를 통해 기능하고 있고
이 경우 마리카, 혹은 엘데의 짐승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는 거지.
결론은? 마리카처럼 무녀로서 다른 신격의 화신이 되거나
스스로 신격을 얻어야 하지.
이것이 미켈라가 그림자의 땅으로 간 근본적인 이유야.
위에 모그가 미켈라를 납치했다고 했지? 모그쪽 스토리를 보면 마리카와 고드프리를 참조해 모그 자신은 왕이되고 미켈라를 신으로 올려 새로운 왕조를 연다고 해.
그리고 이건 미켈라의 의도와 대략적으로 일치하고 dlc에서 밝혀진 바로는 오히려 미켈라 쪽이 모그로 하여금 자신을 납치하게끔 조정했을 가능성도 높아.
어쩄든 모그를 통해 미켈라는 그림자의 땅으로 갈수 있었고
이곳에서 그는 지옥을 보게 되.
그림자의 땅은 여러 이유로 황금률에 의해 배제 받은 자들이 모여있는데 그러다보니 황금률의 어두운 면들이 거리낌 없이 드러나는 곳이었고
미켈라는 이곳을 여행하면서 속죄의 의미로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기 시작해. 함꼐 여행했던 토렌트(이떄 버린 토렌트가 빛바랜자에게 인도되는 듯) 쌍둥이 말레니아, 성수도시의 주민들 부터 시작해서 자신의 육체와 마음까지도.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는 버려서는 안 될 것들까지 버렸고 성녀 트리나라는 자신의 또다른 인격마저 이건 막아야 한다고 하기에 이르지.
해석적인 측면에서 보면 필멸자로서 갖추고 있었던 것들을 버리고 신격화 하는 과정으로 볼 수도 있는데 문제는 그렇게
신격을 얻는다고 했을때 이미 그 신격은 기존의 미켈라와는 다른 존재가 된다는 거지.
4. 설정의 힘을 과대평가한 제작진의 실수
자 미켈라 자체는 이렇듯 매력적인 해석이 가능한 인물이야.
가장 선했던 자가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파격적인 방법을 선택하고 그 과정에서 본말이 전도되어 빌런이 되고 마는 아이러니와 안타까움,
여러 정황으로 해석할 수 있는 미켈라의 캐릭터는 에픽서사에서 종종 등장하는 전형적인 패턴이기도 하지만 엘든링 고유의 세계관과 잘 맞물려있지.
하지만 인게임에서는 미켈라의 이런 선함을 유저가 제대로 느끼기 힘들어. 그러다 보니 그 타락 과정에도 몰입하기 힘들고 당연히 이야기의 시작이 되고 또 마지막을 맺는 비중있는 캐릭으로서는 뜬금없는 무리수 처럼 보일수밖에 없지.
설정상으로 알게되는 미켈라의 "선함"과 신이 되고자 마음 먹었던 이유같은 것들이 인게임에서, 특히 dlc진행 과정에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다보니까 생기는 문제인데,
제작진은 미켈라의 캐릭터를 유저들이 충분히 이해했을거라고 설정의 힘을 과대 평가한것 같다.
처음에도 이야기했듯이 게임에서 미켈라 서사는 결국 실패한 게 맞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왕 산 게임, 어차피 여러 회차 플레이할 유저라면,
이 이야기들이
다시 틈새의 땅과 그림자의 땅을 여행할 때 약간은 더 즐겁게 몰일할수 있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