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본편만 놓고 볼 때 미켈라의 목적은 두 가지임.
첫 번째는 고드윈 재탄이고, 라단이 별의 운행을 묶어 재탄 의식이 실패했기 때문에 말레니아에게 라단 살해를 의뢰함. 라단이 부패에 미쳐버리긴 했지만 죽지는 않아서 실패.
두 번째는 성수를 키워 황금나무를 대체하는 새로운 나무로 만드는 것이었고, 말레니아가 원정을 떠난 사이 모그가 침입해 미켈라를 납치해서 실패.
B) 미켈라가 DLC 주역이라고 알려졌을 때 당연히 사람들은 미켈라가 본편에서 세웠던 계획들에 대해 생각하게 됨. 성수 키우기는 이미 손쓸 도리가 없이 망했고, DLC를 진행해도 에브레펠에서 뭐가 변화하지는 않을 거라고 사전고지가 됐기 때문에 고드윈 재탄에 관해 뭔가 벌어질 거라 추측하는 게 당연한 흐름임. 미켈라가 고드윈 재탄에 성공하던가, 아니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닫고 그림자 땅에서 플랜B를 가동하던가 할 거라고 말이야.
그럼 DLC에서 미켈라가 뭘 했나? 그림자 땅 전역을 다니며 자신의 신체를 잘라내 버리고, 또 다른 인격인 트리나도 잘라내 버리고, 자기의 거대한 룬과 매료의 힘까지 버림(이건 플레이어가 그림자 성을 지날 즈음 해서 실시간으로 일어났음). 뭘 위해서냐면 신이 되기 위해서. 1) 왜 신이 되기 위해 그래야 하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아무튼 그럼.
NPC 퀘스트를 진행하며 알게 되는 것 : 모그의 미켈라 납치는 사실 미켈라가 매료로 사주한 일이었고, 미켈라는 그림자 땅에 진입할 수단으로써 + 왕의 영혼을 강림시킬 영매(그릇)으로써 모그를 이용했던 것임. 2) 왜 모그를 통해야 그림자 땅으로 갈 수 있는지, 그림자 땅이라는 게 애초에 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아무튼 필요했음.
그렇게 미켈라는 에니르 일림에 진입했고, 신이 되기 위한 반려는 모그의 육체에 강림시킨 라단의 영혼이었음. 본편에서는 고드윈 재탄을 위한 수단으로써 라단을 죽이려고 했는데, 사실 라단을 왕으로 삼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고 말레니아도 그걸 알고 있었다네. 3)꼭 라단을 죽여야만 했나? 그냥 살아있을 때 대화로 설득하거나 매료로 꼬드기는 대신 군대를 보내 죽이려 든 이유가 뭐였나? 라단은 이 계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나? 아무도 모름. 알 만한 사람들은 이미 주인공이 다 죽여서 물어볼 사람도 안 남았네.
C) 본편의 미켈라는 단서를 긁어모으면 나름대로 합리적인 추측이 가능했는데, DLC 미켈라는 실시간으로 뭘 엄청나게 많이 꾸미고 있었으면서 중간중간에 필요한 개연성, 이유를 단 하나도 알려주지 않음.
미켈라의 십자는 왜 세웠냐? 신이 되는 데에 그런 게 왜 필요하냐? 아무도 모름.
안스바흐에 따르면 그림자 땅으로 가기 위해 모그를 이용했다는데, 대체 모그가 뭐길래 그림자 땅 입장권으로 쓸 수 있었던 거냐? 아무도 모름.
미켈라는 왜 산 라단을 매료하는 대신 굳이굳이 말레니아를 통해 라단을 죽이고 에니르 일림에서 모그의 육체로 되살렸냐? 아무도 모름.
DLC 입장조건 충족한 시점에서 라단은 죽었기 때문에 고드윈 재탄 다시 하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는데, 왜 미켈라는 고드윈에게 아예 무관심하냐? 아무도 모름.
어차피 처음의 처음부터 라단을 왕으로 삼을 생각이었으면서 왜 미켈라에 관련된 본편 텍스트의 절반이 고드윈 재탄의식에 관련되어 있냐? 아무도 모름.
고드윈 재탄이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으면 고드윈 재탄은 대체 왜 하려던 거냐? 아무도 모름.
고드윈의 퍼져나간 육체 일부를 지킨다는 죽음의 기사가 왜 틈새의 땅에는 한 명도 없고 그림자 땅에는 둘이나 있냐? 아무도 모름.
엘든링 DLC는 끝났기 때문에, 누가 미야자키나 마틴을 납치감금고문하지 않는 한 우리가 이걸 알게 될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음.
D) 난 라단이 급조 보스라고 생각하지는 않음. 안스바흐랑 프레이야 퀘스트라인이 제법 잘 짜여져 있는데, 이 둘은 애초에 모그-라단 합체버전이 막보가 아니면 아예 싹 다 갈아엎어야 하는 스크립트거든.
이제와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고드윈 이야기 전체가 마리카 - 미켈라 평행이론의 연장선이었던 것 같기도 함.
'마리카는 고드윈의 죽음에 미쳐서 엘든 링을 부쉈다' > '사실 마리카는 고드윈의 죽음이 별로 슬프지 않았다, 애초에 음모의 밤은 마리카가 검은칼날에게 사주한 것이며, 고드윈의 죽음은 엘든 링을 박살내기 위한 적당한 명분일 뿐이었다'
'미켈라는 고드윈 재탄의식을 시도했지만 라단에게 막혀 실패했다' > '미켈라는 고드윈에게 별 관심이 없었고, 고드윈 재탄은 라단 살해에 써먹을 적당한 명분일 뿐이었다'
이런 식으로. 뭔가 반전을 시도한 것 같긴 한데 왜 본편이랑 다르게 반전이 아니라 못만든 스토리처럼 느껴지는 건지는 잘 모르겠네. 좀 더 생각을 해봐야겠다.
E) 미켈라단 2페는 미켈라 쪽이 너무 멋대가리 없어서 문제였다고 생각함. 무구한 황금, 외부신의 간섭을 차단, 매료의 힘, 가장 두려운 반신, DLC 최종보스 등등 타이틀은 잔뜩 갖고 있는 주제에 실제 패턴은 '새하얀 광역 단타 공격기도' '라단 칼질에 하얀 추가타 묻히기' '라단이 원래 하던 메테오 스트라이크 하얀색으로 칠하기' 등등, 그냥 하얀색 신성이펙트 떡칠하는 게 전부라 처음 당했을 때 별로 멋있지가 않음. 베일, 메스메르, 미드라까지 안 가더라도 본편의 말리케스, 호라루 같은 애들은 처음 보는 패턴에 당할 때 '와 개멋있다' 라는 느낌 들었는데.
ㄹㅇ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