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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 마을은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토렌트로 2시간 정도 거리에 있다.

평범히 제사를 지내는 마을인데, 그 시골 분위기가 썩 좋아서
가끔씩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어머니와 무녀님들도 날 잘 챙겨주었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곳으로 간 것이 반신이 되기 직전이었으니까 벌써 십수년은 가지 않고 있다.

여기서 알아야 할 것은, 가지 않은것이 아니라 가지 못 한것이다.


아직 좀 추웠지만 맑은 날씨였던 어느 날이었다.


집에서 바람도 쐴 겸 마루에 누워서 한쪽 팔로 머리를 받치고 누워서 아무 생각없이 하늘만 바라보고 있었다.

서늘한 바람이 기분 좋게 몸을 타고 흐르고, 따스한 햇살은 몸이 식지않도록 따뜻하게 몸을 감쌌다.


그때...






"뿔...뿔...뿔... 뿔... 뿔... 뿔... 뿔"


하고 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기계음같은게 아닌, 사람이 입으로 내는 소리같았다.
그것도 '뿔'... 인지 '불'... 인지 구별이 잘 안가는 '뿔'와 '불' 사이 정도의 소리.


뭔가 하고 두리번 거렸더니, 울타리 위로 털벌레로 만든 가면이 올라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울타리 위에 가면이 올려 져 있는것은 아니었다.

가면은 그대로 옆으로 움직였고, 울타리가 끝나는곳까지 오자, 한 남자가 나타났다.

남자의 몸이 울타리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것 뿐이고, 가면은 그 남자가 쓰고 있었던 것이다.




그 남자는, 가면과 비슷한 색깔의 칙칙한 누더기 옷을 입고 있었다.





별 생각도 않으면서 그냥 멍 하니 뒷모습을 바라보니, 결국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 그리고 남자가 사라지자, 뿔...뿔...뿔...뿔... 하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날 오후, 제사를 지내고 돌아온 어머니와 무녀님들과 이야기 하다가 문득 그 일이 생각이 나서 말했다.


"아까 이상한 가면을 쓴 남자 봤는데... 왜 그런 가면을 쓰고 있을까?"


라고 해도

"아... 그러냐..."
라며 별로 관심이 없어 보였다.


"털벌레로 만든 가면을 쓰고 '뿔..뿔..뿔..' 이라고 이상한 소리도 내면서 걸어다니던데?"


라고 한 순간 , 어머니와 무녀님들은 말 그대로 그냥 얼어붙었다.


그러더니 어머니가 몹시 흥분하면서 언제 봤냐, 어디서 봤냐, 울타리보다 키가 얼마나 컸냐며 약간 화난 듯이 질문을 쏟아 붓는 것이었다.


어머니의 그런 모습에 약간 당황하면서도 내가 질문에 대답을 마치자,
어머니는 굳은 얼굴로 깊이 생각하더니 옆방으로 가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하였다.

전화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들리진 않았지만, 내 앞에 앉아있는 무녀님들은 떨고 있는것이 분명했다.


어머니는 전화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와서 오늘밤은 집 안에만 있으라고, 아니, 무슨일이 있어도 밖으로 못 내보내게 되었다고 말했다.


...나는 무슨 잘못을 해 버린것일까.

라고 필사적으로 생각 했지만 무슨 생각도 나질 않았다.

아까 그 남자도 내가 보러 간것이 아니라 그 남자가 마음데로 나타난 것이고...



급히 나갈 준비를 하더니, 어머니는 누구를 데리러 간다고만 말 하곤 영마를 타고 나가버렸다.

무녀님들에게 조심스럽게 무슨일이냐며 물어보자, 내가 뿔뿔귀신에게 납치당할 뻔한 것 뿐이고, 어머니께서 어떻게든 해 주실 것이라고, 아무 걱정도 하지 말라고 하였다.


무녀님들은 어머니가 돌아올때까지 그 귀신에 대해 조금씩 이야기를 해 주기 시작했다.


이 부근에는 [뿔뿔귀신] 이 있다고 한다.

뿔뿔귀신은 가면을 쓴 남자의 모습을 하고 있고, 이름 그대로 몸에 뿔이 나 있으며, "뿔뿔뿔뿔" 이라고 여자같은 목소리로 이상한 웃음소리를 내고 다닌다.


본 사람에 따라, 웃통을 깐 남자이기도 하고, 채찍을 든 노인 이기도 하며, 부억칼을 든 중년이기도 하는 등
모습은 각자 다르지만, 남성이고, 머리에는 무언가를 쓰고 있다는 점과, 기분나쁜 웃음소리는 누구의 말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사실이었다.




뿔뿔귀신에게 납치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래왔듯이 뿔뿔귀신에게 납치되면 수일만에 항아리 속으로 들어간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에 들은 이야기이지만, 왜 하필 사람들을 항아리에 넣었냐 하면, 죄인들을 무녀와 함께 항아리에 넣어 선한 사람으로 재탄시키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나는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전혀 현실감이 없었다.


할아버지가 한 외신과 함께 돌아왔다.

그 외신은 나를보더니 대뜸 가지고 있으라며 각인을 하나 쥐어 주었다.

그리고는 어머니와 함께 이층의 원래 비어있었던 방으로 올라가더니 무언가를 하기 시작했다.

무녀님들도 그때부터 계속 나와 함께 있었는데, 화장실에 갈 때 조차도 따라와서, 문을 열어두게 했다.

이렇게 되자, 속으로 아... 진짜 큰일이 일어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니


겁이났다.




한참 후... 이층으로 불려서 어머니와 외신이 있는 곳에 들어갔다.


모든 창문이 성률로 덮혀있고, 그 위에 각인이 붙어 있는데다가, 방의 네 구석에는 축복이 놓여져 있었다.

게다가, 나무로 된 상자같은게 있었는데(제단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그 위에 조그만 룬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어디서 가져왔는지, 물방울 두개가 있었다.


"곧 있으면 해가진다. 잘 들어라, 내일 아침까지 절대로 이 방에서 나오면 안된다.
나도, 무녀님들도 너를 부르는 일은 절대로 없을테니까, 누가 널 부르더라도 들으면 안된다.
그래, 내일 아침 일곱시가 되면 나오도록 해라."


라고 어머니가 무거운 표정으로 말하는데, 끄덕이는 수 밖에 없었다.


"지금 어머니께 들은 이야기를 새겨듣고 꼭 지키도록 해라. 절대로 각인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어머니와 함께 온 외신도 말했다.



그리고는 방에 혼자 남았는데 티비는 봐도 된다고 하니 틀어봤다. 보고 있어도 머리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무녀님들이 만들어 준 주먹밥과 과자도 먹고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냥 이불 속에 들어가서 부들부들 떨고만 있었다.


그 상태로 어느새 잠이 들어 버렸던 모양인데, 깨서 보니 티비에선 심야에 하는 통신판매 선전이 흐르고 있었고, 시계를 보자 새벽 한시가 조금 넘은 시각이었다.
(이때는 핸드폰도 없었던 시대다.)


이상한 시간에 깨 버린것 같아서 찝찝해 하고 있는데...












톡...톡....


창문을 톡톡 치는 소리가 들렸다.


돌멩이를 던지거나 해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그냥... 손으로 가볍게 때리는것 같은 소리...


바람때문인지 누군가가 창문을 때리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필사적으로 바람때문이라고만 생각했다.

진정하려고 물을 한모금 마셨지만, 잘 넘어가지도 않고 너무 무서워서 티비소리를 크게 켜고 죽을힘을 다해서 티비만 보고 있었다.



그때...




문 밖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한 사람이 되거라."




나도모르게 문을 열뻔 했지만, 어머니가 한 말이 떠올라서 금방 손을 멈췄다.

또 목소리가 들린다.



"너는 무녀잖아. 그러기 위해 태어난 거잖아."




분명히 어머니 목소리지만, 분명히 어머니 목소리가 아니었다.

이유는 모르지만, 왠지 그럴거라고 생각 했는데, 그럼 누굴까라고 생각하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방 구석에 둔 축복을 보니, 쌓아둔 축복의 윗쪽이 까맣게 변해 있었다.


부적을 쥐고 웅크려서 덜덜 떨고만 있는데



그때...




"뿔... 뿔... 뿔... 뿔... 뿔... 뿔... 뿔... 뿔"


낮에 들은 그 목소리가 들리더니

갑자기 창문이 미친듯이 흔들렸다.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없고... 낮에 본 그것이 웃는 얼굴로 창문 밑에서서 손을 뻗어서 창문을 흔들고 있는 광경이 머릿속에 떠올라서 미칠것만 같았다.


나는 나무상자 위에 놓여진 룬 앞에 엎드려서 있는 힘을 다해 빌었다.

살려달라고.


정말 길고도 긴 밤이었지만, 아침은 와 있었다.

눈을뜨자, 켜놓았던 티비에서는 아침 뉴스를 하고 있었다. 화면 구석에 표시되는 시간은 일곱시 십삼분.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도, 그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어느샌가 기절 했었던것 같다.


방 구석에 놓아둔 축복은 전체가 새카맣게 변해 있었다.


혹시몰라서 내 시계를 봐도 같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방 문을 열자, 그곳에는 무녀님들과 외신이 기다리고 있었다.

다행이다. 다행이다며 울고 있었다.


일층으로 내려가자 어머니의 목이 잘려 있었다.

바깥에서 무녀님들의 어서 나오라는 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니, 어디서 가져 왔는지 거대한 손가락이 서 있었고,
마당에는 거대한 짐승 하나가 서 있었다.


외신이 지켜보는 가운데 손가락과 짐승이 나를 조심스레 감싸안았다.


"고개를 숙이고 절대로 눈을 뜨지마라.
우리에겐 안보여도 너한텐 보이니까 괜찮다고 할때까지 눈 감고 있도록 해라."

나를 감싸고 있는 손가락이 말했다.

차가 달리기 시작했다.

얼마동안 달리자 조수석에 앉아있던 외신이 여기서부터가 고비 라며 주문을 외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창 밖에서...





"뿔... 뿔... 뿔... 뿔... 뿔... 뿔... 뿔"


또 그 소리가 들려왔다.



외신에게 받은 각인을 꽉 쥐고,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딱 한 순간 실눈을 뜨고 옆을 봐 버렸다.


긴 팔다리의 관절을 이상한 방향으로 꺾으면서 우리의 바로 옆을 달리고 있는 털벌레 가면의 남자.
나를 들여다 보려는지 몸을 굽히려고 하자,
나도 보르게 "힉!" 하는 소리가 났다.

"보지말아라!"

나를 감싼 짐승이 화난듯이 말했다.

놀라서 눈을 꽉 감고, 각인을 더욱 세게 쥐고 있었다.





콩... 콩... 콩... 콩...


유리창을 때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어찌어찌 그림자의 땅 밖까지 도착하고, 틈새의 땅에 도착한 나는 그곳의 반신이 되었다.


목이 잘려있던 어머니를 생각하니 눈물이 흘러내렸고, 부적을 쥔 손을 펴려고 해도 손가락이 굳은것처럼 잘 펴지질 않았다.

구겨진 각인은 완전히 문드러져 있었다.


외신은 이 마을만 빠져 나가면 뿔뿔귀신은 절대로 쫒아오지 못하니 괜찮을것이라고 말했다.

외신은 그래도 혹시 모르니 가지고 있으라며 각인을 써 주었고, 나는 그 길로 틈새의 땅의 여왕이 되었다.


영원한 여왕이 되어 전사를 반려로 맞이하고, 그 후로 십 수년간, 자손들을 낳으며 틈새의 땅을 이끌었다.

어머니도 무녀님들도 돌아가시고 황금의 시대를 이끌고 있는 지금에 와서야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첫째아이는 사악한 뱀의 기운을 타고났기 때문에 틈새의 땅에 있으면 황금률에 위협이 될 것이라고 한다.




아들을 그림자의 땅으로 보내 뿔뿔귀신들에게 복수해 달라 하며 건넨 말.




"황금의 축복이 없는 모든 것에 죽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