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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다.

생각한다.

왜 아프지?

...

아, 이것 때문인가.

머리를 관통해 내려온 증오스러운 역가시 때문인가.

...

왜?

왜 이런 고통스러운 꼴을 당한 거지?

...

머릿속이 흐릿하다.

그리운 사람이 있었다.

먹으로 칠한 것처럼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이름이...

이름...

...

아프다.

도와줘.

나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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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하기 짝이 없는 날이다. 이 땅에도 여름이 찾아오면 초목이 무성지고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진다.
이런 날에는 산책을 가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미드라는 시종과 함께 숲길을 거닐었다.
그의 저택에서 쭉 이어진 산책로를 거닐다보면 근심도 좀 덜어지는 기분이었다.

"후..."

"요즘 걱정이 많아 보이십니다, 주인님."

미드라를 주인님이라 부른 사내의 머리에는 조그마한 뿔이 나있었다.
뿔인간.
그들은 이 땅의 지배종이었다. 그 몸에 난 뿔을 신성시하고, 뿔이 없는 자들을 박해했다. 그리고 그들이 스스럼없이 행하는 각종 '전통문화'들은 잔인하기 짝이 없었다.
운 좋게도 미드라는 뿔인간이 아니면서도 조언자로서 그들의 무리에 섞여들 수 있었다. 그리하여 '대현자'라는 칭호까지 얻었으나 뿔인간들의 문화에 동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핍박 받는 동족들을 보며 미드라는 크나큰 죄책감을 느꼈다.

"오래 걸었더니 조금 피곤하군. 슬슬 돌아가볼까."

"알겠습니다, 주인님."

몸을 돌려 걸어온 길을 따라 되돌아간다. 평화로운 시간.
짧은 평화는 멀리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찢어졌다.

-...주세요!

"들었나?"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 뒤로 물러나십시오."

미드라의 시종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빼들었다. 나선형으로 뻗은 검신에 끝은 뿔처럼 휘어있는 뿔인간들 특유의 검이다. 그 형상은 예술품처럼 아름다우면서도 어쩐지 불안감을 자아낸다.

바스락-
풀숲이 흔들리며 무언가 튀어나온다. 시종의 검이 내려쳐지며 그것을 단숨에 토막치려는 찰나, 미드라의 외침이 시종을 막아섰다."잠깐!"

미드라는 시종의 앞으로 나섰다.
인간이었다. 그것도 젊은 여성. 이곳은 뿔인간들이 지배하는 지역, 그것도 가장 깊숙한 장소다. 보통의 인간이 이런 곳에 있을 리가 없다. 일반적이라면.

미드라는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긴 검은 머리카락이 산발이 되어있고 공포에 질린 눈동자는 동공이 확대되고 붉게 충혈되어 있다. 목에는 눈을 가리고 있었을 안대가 삐딱하게 걸려있다.
그 아래로는 끔찍하기 짝이 없는 상처들이 그녀의 몸에 빼곡히 새겨있다. 넝마처럼 엉망으로 찢어지고 피에 물든 천옷 사이사이로 찢어진 상처가 보인다. 마치 인간이 물어뜯은듯 이빨자국처럼 보인다. 흘러내린 피와 굳은 피딱지가 더욱 비참해보였다.
대체 어떤 일을 겪어야 이렇게 되는 것일까.
아니, 미드라는 알고 있었다.
이는 뿔인간들의 끔찍한 의식이었다. 무녀를 채찍으로 때리고 고문하여 죄인을 토막낸 고기와 함께 항아리에 봉인하는. 잔인하고 역겹기 짝이 없다.
그렇다면 이 여인은 무녀란 말인가?

"사, 사, 살려주세요..."

떨리는 목소리로 목숨을 구걸하는 말조차 제대로 내지 못한다. 미드라는 두르고 있던 금빛 망토를 벗어 그녀에게 둘러주었다. 망토를 받은 여자는 그것이 목숨줄이라도 되는 양, 떨리는 손으로 꼭 붙잡았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공포와 고통. 분명 쫓아오는 자들이 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온 방향에서 뿔인간 3명이 뛰어왔다. 그들 중 한 명은 분명 여자의 몸에 흉악한 상처를 끝없이 새겼을 채찍을 쥐고 있었다.
채찍에는 추한 이빨이 얼기설기 박혀있고 그 이빨 사이사이에 살점과 피고름이 끼어있다. 보기만 해도 역겹기 짝이 없는 모습에 미드라는 눈살을 찌푸렸다.

밧줄을 들고 있던 뿔인간이 말했다.

"뭐야, 인간? 인간이 왜 신성한 땅에 있는 거지?"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미드라의 시종이 불호령을 내렸다.

"무엄한 놈! 아무리 보는 눈이 없다 한들 대현자 미드라님조차 못 알아보는가!"

"엇... 그 미드라님? 아이고~ 실례했습니다. 이거."

의례적인 사과였지만 그 어투에는 존중이 실려있지 않았다. 미천한 인간 따위라는듯.
미드라는 뿔인간의 멸시를 애써 무시하며 말했다.

"사과를 받아들이겠네. 그런데 어쩐 일인가?"

"저희 도공이 새로운 항아리를 만들고 있었는데, 아이고 참. 한눈을 판 사이에 재료가 도망친게 아니겠습니까? '그거'는 저희가 다시 가져가겠습니다."

마치 물건처럼 지칭된 여성은 이제 공포로 떠는 것을 넘어 경기를 일으킬 지경이었다. 온몸을 떨며 눈물을 뚝뚝 흘리는 그녀의 앞을 미드라가 몸으로 가렸다.

"...무슨 뜻입니까, 이건."

"안타깝지만, 이 여성은 보내줄 수 없네."

단숨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채찍을 든 뿔인간 뒤로 2명의 뿔인간들도 단검이 메어진 허리띠로 슬그머니 손을 가져갔다. 무력행사도 불사할 기세.

그 험악한 신경전 사이로 미드라의 시종이 끼어들었다. 그는 조심스레 미드라에게 말했다.

"외람되지만, 아무리 미드라님일지라도 도공들의 의식을 방해할 순 없으십니다."

"..."

그래, 그 또한 뿔인간이었지. 뿔인간과 인간 사이에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간극이 있었다.
미드라는 속으로 크게 한숨을 쉬고 말했다.

"대신 돈으로 지불하겠네."

"지금 돈으로 우리를 사려는 겁니까!"

"한 명당 백은 뿔 하나씩. 어떤가."

돈으로 모욕할 셈인가! 라고 꾸짖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돈이었다.

"거기에 곧 있을 신무제에 내 이름으로 초대장을 보내도록 하지."

신무제는 뿔인간들의 가장 큰 행사로 사자무의 화려한 춤과 의식을 체험할 수 있는 축제이기도 했다. 그 입장권을 구하기란 말 그대로 하늘의 별 따기와도 같았다. 단 한 번이라도 신무제를 구경해보는게 소원이라는 뿔인간마저 있을 정도였으니.
이쯤되면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 적의 가득한 분위기는 순식간에 화기애애하게 변했다. 혹여나 미드라가 마음을 바꿀까봐 뿔인간들은 굽신거리기 시작했다.

"아이고, 나으리. 나으리가 필요하시다는데 무녀가 뭐 대수일까요.당연히 양보해드려야죠."

"혹시 누가 묻거든 자네들은 그저 이 여인을 못 찾았을 뿐이라네. 맞지?"

"여인이라뇨? 본 적도 없습니다. 그저 소인들 이름만 좀 기억해주십사 합니다."

뿔인간 무리는 연신 허리를 숙이며 숲속으로 물러갔다. 그들을 배웅한 미드라는 아직도 공포에 떨고 있는 여인을 보았다.

"이제 그만 떨어도 되네. 여긴 안전하네."

미드라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여성이 울음을 터뜨렸다. 안도감에 펑펑 우는 그녀를, 미드라는 난감하다는듯 바라보았다. 이런 상황은 익숙치 않다.
미드라는 그녀의 어깨를 조용히 두들겨주었다.

한참을 울던 그녀의 울음소리가 간신히 잦아들자, 미드라는 계속 궁금했던 것을 물었다.

"그나저나, 자네는 이름이 뭔가?"

여성은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나나야."

나나야라. 좋은 이름이었다.


















대략 이런 분위기로 갈 예정
폰으로 써서 쓰는 속도 개느림

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