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오전 11시 ~ 오후 1시)에 영두성(유성)이 천중(天中)에서 나와 간방(동북쪽)을 향하였다.
크기는 항아리만하였고 빠르게 지나갔는데 마치 횃불과 같고, 요란한 소리가 났다.

—광종실록 1권, 1년 8월 25일 계유 2번째 기사




...

8월 26일 묘시(오전 5시 ~ 7시)

백령진장 김립신은 이른 아침 발생한 지진에 자다가 깜짝 놀라 일어나 창호문을 열고 마당에 나섰다. 바깥은 안개가 굉장히 자욱하여 열 척 앞조차도 하얗게 보이지 않을 지경이었다.

"지진이야!!! 피하십시오!!! 마당으로!!!"

노비 순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필시 그 역시 아침 지진에 놀라 나온 것이 틀림없었다. 가족들도 마당으로 뛰쳐나왔고, 김립신은 아내와 어린 아들을 안심시키려 끌어안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흔들림이 잦아들어 잠잠해졌다. 지진의 규모가 그다지 크지는 않은 듯 하나,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김신립은 마을을 둘러보기 위해 평소 출근 시간보다 일찍 문 밖을 나설 준비를 했다.

"여보, 오늘은 조식을 들지 않고 먼저 나가봐야겠소. 이제 막 마을이 정비되어가던 참인데, 큰일이 난 건 아니어야 할 텐데 말이지."

백령도에 진이 설치된 지 이제 겨우 8달이 지났다. 오지 중에 오지인지라 새로 들어온 백성에게는 3년 동안 세금을 면제해주기까지 하면서 겨우겨우 사람들을 끌어모았는데, 천재지변으로 피해를 입는다면 곤란하다. 우선 가까이 있는 말 목장부터 방문하였다. 목장에 도착하자 목장주가 종종걸음으로 나와 맞이하였다.

"나으리 안녕하십니까."
"안녕하시오. 아침에 있었던 지진으로 피해는 없었소이까?"
"다행히 별 일 없었습니다. 말들이 놀라서 동요하여 진정시키느라 애쓰긴 했지만요."

말 목장이 무사해 보이자 김립신은 발길을 농지 쪽으로 돌렸다. 농지도 별다른 피해가 없는 걸 확인하고 서쪽 해안에 위치한 백령진을 향해 돌렸다. 어느덧 안개가 서서히 걷히고 있었다.

백령진에 도착하니 여러 병사들과 마을 사람들이 해안쪽 성벽 위에 올라가서 바다쪽을 바라보고 술렁거리고 있었다. 어찌된 일인가 하여 얼른 성벽을 올라간 김신립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아연실색 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눈 앞에 보인 것은 본래 서해 바다가 있어야 할 곳에 양쪽으로 끝이 안 보이게 펼쳐진 거대한 폭포, 그리고 그 너머로 높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높게 솟아난 거대한 황금빛 나무였다.

"대체 이 땅에... 어찌 이런 괴변이 일어났단 말인가..."


괴변이 벌어진 곳은 그곳뿐이 아니였다.


머리와 수염이 하얗게 샌 제주목사 변양걸 또한 해안에 서서 아연실색하고 있었다. 그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서쪽 바다 너머 끝이 안 보이게 펼쳐진 거대한 붉은 모래벌판과, 서북쪽 바다 너머 멀리 보이는 거대한 황금빛 나무였다. 변양걸은 털썩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이럴수가... 말년에 괴변이라니!"


강릉부사 조탁은 동해바다를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엔 저 멀리 이제껏 본 적 없는 거대한 용오름들이 보이고, 그 주변으로 돌 같은 것들이 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게다가 주변엔 새처럼 보이는 날짐승들이 날아다니는데, 거리로 짐작하건데 그것들은 새라고 하기엔 너무나 컸다. 조탁은 혹여나 그것들이 이 쪽으로 오진 않을까 불안감에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한양 창경궁 앞마당에 선 왕의 떨리는 눈동자도 역시 멀리 보이는 황금빛 나무를 담고 있었다. 이제 막 즉위한 지 반 년 밖에 안 된 터이다. 어제는 하늘에 거대한 비행체가 날아가지를 않나, 오늘은 여지껏 보지 못한 이상현상이 벌어지다니, 온 조선이 동요할 것이 분명하였다. 어떻게든 신하들과 백성들을 진정시키고 어떤 일이 일어난 건지 파악해야 한다. 33세의 젊은 왕은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주먹을 꾹 쥐었다.

묘시(오전 5시 ~ 7시) 한양에 지진이 일어났는데, 반각도 되지 않아 잠잠해졌고 가옥과 담장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다. 매우 짙은 안개가 자욱하였으나
2각 정도 지나자 걷혀나갔는데, 건방(서북쪽)에 나무와 같이 보이는 누렇고 거대한 형상이 나타나 사라지지 않았다. 임금이 승정원에 전교하기를,

"직일 이래껏 본 바가 없는 변고가 일어나 걱정하였는데 지금 또 이처럼 괴변이 일어났으니, 이는 근고(近古)에 없던 괴변이라 어찌할 바를 모르겠으나,
앉아서 보기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조정의 모든 인원을 불러 어찌 된 일인지 파악하고 백성을 달랠 방법을 의논하라."

하였다.

—광종실록 1권, 1년 8월 26일 갑술 1번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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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대체역사물을 즐겨 보고 있는데, 그러다 상상해 본 걸 적어봄.

진지하게 계속 쓰려는 건 아니고 그냥 재미로 써 봤어. 그러니까 다음화는 아마 없을 듯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