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c 보스전이 유난히 구평만으로 헤쳐나가기 어려운 면이 있는데

구평은 기본적으로 보스 쪽으로 달라붙어서 싸우는 걸 전제로 하잖아

보스 패턴을 피하고 후딜에 평타 한 두대씩 때리려면 근거리를 유지해야 하니까

정신나간 엇박의 도입 때문에 근든링 보스전이 똥3 때보다 구평으로 뚫기 어려워진 부분은 있지만

여전히 본편 보스들 대부분은 구평 공식으로 파훼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근본적으로는 똥3 보스전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봄



그런데 프롬은 "구평만으로도 전부 클리어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이미지를 계속 탈피하고 싶었던 것 같음

그렇게 되면 크게 강화된 전투 기술, 마술, 기도 등등의 테크닉이 무쓸모해질 뿐만 아니라

기껏 공들여 깎아놓은 각종 보스들의 중원거리 패턴을 거의 보지 않고 깨버리는 일이 반복될 테니까

"보스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야 할 게임사 입장에선 구평 게임이라는 전통적인 이미지가

오히려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는 거지


프롬이 근든링 본편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 한 방식은

전투 기술, 마술, 기도의 성능을 대폭 강화시켜 평타 위주의 플레이로부터 탈피하도록 유도하는 쪽이었다고 생각됨

그런데 이 방식은 "구평 게임"이라는 낙인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돌파한 것은 아니었는데

여전히 구평으로 깨려고 마음 먹으면 버프 덕지덕지 바르고 깰 수 있었기 때문이지


그래서 프롬은 dlc에서 유저가 새롭게 고려해야 할 요소를 도입하려 한 것 같음

나는 그게 바로 "거리 유지" 개념이라고 생각함

구평 플레이의 전제가 되는 "초근접 전투"를 고의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방식으로 보스를 디자인해서

너무 가까이 붙어서 싸우면 불리하다는 걸 각인시킴


렐라나가 대표적인 사롄데

얘는 미친 강인도 + 영원히 이어지는 쌍수 콤보 때문에 구평을 고집할수록 게임이 말리게 되어 있음

반대로 도망다니면서 마술이나 기도를 딸깍딸깍하는 플레이로 풀어나가기도 어렵게 만들어놨는데

휘검의 원진 패턴 +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는 돌진 패턴 때문에 아차하면 끔살당하기 때문


다시 말하자면 렐라나는 너무 가깝지도 않고, 너무 멀지도 않은 "중거리"를 유지하면서

히트 앤 런을 반복해야 하는 dlc 스타일 전투 방식을 학습시키기 위해 배치된 보스에 가깝다는 거임

그렇게 본다면 의외로 렐라나는 잘못 만든 보스가 아니라 치밀한 설계를 거쳐 만들어진 보스,

최소한 제작진이 제시하고 싶었던 어떤 "패러다임"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 보스라고도 할 수 있음


사자무 같은 경우도 그렇지

대형 보스이기도 하고, 쉬지 않고 현란하게 움직이는 짐승형 보스라서

초근접 상태로 구평 플레이를 고집하면 이 새기가 뭘 하고 있는지 제대로 보이지도 않음

사자무 보스전을 여러 번 치르다 보면 제작진이 던지고 싶었던 메시지가 조금씩 느껴지는데


"사자무의 현재 페이즈와 움직임이 한눈에 파악되는 중거리를 유지해라"

"비겁하게 니가와 플레이를 하다보면 코너에 몰려서 뒤지게 되어 있다"

"적당히 거리를 유지하면서 우리가 존나 열심히 깎은 보스 디자인도 좀 구경하고 그래라"


개인적으로는 노장 가이우스도 이런 식으로 디자인된 보스라고 생각함

초근접 상태를 유지하면 언젠가 돼지 난격에 처맞게 되어 있고

쫄려서 도망갈라치면 피하기 까다로운 무지성 돌진에 치어죽게 해놨음


베일도 본편에 나온 비룡/고룡 보스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상대해야 하는 보스지

몸 안쪽으로 파고 들어서 다리만 조지는 식으로는 절대 클리어할 수 없게 해놨고

미디르의 재림이라 생각하면서 정면 유지, 중거리 유지, 대가리 맞추기 중심으로 풀어나가야 하니까


근데 미켈라단은 잘 모르겠음 ㅋㅋ

난 아직도 얘네가 어떤 타입의 보스인지, 제작진의 의도가 대체 뭐였는지 잘 모르겠어서...

그래도 이번 dlc의 주요 보스들은 전반적으로 "거리 유지" 라는 패러다임을 공유하고 있다고 생각함

패턴 파악 > 구르기로 파훼 > 후딜에 평타로 고정된 플레이 스타일을 고집하는 대신,

"각각의 보스를 상대하기 위한 최적의 거리를 찾아내야 함"을 걸 프롬은 강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이번 dlc에서 중거리에서 딜타임을 캐치하는 데 특화된 "유문 무기" 류가 많이 추가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볼 수 있을 거 같음

거기에 더해서 산탄 석궁, 안스바흐의 장궁, 연노 등등 새롭게 추가된 다연발 원거리 무기들도

써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너무 멀리서 쏴제끼면 제성능이 안 나오는 무기들임

어차피 dlc 보스전에서 얘네들 써먹기가 쉽진 않은 만큼 프롬의 의도가 제대로 관철됐다고 보긴 어렵겠지만...


이상 아직도 수렁의 기사한테 썰리는 엘뉴비의 잡설이었읍니다





+ 추가


생각해보면 본편에서도 비슷한 패러다임을 공유하는 보스가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말레니아라고 생각함


욕을 오지게 먹긴 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물새 난격"이라는 변수가 상당히 신선하다고 생각했거든

말레니아는 강인도가 허벌이라 의외로 다른 보스들이 안 맞아주는 거 잘 맞아주는 보스임

근데 그렇다고 신나서 딜찍누로 패다 보면? 한순간의 방심으로 좆되게 되어 있고 ㅋㅋ

항상 긴장감을 놓지 않고 거리 재기하면서 빤스런을 칠 준비를 해야 하는 보스라는 점이 재밌었음


어떻게 보면 말레니아는 본편과 dlc 사이의 과도기적인 형태의 보스가 아니었을까

지금 시점에선 그렇게 생각해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