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읍의 밤, 두 인영이 조심조심 황금 나무의 대성당으로 향한다. 거대한 나뭇가지를 지키는 수호자들은 낮의 폭염을 버티느라 힘이 들었던지 모두 곯아떨어져 있다. 둘은 잠시 멈춰 숨을 가다듬는다. 이제 보니 꽤나 작은 체격이다. 어린아이들끼리 이 높은 나무를 오르기는 힘에 벅찬 일일 것이다. “어서 가야 해.” 반투명한 보랏빛 소녀가 반짝이는 분말을 흩뿌리며 공중에서 나타난다. “언제 일어날지 몰라. 황금 나무는 원래 잠이 없단 말이야.” 금빛 머리칼을 한 소녀가 눈을 흘긴다. “나도 알아. 하지만 말레니아가 힘들다잖아.” 그 말대로다. 금발의 소녀의 가냘픈 몸 위에는 적발의 동생이 겹쳐져 있다. “미안. . . 죄송합니다, 오라버니.” 미켈라는 말없이 말레니아를 부축한다. 살금살금 나무를 타는 셋의 옆에는 황금 나무가 엘데의 왕좌를 지키고 우뚝 서 있다. 황금 나무는 밤에도 자는 일 없이 눈부시다. 그렇기에 로데일은 항상 불야성을 이룬다. “좋아, 드디어 다 왔다.” 덜컹-턱! 문고리를 잡아당겨 보지만 힘이 부족하다. 대성당의 육중한 문은 앳된 몸에게는 역시 버거운 상대였던 것일까. “어쩌면, 셋이서라면 아슬아슬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럴지도·····.” 두 쌍의 눈동자가 공중을 향한다. “미안하지만, 나는 반-영체인 상태여서 도와줄 수가 없어.”
미켈라는 한참 동안 트리나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더니, 이내 한숨을 내쉰다. “이걸 어쩐담.”
“이건 어때? 내가 저 기사를 수면에서 반쯤 깨울게. 그 사이에 미켈라 네가 ‘그것’의 힘을 쓴다면 어떨까?” 백옥같이 흰 얼굴이 확 찌푸려진다. “그걸 또 하란 말이야?” “방법이 없잖아.” 미켈라는 짝다리를 짚고 얼굴을 일그러뜨린 채 고민한다. 얼굴이 평소 미켈라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잔뜩 찡그리고 머리를 거푸 넘기는 모습이 퍽 퇴폐적이다. “좋아. 어서 해 버리자고.” “아, 그래야 ‘나’라고 할 수 있지. 지금 시작한다!”
별가루를 흩뿌리며, 트리나는 근처의 잠든 수호자에게로 물에 배 떠가듯 날아간다. 후-하고 귀에 숨을 불어 넣는다. 보랏빛 가루가 그를 깨운다. 수호자는 너무 깊게 잠들었던 나머지, 잠시 자신의 이름조차 잊어버리고 신생아처럼 세계를 감각한다. “저기, 저기?” 누군가 수호자의 허리띠를 잡아끈다. 눈을 아래로 내리자 옥과 같이 아름다운 형체가 서 있다. 여왕 마리카의 소녀 시절을 방불케 하는 아름다움이다. “저 문을 열어주지 않을래?” 한 손으로는 옷깃을 잡아당기는데, 부끄럽다는 듯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고 있다. 황금 양털 같은 머리칼 속에 빼꼼 드러난 붉은 옆얼굴이다. 멍한 동작으로 그는 천천히 팔을 뻗는다. “저 문을 열어 준다면 꼭 껴안아 줄게.” 이제 수호자는 거의 갈지자걸음으로 문을 향해 걸어간다. 끼익-끼익-쿠구구구궁-성당의 문은 돌아감을 받은 영웅적인 근력 앞에 우스우리만큼 쉽게 굴복한다. “정말 고마워!” 햇살같이 밝은 웃음이 밤의 어둠을 모두 몰아내는 듯 하다. 미켈라와 일행은 좁게 열린 문틈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후우-트리나는 달콤한 숨결을 내쉬어 제 쓸모를 마친 그를 다시 잠들게 한다.
“이 성당은 황금 나무가 풍양이던 시절에 지어졌다. 황금이 지금의 국서, 라다곤의 규율처럼 피말리지 않고 그저 태양처럼 따뜻한 황금이던 시절-황금 나무의 대성당은 그런 시절의 쇠락해가는 흔적이다.” 말레니아는 웬 낡은 문서를 낭독하고 있다. “그리고-그리고-음. . . . . . 오라버니, 이건 뭐라고 읽는 거죠?” 오른쪽에서는 금빛이, 왼쪽에서는 보랏빛이 훅 들어온다. 상큼함과 달큰함이 양 콧구멍을 강타한다. “여기 보면, ‘그렇기에 성당에는 원초의 황금이 남아 있다. 생명의 순수한 힘이 그곳에는 아직 남아있다.’ 라고 쓰여 있네.” “중요한 건” 트리나가 말을 자르고 끼어든다. “바로 이 부분이지. 그렇기에 옛 황금을 보고자 하는 자, 은총의 물방울을 마중물 삼을지라. 신들의 운명을 바치라. 별빛이 운명을 관장한다면, 호박색 별빛이야말로 신들의 운명이다.”
미켈라는 묘한 표정으로 말레니아를 쳐다본다. 아아, 귀여운 내 동생아. 오늘이야말로 네가 네 몸에서 자유로워지는 날이 될 거야. “오라버니, 왜 그렇게 빤히 쳐다보시나요?” “아니야. 누가 오기 전에 어서 시작하자.” 미켈라는 괜히 고개를 돌리며 트리나에게 말을 건다. “그걸 꺼내 줘.” 트리나는 군말없이 미켈라의 허리께에 묶인 주머니를 끄른다. 안에는 휘황하게 빛나는 호박색 별빛이 들어 있다. 황금 나무와는 또 다른 휘황함이다. 좀 더 짙고, 더 응축되어 있다. “준비됐지?” 미켈라는 고개를 끄덕인다. 어깨에는 약간 힘이 들어가 있고, 눈꺼풀이 바르르 떨리는 것이 살짝 보인다. “오라버니 . . . 말레니아는 괜찮아요. 이제라도 그만해도 괜찮아요.” 미켈라는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니야. 이건 너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우리를 위한 일이야. 그러니까, 나는 할 거야. 나는 할 수 있어.” 미켈라는 트리나에게 살짝 눈짓한다. 트리나는 미켈라의 입을 손으로 벌리고, 호박색 별빛을 집어넣는다. 꿀꺽-호박이 식도를 내려가고, 목이 약간 부풀어올랐다 가라앉는다.
옛날에 프롬문학 시도하다가 말은 흔적이 남아 있더라 . . .
이걸로 님 메모해놓음 ㅅ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