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fed8272b58a69f53eef86e342801b6c877e79d9ec4917217732f889af759109



틈새의 땅을 마지막으로 찾은지 2년은 된 것 같다


그동안 정말로 많은 일이 있었지만 확실한 것 하나가 있다면 나는 그 사이 인간적으로 전혀 진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7fed8272b58a69f53eef86e246841b6c2ba2a31900f7ae021e91c1cc4769d879



실은 퇴보를 거듭했다고 봐도 될 것이다


그야 그럴 것이 이런 쓰레기 시리즈를 처음 접했을 때 나의 반사 신경엔 아무런 하자가 없었다




7fed8272b58a69f53eef86e245811b6c4dfbb1729cc91112741c75e76b141f7769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하자가 있었지만 이런 쓰레기를 즐기기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정도였다고 하면 맞겠다


그러나 사람은 늙고 쇠하기 마련이다


나는 어제보다 오늘이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오늘 더 병든 사람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백여 가지 병든 부위 중 가장 아픈 것은 마음이라,


이 끔찍한 혐오물 시리즈를 처음 접한 이후 내상은 아직도 치료되지 못하고 있다


내 비좁고 냄새나는 방 반경 일천 킬로미터 내외엔 내게 대회복을 써 줄 친구 단 명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7fed8272b58a69f53eef87e246811b6c1de471d5b92d393b958f5acb96c1159160



DLC가 출시된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왕들의 화신보다 쌍데몬, 프리데, 미디르, 게일이 더 사악했던 것처럼


전례를 비추어 봤을 때 DLC지역이 본편보다 더 친절하진 않을 것이다




7fed8272b58a69f53eef87e245801b6c204bbbe498d8c124f2ac4f092e4d0184cd



주요 문제라고 한다면 왕들의 화신은 멋지고 할만하고 그 자체만으로 기념비적인 아름다운 보스였지만,


말레니아는 그냥 덜떨어지고 개병신같은 토악질의 잔해 그 자체라는 것이다


엘데의 짐승은 다른 방향으로 쓰레기같으니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그런데 그것보다 틀림없이 더 어려울 거라고?

그럼 그걸 해야 될 하등의 이유가 있을까요?




7fed8272b58a69f53eef87e242831b6ce73c00daf61fc7f268f176b276f51e5a



그것이 내가 DLC 출시 직후에 손을 대지 않았던 이유였다


늙고 병든 나는 이걸 감당할 수 없었다


겁에 질려 이 잔이 나를 그냥 지나쳐 가도록 그냥 바라보고만 있었다는 말이다




7fed8272b58a69f53eef87e243821b6c2c8ae0879b58eb8ab64b3119819bc3a822



그런데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어 갑작스레 본편 가격과 거의 맞먹는 얼탱이없는 DLC를 사게 된 건가?

그건... 모르겠다




7fed8272b58a69f53eef87e243891b6c65e7107847d8e7c862df9fa878a81f2c52



어느 날 거대한 실패 때문에 아주 기분이 나빠진 채로 집에 돌아왔는데,


그걸 돌이킬 방법도, 수습할 수 있는 수단도 내게는 없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동전을 던졌더니 뒷면이 나왔고, 나는 그제서야 그게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걸 알게 됐다


그냥 그건 그렇게 일어난 일이었고, 그 일에 대해선 내게 두 번째 기회란 없을 것이었다


아무튼 실없는 유튜브 채널을 뒤적거리며 나는 무력감이 내 몸에 가득 차도록 그냥 내버려뒀다


근데 뭐 세상 일이란 게 그렇지, 대다수 사람(씹덕)들에게 일 년은 주로 잘못된 선택들로 이루어져 있다


지갑에 돈도 없고 미래시를 보니 이번 가챠는 스킵해야 하는데 그냥 와 젖탱이


뽑아야지




7fed8272b58a69f53eef87ec45841b6c4a30f12f5e9e890cfa7e817dd53d62f17c



아무튼 손이 근질거렸다. 무언가 하고 싶었다


뭔가... 뭔가 내 스스로 어떤 환경을 통제하고 싶었다


그런 장소를 원했다. 그래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게 이 토사물의 신작이었다


마침 방금 본 유튜브에서 이 게임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도 했다


무슨 이야기었냐면




7fed8272b58a69f53eef84e444801b6cec57c36fa042ac7cf7a909d94acfc48fc7



엘든 링은 어려운 게임이 아니다.


그리고 좀 늦게 하는 말이지만 사실 소울류 게임 전체는 딱히 어려웠던 적이 없었다.




7fed8272b58a69f53eef84e442871b6c1de2b61c7e1868bd06ebe13d6adae3a74f



그의 말마따나 이제 나는 진짜로 뭐가 어려운지 알고 있다


그건 삶을 결정짓는 시험을 준비하거나, 직업을 가지거나, 현실 친구를 사귀거나,


시덥잖은 온갖 청구서를 결재하고, 뭔지도 모를 서류들에 사인한 뒤


쥐좆만큼 남은 보상으로 하루를 연명할 끼니를 준비하는 것이다


지루함과 싸우고, 타인과 경쟁하면서, 나는 여전히 좋은 사람이고,


나아가 내일은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 어거지로 믿는 것이다


별다른 긍정적인 전망이나 근거가 없더라도




7fed8272b58a69f53eef84e443811b6c959f4494c0d8e55eee31a04b67322eb92e



어렵다는 건 상대적인 말이다


그리고 상기한 것들보다 어려운 게임은 내가 알기로 이 세상에 없다




7fed8272b58a69f53eef84e746811b6ce821599b1382f0f38adef26549c2516efb



내가 실패한 이 수많은 일들을 여러분은 틀림없이 해냈거나 해내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렇다면 겁을 낼 필요가 없다


당신들은 이미 가장 어려운 일들을 지나쳐 왔으니까




7fed8272b58a69f53eef84e746841b6cd2d509ea5bf52245fe3b03b9fcea397181



현실과는 다르게 이 게임에선 무한한 기회가 주어진다


몇 번 실패해도 현실의 위험이 내게 직접 부닥치는 게 아니니까


기회가 무한하다면, 그건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다는 말과 다름없다


내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도를 반복할 수 있으니


아흔아홉 번 죽고 한 번 성공하면 그건 이긴 것이다


이 게임에선 누구도 내 승률이 일 퍼센트라고 지적할 일이 없다


모든 게 끝나고 나면 '난 그거 클리어해봤어' 라는 결과 하나만 남을 뿐이다


미켈라의 칼날 너 말하는거 맞아 씹련아




7fed8272b58a69f53eef84e146841b6c7bf88d55f85d3f075f9738a92785e12fda



아마 그런 감각이 그리워졌던 것이다


내가 실제로 무언가 해 낼 수 있다는 착각


허울뿐인 전능감이라도 거기에 취할 수 있다는 느낌




7fed8272b58a69f53eef84e043871b6c56161e26f366d25db57813e85e95d6a787



그리고 보는 바와 같이 이렇게 시련을 맞이하더라도...




7fed8272b58a69f53eef84e043881b6cdb277dd997979da7031992fc3fcc3c95



하더라도...




7fed8272b58a69f53eef84ec43871b6ce7903513def9cb156b35e8e29c17a0b769



무한 번 리트라이를...




7fed8272b58a69f53eef84e246871b6c0e1194d12b90b7b34d13fc954c39924068



아니 개씨발 뭔데 이거?


이거 뭐 하는 몹임? 잡기 한방에 즉사는 어떤 덜떨어진 병신새끼가 기획한 게임플레이임?




7fed8272b58a69f53eef84e244881b6cc386357075bc61c20cf74f74b7c288db2f



아니 그리고 씨발련아 데미지도 정도가 있지 지금 본편에서 오버파밍하느라(근데 뭘 파밍했는지 기억안남) 레벨만 150이 넘는데


쿵쿵 두방에 즉사한다는게 씨발 말이나 됨? 그럼 에스트(에스트 아님) 14병은 어디다 쓰라고?




7fed8272b58a69f53eef84e243891b6cfafd0707cde8e294112ad8ffc3bb3403



일단 계획을 변경한다


나는 더 이상 골통을 비운 채로 전작 모두를 깨던 얼간이가 아니다


누가 봐도 뜨거운데샤악 공격이니까 화염 경감률을 일단 가볍게 챙겨 주고




7fed8272b58a69f53eef85e346801b6c7fd0cc0681eae9978fa5c525f32878724d



화염저항같은 소리하네 이런 개 씨발련이


아무짝에도 소용없잖아




7fed8272b58a69f53eef85e044821b6cbf6ce1e5aa66420271cd855750af107216


7fed8272b58a69f53eef85ed43861b6cc295ca362468cd2f3fd5485e23560232e4



스크린샷이 몇 장 안 남았지만 지금 첫번째 다운을 보기까지 벌써 스무 번쯤 죽은 것 같은데


제일 어이가 없는건 첫번째 다운을 보기까지 그로기를 세 번이나 먹여야만 했다는 사실임


분명히 터엉~ 하는 경쾌한 소리는 나는데 쳐 쓰러지질 않으니 나는 뭐 그냥 이 무식한 피통을 깡으로 깎아내야 하나 싶었고


아니면 내가 절대 알지 못할 어떤 쓰레기같은 장소에 버려진 냉기의 대검 (진짜 있는지 제보바람)


이딴걸 쳐 챙겨서 와야되나 그런 암울한 상상까지 했었다


그리고 이 ^그로기세번띄우기^ 과정 중 한 번이라도 전방 220도 근사치를 커버하는 잡기 공격에 당한다면



7fed8272b58a69f53eef82e644821b6c9ef7cef002976c0a210a9956482f10aeec



내 캐릭터와 캐릭터의 증조부까지는 족히 다 태워버리는 즉사 공격을 가한다




7fed8272b58a69f53eef82e343891b6cda86d0a8f7182c27097713e4b5b6b588b1



가장 믿을 수 없는 사실은 이게 DLC들어가서 처음 만난 몹이라는 것이다


구라 안치고 그림자의 땅 들어와서 가장 처음 본게 150렙을 2턴킬내는 이 또라이같은 각성 브랜드다


아마 주변에 만발한 무덤들이 이새끼한테 대주고 산화한 병신들의 것이라 추정하고 있는데


킬을 아주 낭낭하게 퍼먹은 바람에 딜템방템 아주 살벌하게 쳐두른 이 정글러를 난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근데 남말할게 아니라 나도 이새끼한테 킬 존나 퍼주는중이긴함




7fed8272b58a69f53eef83e642831b6cdf95b3bb80c8b120b5cdad37d89fbe54



나는 큰 적이 존나 싫다


일차적인 문제가 뭐냐면 몹 입장에서 미동만 해도 몹과 나 사이엔 택지개발지구만큼의 공간이 생기기 마련이라


헛공격을 존나게 하게 되고




7fed8272b58a69f53eef83e145861b6cda704f3873479a21dd43e90acaba1247



무엇보다 몹이 필요 이상으로 커지게 되면 내가 싸우는 건 더 이상 몹이 아니라 카메라가 됨


얘가 더 악질인 게 뭐냐면 이새끼 주요 패턴이 발길질이기 때문에 카메라를 항상 위를 보면서 타이밍을 파악해야 한다


카메라를 수시로 수직으로 들어올려야 한다고


안 그래도 화면의 70퍼센트 정도는 이새끼의 불타는 발이 차지하고 있는데


파들파들 떨다 보면 발과 내가 어딨는지도 모르겠고


진행 방향을 확보하고 구르기 준비를 하면서 카메라 위 아래 앞 옆 위 아래 위 위 위 위 위 깜짝잡기까꿍!!!!!!! 아주 지랄 염병을


엘든링의 원산지인 열도엔 항상 위를 보면서 걷자는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을 꺼낸 사람도 딱히 이런 뜻으로 한 말은 아니었을 것이다




7fed8272b58a69f53eef83e346861b6c6fdd5663720bda0b97604f2316808a857b



덤으로 순도 95퍼센트의 붉은 색으로 빛나는 몸뚱이에서


주황색으로 빛나는 그로기 포인트를 찾아 보라는 발상도 아주 재미있다


와 정말 잘보이겠어요 그쵸?


뭐 그야 이전까지 거인류들의 그로기 포인트는 다 면상이었으니 이것도 그러면 되잖아? 싶을 수 있는데


이걸 보셈 애미


러진 이새끼 몸 구조가 어떻게 돼먹었는지도 감이 안잡히는데 지금 화면에만 잡힌 면상이 벌써 몇 개지?


농담 아니라 처음에 저 수염달린 가면 쳐 패다가 그로기타임 갖다버렸었음




7fed8272b58a69f53eef83ed47881b6c8aba947220e68b0c1f64507efcd182e40e



이 스크린샷 찍은 시점이 처음으로 발길질 화염을 구르기가 아니라 점프로 피해야 한다는 걸 알아챘을 때임


어쩐지 씨발 타이밍이 말도 안되게 빡빡하더라고


왜 그걸 이제 알았냐? 싶겠지만


일단 당연하게도 이 게임엔 그딴 걸 알려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혹은 내가 알 수 없고)


화면 전체가 빨개지는데 씨발 그걸 보고 뛰어야 하는지 굴러야 하는지 알 게 뭐임 대체




7fed8272b58a69f53eef83ed45851b6c567f63e2713b23a3af2511413decddcbfb



난 벌써 모르겠다


이게 무슨 뭐 필드 들어가니까 보스 이름 석글자랑 체력바랑 웅장한 bgm깔아주는 그런 종류의 보스전도 아니고


그냥 진짜 잡몹이었는데 이미 마흔 번은 쳐뒤진 것 같음


근데 대체 이걸 뭐 어떻게...




7fed8272b58a69f53eef83ed42811b6caff4708d090a316b3c160c3c96fd7371c2



...



7fed8272b58a69f53eef83ed42831b6c9124091bacdba65bb9fed00915a5dd3207



엘든링은 인생보다 어려운 게임이 맞고 감히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무언가이며


그 잘난 무한 번의 시도에 따르는 결과물은 고통과 절망뿐이다




a17d2cad2f1b782a99595a48fa9f3433f728bd6f6b8abd3d6758adf9



불을 지펴라


타다 남은 모든 것에...


이 DLC가 나오기 전 마지막으로 자리잡은 제작사의 캐치프레이즈였는데


아마도 타다 남은 모든 것이 미야자키의 머리칼과 양심, 인간성이었던 모양이고


이제 미친 불의 왕이 된 그분의 분탕질을 오롯히 받아내기엔 제 그릇이 너무 작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