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단이 존경한 두 인물 중 하나기도 하고, 사실 라단은 라다곤보다는 고드프리를 더 닮았음
몇 가지 정리해보면


명성: 단순히 얼마나 유명하냐 같은 게 아니라, 라단의 명성은 고드프리와 결이 비슷함, 최강의 데미갓이자 존경받는 장군으로 불린 라단과, 거인전쟁을 포함해 초대 왕으로서 수없는 전장을 누비며 기틀을 닦은 전왕 고드프리. 둘 다 일신의 무력을 기반으로 칭송받은 이들임(거기에 라단은 인성까지 덤으로). 마리엘 같은 거북이에게도 루카리아에게 두번이나 따이고 미인계로 무마한 범부취급받는 라다곤과는 다름. 실제 무력이 어느 정도였건 라다곤은 당시 그저 수많은 영웅 중 하나일 뿐인 반면, 고드프리와 라단은 자신의 시대에서 무력으로 칭송받은 존재들임.


대외적인 인망: 옆에서 그렇게 챙겨주던 애완고양이 세로시를 찢어버린 호가놈의 인망을 논하는 게 우스울 수 있으나, 놀랍게도 고드프리는 왕으로서의 인망은 결코 낮지 않았음. 고드프리의 성과는 뒤에도 다루겠지만 철저하게 전장에서만 이루어졌지만, 야만인 출신에서 마리카에게 어울리는 왕으로서 임하고자 한 고드프리의 노력이던, 세로시의 눈물나는 에티켓 교육 때문이건, 아니면 마리카를 위시한 황금률 세력의 프로파간다건 고드프리는 시대의 상징이자 존경받는 초대 왕으로서 현 시대까지 거의 호불호 없이 칭송받는 존재임. 작중 인물 중에서 왕으로서의 고드프리, 그리고 그 치세를 칭송하는 이들은 몇 있어도 고드프리를 욕하는 이는 찾기 어려움. 본격적으로 배척받기 전이긴 한데 도가니를 친위기사로 쓴 걸 보면(그리고 뿔쟁이를 향한 마리카의 오랜 증오를 감안하면)적어도 종족이나 출신보단 능력을 보는 개인으로서는 차별없는 인물일 가능성이 높고.

물론 틈땅의 황금기라 불린 시대를 왕도 신도 실종된 개판난 지금 시점에서 회상하니까 미화보정이 들어간 거긴 하겠지만, 적어도 고드프리 개인의 실책으로 비난받는 경우는 틈땅 내에서 찾기 어려움. 고드프리가 정상적으로 후계를 두고 원만하게 물러난 것이 아닌, 축복을 잃고 추방당했다는 틈땅의 사람들에게는 실로 수치스러운 결말을 맞이했음에도 이런 취급을 받는 건 생각보다 이례적인 일임. 빛 바랜 자가 멀기트나 케내스 하이트인가에게 취급받는 걸 보면 애초에 축복의 빛을 잃은 것 자체가 최소 2등시민에 최악의 경우 흉조나 백금인 겨우 윗 티어 취급받을 일인데 말이야.

라단의 경우, 뒤에서 다룰 단점과 별개로 그 호방한 인격은 미야자키 자캐딸 수준으로 칭송받음.

그의 친우인 제렌부터가 라단을 직접 찾아온 게 아닌 카리아 가문의 손님이었다가 라단 휘하에 들어온 방랑기사며, 제렌 자신의 방랑기사적인 성품까지 버리며 라단과의 약속에 얽매일 정도로 친한 사이임. 휘하의 적사자 기사 역시 "그저라단장군님은싸우는모습이최고"지랄하는 한 년 빼고는 모두 제렌과 라단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라단 축제를 열고, 라단 장군과 지켰던 캐일리드를 더는 주군이 없음에도 자신들의 고향까지 잊어가며 지키는 모습을 보여줌.

휘하의 이들에게만 이런 것도 아닌게, 핍박받는 백금인인 가이우스를 무려 신하나 동격도 아니고 사형으로서 모시는 모습을 보여줌. 백금인의 취급이나 라단의 사회적 인망을 볼 때 정말 이례적인 일임. 그 외에도 적이건 아군이던 라단의 인품을 까는 경우를 찾기 어려우며(적으로서 싸운 블라이드 등), 심지어 기록말살당한 메스메르와도 친분이 있었다는 정황을 보면 라단의 인맥과 인망은 작품 내에서 비견되기 어려울 정도임. 진짜 미야자키 자캐 수준으로.


정치적 능력의 부재, 그로 인한 도구화: 그러나 라단과 고드프리는 틈새의 땅에서는 결국 곁다리가 됨. 이유는 모두 알다시피 둘 다 정치력이 없는 수준이었거든.

라단이 존경한 또 하나의 인물인 라다곤은 그 자신의 능력인지, 엘짐의 수신기로서 행동한 건지는 몰라도 적어도 황금률의 신앙화, 이종족 척결, 카리아 세력의 간접적 붕괴 등 여러 정치적 행동을 일삼아온, 사실 무력보단 정치력이 더 강조되는 존재임. 다른 데미갓의 태반은 말할 것도 없고.

고드프리의 경우 앞서 말했듯 철저히 전장에서의 활약상만 언급되며 칭송받음. 그래도 고드프리의 치세가 황금기였으니 내정도 좀 했지 않았을까 하는 막연한 추측마저 등에 달라붙은 세로시의 존재로 철저하게 부정당함. 고드프리는 마리카의 전왕으로서 기능하다 다른 목적이 생기자 그대로 틈땅 밖으로 유기당했고, 어쩌피 버려진 김에 다시 야만인의 왕이 되어 빤스바람으로 자유롭게 살 수 있음에도 한 번 죽음을 겪으면서까지 기여이 다시 로데일로 향하는, 마리나의 계획에 운명이 묶여버린 몸이 됨. 그게 자의였는지 타의였는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쉬운 길도 행복한 길도 아닐텐데 말이야.

라단으로 가면 더 심해지는데, 등장하는 데미갓 중 손꼽히는 인싸임에도 정작 라단의 몰락에 이르는 길에서 그의 아군이 되어준 이는 휘하의 적사자들 외에는 거의 없음. 정황상 라이커드가 인형들을 좀 보내준 거 같긴 한데 딱 그 정도.

다른 데미갓들이 일시적인 협력이던, 교묘하게 이용하건 간에 인맥을 총동원해서 자기 이익을 극대화하려던 걸 생각하면 정작 라단이 이러는 게 의야할 정도인데, 결국 본인의 정치적 능력과 야망이 수준 이하였다고밖에 생각이 안 됨. 유일하게 자기 의지로 정치적 행보를 보인 게 파쇄전쟁의 시작인 로데일 공방전인데. 라단의 커리어에 있어 가장 큰 오점 중 하나로 언급될 정도로 참패해 손해밖에 없는 업적이라 라단의 정치적 무능이 더욱 부각됨. 파쇄전쟁 최강의 기사단이라 불린 귀부기사를 대동한 말레니아의 성수 세력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정예인 적사자 기사를 이끌고 여러 데미갓 연합을 지휘했음에도, 정체를 숨기면서 축복왕과 흉조 두 가지를 오가며 싸워야 했던 모르고트에게 참패한 건 실로 수치스러운 일임.

파쇄전쟁 이후에는 별의 봉인을 깨기 위한 미켈라-말레니아의 공격으로 사실상 자기 자신도, 휘하의 부하들도, 영토마저 사형 선고를 당해버리고, 짐승으로 전략한 뒤에는 제렌이 그나마 넊을 기리기 위해 축제를 열었지만 이마저도 라니의 계획을 위한 걸림돌이라는 이유가 덧붙여저버림(라니 본인은 몰라도, 블라이드나 이지의 반응으로 보건데 라단 개인을 향한 감정은 존경심인게 위안점).

죽은 뒤는 미켈라에 의해 새 시대의 왕이라는 기능을 탑제한 도구로서 부활하는 건 그야말로 라단이라는 인물의 행보에 있어 화룡점정 수준이고. 고드프리 또한 왕이 되면서 마리카의 도구가 된 걸 생각하면 결국 틈땅의 왕은 신의 의사를 대행하기 위한 힘을 가진 도구일 뿐이라는 생각마저 들 지경임. 차라리 노멀 엔딩에서 신의 의사 없이 불완전한 시대, 혹은 자신이 지원한 새로운 체제를 이끄는 삧이 가장 자유로운 왕이라는 생각이 듬.


라단은 어릴 적부터 전왕 고드프리를 동경해왔고, 그 결과인지는 몰라도 놀랍도록 비슷한 행보를 보여주면서 인생을 살게 됨.

둘의 차이점이라면 고드프리, 호라 루는 사실상 마리카 한 사람에게만 이용당했고, 그 때문이지 아니면 진짜 찐사랑이었는지 자신의 의지로 끝까지 싸워서 왕으로서는 실패했지만 전사로서는 더 강한 상대에게 패배한다는 본인 입장에서는 나름 후련한 끝을 맽음. 호라루 개인의 일생을 보면 참 흥망성쇠가 뚜렷하고 어찌 보면 참혹한 결말이지만, 고드프리가 아닌 호라루로서 끝을 맞이했다는 점이나, 그 짧은 컷신으로 보여준 그의 심정을 통해 적어도 호라루의 끝이 어떤 심정이었는지는 추측해 볼 수 있음.

그러나 라단은 철저하게 형제와 외부세력들의 방패나, 걸림돌이나, 간판으로서 수도 없이 휘둘렸고, 결국 부패에 당해 짐승으로 전략한 수치를 겪다 죽고, 자기 의사가 남아있는지나 모르는 모습으로 부활하자마자 다시 한 번 패배해 또 죽게 됨. 차라리 라단에게 있어 비참하다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그의 의사가 뚜렷한 상태였다면 모를까, 미켈라에게 받은 취급을 어찌 받아들일지 추측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라단의 개인의 의지, 그리고 심정은 불분명함.

념글 댓글 중에 라단=틈땅 여포라는 취급이 있었는데, 인격 하나 빼곤 딱 맞다는 생각이 들음

무력만 있었고, 나름대로 낭만이나 가치관도 있었으나, 결국 한 사람으로서 강했지 장수로서, 그리고 지도자로서의 역량은 수준 미달이었던 거지.

한 시대를 무력으로 휘둘렀고 실제로 성과도 보인 호라루는 항우하고도 비교할 수 있을 거 같음. 물론 항우와 달리 호라루는 인성강제탑제기 세로시가 박혀 있던 덕에 폭정을 휘두르지 않았지만...


요약

1. 라단과 고드프리는 그시대 공식 무력 1짱이었다

2. 라단과 고드프리는 인망이 있는 편이었다

3. 그러나 둘 다 위치에 비해 처참할 정도로 정치적 능력이 부족했다

4. 그래서 이용당했지만, 자기 의사가 짧게나마 묘사되는 호라루와 달리 라단은 불분명해서 아쉽다


사실 그냥 라단이 여포면 호라루는 항우인가 싶은 생각이 들다가 말이 길어저버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