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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크소울 정주행한 기념으로 써제낀 단편 소설입니다.
- 필력도 개판이고, 설정오류도 있겠지만 내 알바 아님.
- 중2스럽다고? 어쩔.

*실수로 제목에 하편이라 적어서 삭제하고 다시 씀. 수정하면 개판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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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벨. 흑기사다.

기억나는 것은 겨우 그 정도. 내가 어디서 태어났고, 어디서 자랐으며, 어째서 이곳을 떠돌고 있는지 따위는 오래 전에 잊어버렀다. 이루어야 했던 사명이 있었던 것 같은데... 그것조차 난 잊고 말았다.

내가 서있는 이 장소가 어디인지, 지금이 어느 시대인지 이제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이 세계는 시공간조차 불안정했기에, 적이 있는 곳이 내가 있을 곳이다.

크아아아아악!!

포효하며 덤벼드는 짐승. 불타오르는 붉은 안광을 가진 소머리의 괴물이 나에게 돌진해온다. 쿵-쿵-쿵. 묵직한 발걸음에 땅이 울렸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고 언제나처럼 대검을 들고 자세를 잡았다.

놈이 높게 날아 내게 그 거대한 도끼를 내려찍으려 했으나, 나는 예상했다는 듯이 앞으로 굴렀다. 콰앙! 놈의 도끼가 찍힌 곳은 산산조각나며 파편이 튀었으나 놈의 배후에 있었다. 놈이 뒤돌아보는 것보다 빨리 도약한다. 그 육중한 등을 발판 삼아 단숨에 놈의 척추까지 도달했고, 대검을 쑤셔넣는다.


으오오오오오옷!!


소머리 데몬의 비명과 같은 단말마가 울렸고, 그 몸통은 비틀거리며 앞으로 쓰러졌다.


'이걸로 대체 몇 마리 째지...'


나는 놈의 목뼈에서 대검을 뽑아내며 자문했다. 모르겠다. 느낌상 벌써 천 마리 이상은 잡은 것 같은데 기억이 애매하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괴물들이 나의 적이었다는 사실이다.

불.

그래. '불'이 문제였다. 일렁이는 작은 불꽃을 볼 때마다 조금씩 떠오른다. 어째서 저런 괴물들이 탄생하게 되었는지. 나는 오래 전 살아있는 모든 것을 집어삼키며, 동시에 끔찍한 종자들을 배출하는 '혼돈'을 보았었다.

우리는...
아니, 나의 '주군'께서는 그 혼돈과 싸우셨다.


"주군..."


내게, 주군이 있었던가?

그러나 매우 친숙한 느낌의 어감이었다. 꺼져가는 이성과 시간에 녹아내리던 기억이 다시 켜지고 있었다.

'여기는...'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자 데몬들의 파괴로 폐허가 된 왕국이 있었다. 이런 광경을 보는 것도 어제오늘 일이 아니었다. 그 '오래된 혼돈'처럼 자신이 직접 태초의 불꽃이 만들고자 금기를 깨는 인간들.

그들의 오만이 이자리스의 데몬들을 부르게 된 것이다.


"수천 년이 지나도 난쟁이의 후손들은 변하질 않는군."


자업자득으로 몰락한 인간들을 비웃고자 한 혼잣말이지만, 어쩌면 자신들도 마찬가지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웃을 수 없었다.

해야 하는 일은 변하지 않았다. 데몬을 죽인다. 이제 자신에게 남은 것은 그것 밖에 없기에.

데몬들이 모이는 장소, 필시 인간들이 혼돈의 불꽃을 연성한 장소로 발걸음을 옮기려 한 찰나, 어딘가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멈칫했다.


"누구! 아무도 없나요!? 좀 도와주세요!"


여자의 비명소리. 필시 인간의 것이리라. 도와줘야 하는 의리는 없지만, 죽게 냅두는 것도 찜찜할 것 같다는 생각에 대검을 짊어지고 달렸다.
목소리가 울린 곳은 건물 뒤의 골목길이었고, 은을 섞은 철제 갑옷과 베일을 쓴 여자가 방패와 지팡이를 들고 산양머리 데몬과 맞서고 있었다.


"크윽...!"


여자의 마술 실력은 제법이었지만, 그 가녀린 팔로는 데몬의 마체테를 막아내기 역부족이었다.

다행히 난 여자의 방패가 무너지기 전에 도착했고, 내 기척을 감지한 녀석이 뒤돌아서며 사냥감을 바꿨다. 크르르르르르.
휘잉 챙! 놈이 왼손의 마체테가 크게 휘둘렀지만 내 방패로 가볍게 막아냈다. 그 다음 오른손 마체테가 휘둘러지기 전에, 발차기로 복부를 걷어차며 놈의 자세를 무너뜨렸다.

크르르륵.

당황하며 물러서는 데몬.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양손으로 대검을 잡는다. 필살의 일격으로 베어가른다.

'파고 들기'. 체중을 실어 온힘으로 대검을 휘둘렀다. 콰아앙!! 데몬은 마체테로 막아보려 했지만, 마체테와 함께 반으로 쪼개졌다. 이걸로 또 한 마리 처치했다.


"암월이시여..."


인간 여자는 기적이라도 본 듯이 넋 놓고 나를 올려다보았다.

"인간. 움직일 수 있다면 가라. 이곳은 곧 가라앉는다."

"자, 잠깐만요!" 여자가 다급하게 자신을 붙잡았다.
"저는 암월을 섬기는 기사, 알리사입니다. 이루실의 사자로서 혼돈의 조짐을 조사하라는 신탁을 받아 이 땅에 왔습니다."

"그렇군. 그럼 이제 돌아가라."


조사하고 말 것도 없이 딱보면 혼돈에 집어삼켜져 있지 않나.


"기, 기다려주십시오!"

"...또 뭐지?"

"이렇게 된 이상 전 혼돈의 확산을 막아야 합니다."

"너 혼자서 말인가. 용기는 가상하지만 만용이다, 인간."


고룡전쟁에서 봤던 고리의 기사들처럼 강력했다면 모를까, 이 인간은 너무나도 나약해보였다. 같은 종족이라도 힘의 차이는 천차만별인가.


"전 혼자 온게 아닙니다. 암월께서 저에게 가장 위대하신 기사를 붙여주셨거든요. 바로 은기사요."

"은기사?"


그 말에 무언가가 머릿속을 스쳐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은기사. 그래. 나는 한때 은기사였다.


"그분의 조력이 있다면 필시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겁니다."

"..."

아무래도 좋았다. 어차피 이 왕국의 유무와 상관 없이 데몬은 모두 죽일 생각이었고, 거기에 조력을 받을 수 있다면 나쁜 일은 아니니까.


"그 은기사는 어디에 있지?"

"이런저런 일로 떨어졌습니다만, 다시 합류하기로 한 장소가 있습니다. 지하수로 입니다."

"안내해라."


알리사는 앞장 섰고, 나는 그녀의 뒤를 따랐다.


'은기사라...'


마지막으로 은빛으로 빛나는 그 갑옷을 본 게 언제였는지 모르겠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는가. 천 년? 이천 년? 그도 아니면 삼천 년?

그 은기사는 답을 알고 있을 것이다.



=/=/=/=



첨벙첨벙. 발밑에 차있는 것이 물인지 오물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 지하수로는 이미 혼돈의 불꽃에 영향을 받았는지, 꿈틀거리는 썩은 살점으로 득실거렸다. 으으으어어어...
화염에 면역력이 생긴 건지 횃불로 지져봐도 그리 큰 효과가 없었다.

"제가 할게요."

그러나 알리사의 마술은 의외로 효과가 있었는데, 소울 화살에 맞은 살점들은 한방에 모두 녹아사라졌다.
그렇게 말없이 한참을 전진하다가 알리사가 먼저 침묵을 깨고 물어왔다.


"...당신은 은기사인가요?"


마치 여태껏 쭉 신경쓰였다는 듯한 질문에 나는 대답을 망설였다. 그러는 사이 알리사는 덧붙여 말했다.

"당신의 갑옷은 그분들의 것과 유사해 보여서요. 이름은 어떻게 되나요?"

"나는 자벨. 흑기사다."

"흑기사?"


알리사는 '흑기사'가 무엇인지 모른다는 듯이 되물었다.
세간에서 전설의 기사로 숭상받는 것은 오직 은기사들 뿐. 나와 그들의 이야기는 너무나도 오래되버린 것이다. 이젠 누구도 그들을 기억하지 않을 정도로.

상심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필연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들을 잊었을 정도니, 그들도 우리를 잊는 건 당연했다.


'...우리는 망각되었구나.'


그러나 불의 시대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한 우리 형제들 중 누구의 이름도 남지 않았다는 것은 꽤나 사무쳤다.

고룡 전쟁에서 얻은 영원할 것 같았던 명예와 영광. 전우들과 나눈 그 기쁨과 슬픔, 고통, 그 모든 경험과 감정들이 타고 남은 재처럼 덩그러니 남겨져 있었다.

이 시대는 우리의 무덤이다, 라고 누군가가 말했던 것 같다.


"나는 불의 시대 이전부터 존재했고, 이제는 시대에 뒤쳐진 떠돌이다. 한때는 혼자가 아니었던 같지만... 이제는 그들이 누구였는지 나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알리사는 내 대답을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더 이상 캐묻지도 않았다.

우리는 어느새 수로의 중앙에 도착해있었고, 거기서 데몬 석상들에게 포위되었음에도 창 한 자루로 무쌍을 찍는 은기사를 볼 수 있었다.


"저기에요! 발릭 님!"


'발릭?'

알리사는 일행의 무사함을 확인하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으나, 나는 그 이름에 얼굴을 굳혔다.

내 기억상 그런 이름의 은기사는 존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