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 부패방지선이 완공되었나이다. 허나 감히 말씀드리건데 주군, 이런 담벽으로는 부패를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기사는 그 말을 곱씹는 듯 조용했으나 종자는 보채지 않았다. 그의 주군은 언제나 한발 앞서 있다. 한낱 종자인 자신이 생각할 수 있다면, 주군도 생각할 수 있다. 기사는 그런 신뢰를 받기에 충분한 사람이었다.
기사는 대답 대신 횃불을 들어 돌담벽을 살폈다. 빈틈없이 역청으로 번들거리는 담벽은 장대하다기보다는 도담하고, 사람의 키를 넘지 않는 높이였으나, 그 길이만큼은 위용 넘쳤다. 지평선 너머까지 이어진 장벽 앞에 점점이 불빛이 보였다. 기사와 마찬가지로 횃불을 치켜든 이들이 점화 개시의 봉화를 기다리며 서있었다.
“설명하라.”
종자는 조심히 말을 골랐다.
“붉은 부패는 버섯처럼 포자를 뿌리며 퍼지나이다. 벽으로는 공중으로 퍼져나가는 포자를 막을 수는 없을 터. 이곳의 하늘을 닫아버리지 않는 한, 붉은 부패는 계속해서 퍼져나갈 것이 분명하나이다.”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
“부패의 먹이가 될 동식물이 케일리드에는 너무나 풍부하나이다. 이곳의 생물들은 이미 부패에 적응하여 한 몸이 되었고, 번성하고 있나이다. 이곳의 모든 유기물질을 소모한 뒤로는 부패가 자멸할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틀린 것이 되버렸나이다.”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
“부패를 막기 위해서는 케일리드의 동식물 절멸과 포자가 퍼져나갈 만한 지역의 말소, 오염을 억제하는 방어선 확충이 동시에 이뤄져야하지만, 주군. 불민한 저를 용서하소서. 적사자군은 현재 무엇 하나도 제대로 해낼 수 없는 상황이나이다.”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
종자는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발을 내디뎠다. 가슴이 크게 부풀어올랐다. 터져나오는 말을 간신히 참는 듯 하던 그는 결국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떠나지 않으시나이까."
"주군께는 기다리는 가족이 있으시나이다. 지켜야 할 고향이 있으시나이다."
"우리는 이미 실패했고, 틈새의 땅은 곧 부패의 포자와 오염에 뒤덮여 서서히 죽어갈 것입니다."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다.”
동풍이 거세게 불어왔다. 통곡하는 듯한 울음소리와 달큰한 부패의 냄새가 바람에 섞여 들려왔다. 횃불은 바람에 어지럽게 흔들리며 기사의 갑옷 위로 일렁였다.
그것이 부패의 붉은 빛처럼 보여, 종자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돌려 담벽 너머를 바라보았다. 케일리드의 삭막한 노을 아래, 모든 것이 붉게 물들고 있었다.
이 땅에서는 태양조차 붉은 부패의 비유에 지나지 않았다.
이미 모든 것이 끝났다. 그럼에도 모두가 이 저주받은 땅에 묶여있다. 제렌 성주도, 라단 장군도, 주군도.
도망갑시다. 여기서 썩느니, 집으로 갑시다. 피할 수 없다 한들 조금이라도 더 연명하는 것이 낫지 않습니까. 그러나 기사는 손을 들어 종자의 말문을 틀어막았다.
“다 아는 이야기는 그만하고, 봐라.”
기사의 편안한 손가락이 먼 곳을 가리켰다. 봉화의 연기였다. 노을을 지나 땅이 어둠에 삼켜지는 와중에 높이 솟은 연기는 홀로 햇빛을 받아 빛나고 있었다. 저 멀리 점점이 이어진 불빛들이 방어선에 닿았다. 담벽에 산불의 이글거림 대신 숯불을 닮은 열기와 빛이 퍼져나갔다.
동풍을 타고 날아온 부패의 포자들이 담벽에 가로막혀 역겨운 냄새와 함께 사그라들고, 어두운 땅 위로 뜨거운 경계선이 그어졌다.
“멋지지 않느냐?”
투구를 쓰고 있음에도, 종자는 기사가 웃고 있다고 생각했다.
웃는 얼굴 앞에선 도무지 진지해질 수가 없다. 종자는 투구를 풀어 가슴 앞에 껴안고 주군에게 물었다.
“정말로 떠나지 않으십니까?”
기사는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종자는 말없이 주군을 바라보다가, 다시 투구를 고쳐 썼다.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어둠이 내리고 동풍이 잦아들 때까지 기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저 멀리 통곡 사구에서 바다와 육지의 비열 차이가 바람의 방향을 바꾸고, 마침내 동풍에 실려오던 통곡 소리가 잦아들 때까지.
“네 말이 맞다. 부패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그리고 서풍이 불어왔다. 림그레이브의 싱그러운 바람이 두 사람의 코를 간질였다.
“그렇다면 피하려고 애쓰고 도망치는 대신, 제일 먼저 맞이하겠다."
기사는 아스라이 검게 태운 가슴의 문장을 훑으며 먼 곳을 바라보았다. 종자도 같은 곳을 바라보았다. 지평선 너머. 그곳에 고향이 있었다.
돌아가지 못할 머나 먼 고향. 그리운 집.
"그리고 그 운명이란 잡것을 부숴버리겠다."
오오, 오오 드디어 광대새끼들이 곪아터진 아보카도와 떡치는 듯한 문학이 아닌 제대로 된 문학이 나타났구나 - dc App
곯아터진 아보카도라니 그건 대체 뭡니까
문학대회 글들을 보면 알게 될 것.
집 가고 싶은데 종놈이라 케일리드에 말뚝 박힌 불쌍한 아이랑 떡치는 문학 써오면 상줌?
윾동꾸러기들은 노벨문학상감을 써와도 수상이 안돼요~ - dc App
찐찐찐 막 수정본이다 이제 이거 더 건드리면 내가 사람이 아님
저 툴팁보고 적사자 뽕맛 쩐다고 생각하긴 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