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유동이라 문학대회 수상 못하는 거 알고 있지만 그냥 쓰고 싶어서 써 봄.)
(대회 개최자 요청에 따라 창작 탭으로 옮김)
"덜커덩 덜컹"
목재가 바람을 버티지 못하고 흔들리는 소리에 이기지 못하고 결국 눈을 떴다.
"여긴..."
작은 예배당인가...?
아무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정신을 차리고 정문을 열고 나가려던 찰나,
익숙한 얼굴의 무녀가 벽에 기댄 채 황금나무의 품으로 돌아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는 겨우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힘겹게 쓴 글씨가 새겨진 돌이 있었다.
"엘데의 왕이 되어주세요. 설령 인도가 망가졌더라도."
...
모든 것이 기억이 났다.
내 이름은 스트록스 루.
이 틈새의 땅으로 돌아온 수많은 축복 없는 자들 중 하나.
모든 기억이 돌아온 것은 아니지만
태어날 때부터 축복을 잃어버린 그 순간까지는 기억이 난다.
먼 동쪽의 갈대의 나라 출신의 무사였던 나는
계속되는 전쟁으로 인해 지쳐 결국 성과 동지들, 다이묘를 배반하고 홀린 듯 서쪽으로 향했다.
여정은 생각보다 매우 험난했다.
가던 도중 늑대 무리와 마주치기도 하였고
적대적인 성의 무사들과도 싸워야 했었다.
왼쪽 눈에 화살을 맞아 눈 한쪽을 잃은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더 이상 앞으로 가지 않으면 내가 나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것 같았다.
얼마나 많은 이의 목숨을 앗아갔는지 더 이상 세는 것도 포기했다.
그러다 어느 한 야만인 무리를 발견했다.
걸친 건 거적데기들 밖에 없었고, 손에는 동그란 방패와 도끼를 들고 있었다.
젠장 도적떼인가?
생각보다 수가 너무 많다.
이대로 죽는 것인가...
놈들이 날 중심으로 천천히 원형으로 둘러싸기 시작했다.
"거기 너, 정체가 무엇이냐?"
신사적이면서도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도적떼가 그 목소리의 주인에게 의례를 치루기 시작했다.
그가 나타난 곳의 도적 떼가 마치 길을 열듯 대열을 열어 그 남자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못 보던 갑옷과 무기인데... 어디서 온 것이냐?"
"열도의 말을 아시는 겁니까?"
"열도?"
"어찌 당신이 내 고향의 말을 할 줄 아는 겁니까?"
분명 생긴 것만 봐서는 고향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이 남자는 우리 고향의 말을 아주 제대로 구사한다.
어째서?
"글쎄, 열도가 어디를 말하는진 모르겠지만, 난 지금 내 땅의 말을 사용하고 있네, 오히려 자네야말로 생긴 것과 달리 우리 땅의 말을 잘하는 것 같군?"
"나도 지금 내 나라의 말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감히 나를 희롱하는 겁니까?"
"아, 그렇다면 이것 역시도..."
말을 하다 멈춘 그 남자는 뭔가 생각에 빠졌다.
"이것 역시도 황금나무의 기적이란 것인가, 재밌군."
"황금나무?"
"황금나무를 모르는 걸 보니, 자네는 꽤 멀리서 왔나보군. 어디서 왔나?"
날 바라보는 그가 재밌다는 표정을 지었다.
"동쪽의... 갈대의 나라에서 왔습니다."
"갈대의 나라라... 처음 들어보는 나라로군, 어디 쯤에 있나?"
"여기 오기까지 며칠이 걸렸는지는 한참 전에 세는 것을 그만두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셌던 것이 320일이었습니다."
"그럼 몇 년은 더 걸렸다는 말인가?"
"그럴지도요."
그의 표정은 놀라운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 먼 곳에서 홀로 이 틈새의 땅에 어쩐 일로 온 건가?"
"틈새의 땅...? 난 그런 거 모릅니다. 그저 홀린 듯이 서쪽으로 계속 향했을 뿐입니다."
"그럼 자네도 황금나무의 인도를 받은 것이겠군."
이게 무슨 소리일까?
황금나무는 무엇이고 그게 뭐길래 나를 인도를 했다는 것인가.
"아, 마침 우린 우리의 도읍으로 향하던 길이었는데, 같이 가지 않겠나?"
"내가 당신들 같은 야만인을 뭘 믿고 동행할 거라 생각합니까?"
속지 마라.
이런 간악한 말재간은 많이 겪어왔다.
"뭐... 믿던지 말던지 상관할 바는 아니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우리가, 아니 '내'가 자네를 죽이지 않고 이리 대화를 하고 있단 것에서부터 이미 충분히 우리의 자비와 인자함을 베풀었다고 생각하는데."
"당신이 날 죽이지 않는 게 아니라, 죽이지 못하는 거 아닙니까?"
이 말이 끝나자 주변 다른 도적떼들이 박장대소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궁금하다면 나와 붙어보는 게 어떻겠나? 만약 자네가 이긴다면 내 목을 내주도록 하지, 그럼 자네 말이 맞는 셈이 되고 내 부하들도 자네를 두려워하며 도망치지 않겠나?"
"만약 내가 지면?"
"그런 걸 묻다니, 남자가 패배를 두려워하는 것인가?"
그 말이 비수가 되어 꽂혔다.
"당신의 '도전'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나, 모리사와 타케노부. 자비는 없습니다!"
무뎌질 대로 무뎌진 나의 칼이었지만, 이 남자 하나 죽이는 것쯤은 일도 아니다.
나는 곧바로 칼을 뽑아 달려들었다.
"흠!"
'도끼? 까짓 거 피해주마.'
그의 도끼가 내 투구로 향했고, 난 종이 한 장 차이로 그 도끼를 피하였다.
그리고 나의 칼이 그의 심장을 향했다.
그 때였다.
"진정한 남자는, 무기에 의존하지 않는 법이지."
그는 내가 도끼를 피하자 그 상태 그대로 땅에 도끼를 찍어버린 후 눈에 보이지 않을 속도로 내 팔을 잡아챘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땐 이미 그에게 당해 땅바닥에 쓰러져있는 날 볼 수 있었다.
"내가... 졌습니다."
끝났다.
내 여정은 여기서 끝이다.
남자끼리 서로 칼을 맞대 싸우고, 패배한 자는 목을 내놓는다.
당연한 섭리다.
"아니."
그런데 이 남자는 달랐다.
"죽이긴 아깝군, 내 도끼를 피한 녀석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야."
"......"
"자네를 살려주지."
"어째서...?"
"말하지 않았나? 난 이미 자네에게 자비와 인자함을 베풀었다고."
패자의 목을 가져가지 않는 승자라니.
지금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그만 일어나게, 나와 함께 도읍으로 가자고. 자네의 목 대신 그걸로 갚도록 해."
"알겠습니다..."
꿈이 아니다.
이 남자는 내게 정말 자비를 베풀어주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내 이름?"
"예."
"자네같이 쓸 데 없이 긴 이름과는 다르네."
"그렇다면..."
"호라 루. 그것이 내 이름일세."
호라 루.
기억했다.
나를 두 번 씩이나 살려준 은인이자...
"호라 루,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응? 무슨 말?"
"당신이 살려주신 목숨, 당신을 위해 사용하고 싶습니다. 절 당신의 휘하로 들여주십시오."
내가 모시고 싶은 주군에 걸맞은 자.
"허, 우리 아직 만난지 얼마 안된 거 알고 있지?"
안되는 것인가.
역시, 나였어도 나같은 약자를 부하로 두긴 싫었을 것이다.
"재밌군, 좋다! 자네를 내 부하로 받아주도록 하지!"
"...!"
"대신 두 가지 조건이 있네."
"어떤 것입니까?"
"내 부하가 되겠다면 기존에 갖고 있던 자네의 무기와 그 검술도 좋지만, 도끼와 부술(斧術) 역시도 다뤄야 할 것이야."
"알겠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자네 이름이 너무 길어. 모리사... 뭐? 다 필요 없고 지금부터는 이 이름을 사용하게."
"어떤 이름입니까?"
"스트록스 루. 어떤가?"
"스트록스 루... 알겠습니다."
"그래, 훨씬 부르기 쉽군 그래! 하하하하!"
...
잠시 감상에 젖었다.
"주군..."
주군께서는 나와 함께 도읍으로 돌아가신 그 날.
마리카 여왕의 국서가 되어 더 이상 전사로써의 모습을 보이지 않으셨다.
그 후, 마지막 원정에서 전투를 벌이시던 중 전사하셨다고 들었다.
그리고 축복을 잃고 틈새의 땅에서 쫓겨난 첫 번째 축복 없는 자들 중 하나가 되셨다.
그 때 동행했어야 했는데...
그렇다면 주군과 함께, 아니 애초에 주군께서 죽을 일도 없었을 것을...
어차피 똑같이 축복을 잃을 운명이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이 더욱 영광스러웠을 텐데...
"덜그럭"
발에 무엇인가 채인다.
아까 그 글씨가 새겨진 돌이다.
"엘데의 왕이 되어주세요. 설령 인도가 망가졌더라도."
...그래.
모든 것이 기억났다.
틈새의 땅으로 돌아 온 이유도 기억났다.
마리카 여왕이 일궈낸 혼란 속에서 새로운 엘데의 왕이 되기 위해서이다.
"주군, 어디 계신지 모르겠지만, 제가 엘데의 왕이 되어 꼭 주군을 찾아내겠습니다."
혹자는 그렇게 얘기할 수 있다.
이미 어디 있는지 모르는 주군을 되찾을 이유가 없다고.
이미 누군가에게 패배한 이상, 주군의 자격을 잃은 것이나 다름 없지 않냐고.
틀린 말은 아니다.
허나 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끝까지 그 분을 찾고, 그 분의 명예를 이어갈 것이다.
이유는 단 하나다.
그 분께서 내게 이름을 주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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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닉 파서 가져옴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fromsoftware&no=4876751&search_head=190&page=1
(원랜 수상 생각 없던 유동이고 디시는 가볍게 하려 했는데 요청 있어서 계정파서 가져옴)
gall.dcinside.com
스트립쇼 루 ㄷㄷ
오
와ㅏ 지린다 잘읽었음 이대로 묻히긴 아까운데...
야 너 고닉 파와라 반고닉이라도 좋으니 파와 이대로 놓칠 수 없다 - dc App
허허... 그래볼까
스토리 구상 좋고 전개도 좋네 부디 글쟁이로 활동해다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