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실 폭풍의 성이라는 곳의 경비병으로 일하고있다
말이 좋아 경비병이지 하급병사1에 다름없다
그 마저도 성 내부를 순찰 하는게 아니라
성 외곽 입구 진지에서 누가 오는지 안오는지
돌아다니는 일이다 무척 하찮은일이지
그런데 어느날 나는 깨달았다
나를 포함한 이 진지의 모두가 죽지않는 불사다

처음부터 불사라는걸 안건 아니었다
이곳은 가끔 저 머나먼 곳에서
소위 말하는 빛바랜자들이 이 폭풍의 성에 방문한다
이유가 뭐냐고?
그건 이곳 틈새의 땅에서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언젠가 빛바랜자가 엘든링을 손에넣고 왕이 될것이다'라는
이야기 때문이다
폭풍의 성에는 반신들중 하나인 황금의왕이 살고있고
잊을만하면 빛바랜자들이 어디선가 소문을듣고 도전해온다
하지만 오랫동안 왕이 패배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않았다

사건은 며칠전에 발생했다
며칠전 빛바랜자 무리가 이곳을 방문해 동료들을 학살하기 시작했다
평소라면 나도 다른 동료들처럼 빛바랜자에게
칼을 빼들었을것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였을까 나는 그날 겁에질려서
시체를 버리는곳으로 달려가 죽은척을 하고 누워있었다
동료들의 비명소리가 살을 베는 소리가 사라질때까지
나는 숨을 죽이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나는 조용히 시체들 사이에서 빠져나와
진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몇명되지 않았고
그중에선 진지에서 계급이 가장높은 기사도 있었다
그 기사는 나를 보더니 처음엔 냉랭하게 날 노려봤다
당연했다 어쨌든 난 관문을 지켜야하는 명령을 어긴거니까
그러다 작게 한숨을 쉬더니 나를 포함한 남은 병사들에게
죽은 사람들을 적당히 원래 있던곳에 눕혀두라고 했다
난 밤이 늦었으니 시체들을 화장하는건
다음날 하는가싶어 나와 좀 안면이 있던 사람들은
근처 침낭위에 눕혔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해도 그래도 좀 친근했다고 느낀사람들이
이렇게 싸늘하게 누워있는것을 보고
속으로 나도 언젠간 이렇게 되겠지하며 잠에 들었다
문제는 그 다음날이었다

누군가 흔들어 깨우는 통에 나는 겨우 눈을떴다
한두번 있는일은 아니었겠지만
어제일의 충격이 채 가시지않았다
하지만 충격은 나를 깨운 사람을 보고 더욱더 커졌다
분명 어제 죽어서 그가 쓰던 침상에 눕혀둔것을 기억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빌'.
그랬다 그 이름이었다
빌은 자신이 이곳에 배치받은 신입이라고 했다
그의 이름 얼굴 목소리 내가 기억하던 그대로였다
그런데 더욱 충격인것이 아직 남아있었다
그가 나와있었던 모든 기억과 이곳으로 온후부터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것이다
충격에 허공을 바라보며 멍하게 있던 그때
누군가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기사였다
그는 내게 손짓하더니 조용한곳으로 나를 불러냈다

기사가 나에게 알려준 사실은 내가 태어나서 알게된
그 어떤것보다 충격이었다
사실 기사 자신을 포함해서 이곳 진지의 모두는
죽을수없는 불사자라고 했다
그리고 어떠한 힘인지 알수없는 힘에의해
불사자들은 다음날이면 다시 살아난다고했다
다만 한번 죽은이들은 기억의 일정 부분이 사라진다고 한다
기사 자신은 과거 죽기전 자신이 써놓은 기록으로
그 사실을 알았다고했다

나는 슬펐다
지금에야 빌이 과거의 어느날 나를 보며
이유를 알수없는 슬픈 표정을 짓던 이유를 알았다
그는 어떠한 이유로 살아남았지만 나는 죽어
빌에 대한 기억을 모두 잊었다는걸 알기에
그것이 너무도 슬펐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또다른 빛 바랜자가 이곳에 처들어왔다
그의 거대한 칼날이 내 몸 깊숙히 박혔고
내 배에서는 피가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난 지금까지의 기억을 모두 잊고 다시 시작할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시작이라고 할수있을까?
나는 오늘 좀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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