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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저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내리는 햇살이 창틀의 녹을 녹일 만큼, 오랫동안 잠겨 있던 문이 열리고

부산하게 떨어지는 먼지 너머, 이따금 말을 걸어오던 남자의 얼굴이 보였습니다.


자글자글한 얼굴의 주름이 힘겹게 움직이며 색색 소리를 내는 동안

한 번, 두 번 움직임을 멈추던 남자는 저와 눈을 마주치고 입을 열었습니다.


자신의 역할이 끝났다고.


말라 비틀어진 것만 같은 남자의 손이 손등에 닿았을 때

그와 다르게 무엇 하나 변하지 않은 저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머뭇거리는 저에게 남자는 말했습니다.


이제 휴식을 달라고.


어머니, 저는 그에게 휴식을 주었습니다.



어머니, 저는 당신께서 주신 사명을 기억합니다.


당신께서 주신 작은 검은

불가능한 세월을 견디어 낸 남자의 안식이 되었습니다.


남자는 환한 미소가 돋보이는 청년이었습니다.

황금 나무의 밝은 빛마저 잠시 쉬어가던 청년의 보조개는

이제 빛이 바랜 남자의 주름 속에 숨어 버렸습니다.


그리고 황금 나무는 여전히 찬란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당신께서 바라신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저는 당신께서 보여주신 작은 나무와 무성한 꽃밭을 기억합니다.


어머니, 저는 당신께서 주신 사명을 이곳에 남깁니다.



어머니, 저는 이제 여행을 떠납니다.


먼지를 털어 낸 여행복은

여전히 가볍고 튼튼합니다.

그러나 어째서인지 가슴은 답답합니다.


문득, 일그러진 손등을 보며

마주해야 할 운명을 떠올립니다.

한낱 불씨에 불과한 자신이 나약하게 느껴집니다.


불안을 눈치챘는지

반지 속의 상냥한 영마가

부드럽게 손가락을 핥아줍니다.


창 밖에는 여전히 황금 나무가 빛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께서 들려 주셨던 아름다운 세상은 보이지 않습니다.


저를 붙잡는 것은 두려움일까요, 아니면 그리움일까요.


저는 손 안에 작은 나무를 피워 봅니다.

그리고 그것을 고이 잠든 남자의 손 위에 올려 놓습니다.


이정표는 세워졌습니다.


어머니, 저는 드디어 여행을 떠납니다.




- 멜리나 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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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자와 만나기 까지 멜리나는 무엇을 보았을까요


그리고 빛바랜자와 함께 하며 또, 무엇을 보았을까요


우리 모두 땔감을 아껴줍시다


미친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