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숙의 경지를 넘은 그의 칼솜씨에, 


많은 이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바닥을 적셨다.


그리고 그에게 도전한 이들이 수십, 수백, 수천명을 넘어 


가 더이상 무모한 도전자들의 잘려나간 몸뚱이 세기를 포기했을 즈음, 


그가 몸에 걸치고 있던 단정한 차림새의 도복은 어느새 넝마주이가 되어있었고 


우락부락했던 몸은 깡마른 체구가 되어 바람이 불면 곧 쓰러질것만같이 앙상해져 있었다.







그러나 사내는 자신의 옷차림새나 몸의 외형 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몸과 옷가지는 세월에 깎여 다소 흐트러졌을지언정 형형하게 빛나는 칼끝과 


섬뜩한 칼놀림은 시간과 피를 먹고 더욱 예리해져만 갔기 때문이다.


사내의 소원은 오직 하나였다.


언젠가, 자신보다 더한 강자를 만나 후회없이 겨루다 그의 칼끝에 생을 마감하는 것.


그것이 그가 바라는 최고의 죽음이었고 그러한 생의 마지막을 위해 


오늘도 사내는 뿌옇게 잿빛으로 물든 하늘을 보며 


허공에 칼을 휘둘러 자기 자신을 연마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귀에, 철그럭 거리며 철제 부츠가 계단 돌바닥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새로운 도전자였다.







말은 필요 없었다.


사내는 자신의 칼 손잡이를 잡고 자세를 낮추었고, 철제 갑주를 입고 나타난 낯선이 또한


한손에는 방패, 한손에는 서양에서 롱소드라 불리우는 날붙이를 들고 서로 칼끝이 닿을


한치만의 거리를 둔 채 호흡을 고르고 있을 뿐.







그리고 찰나의 순간, 사내는 자신을 방문한 낯선이가 방패를 움찔거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낮은 자세에서 발끝을 내디뎠을때 나오는 폭발적인 추진력으로 앞으로 달려나가며


납도되어있던 칼을 뽑아 자신의 앞공간을 사선으로 길게 올려베었다.


그러나 그것이 사내가 여태 저질러왔던 실수 중 가장 큰 실수였다.


방패를 움찔대던 낯선이는 아주 능숙하게 어느덧 달인의 경지에 다다른 


그의 참격을 피해 옆으로 빙글 돌아서며 등 뒤쪽을 잡았고, 


사내는 그것이 자신 생의 마지막 순간이란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후회는 없었다. 그 순간의 빈틈을 노려 자신의 공격을 피하며 


빠른 발놀림으로 옆구리쪽 한켠으로 돌아 뒤를 잡은


도전자의 냉철한 판단력에 찬사를 보내고 싶었을 뿐.


이제 자신이 여태 해왔던 것처럼 그 또한 자신의 등허리께를 베어내겠지.


그러면 자신은 무인으로서의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하기만 하면 될 터였다.


허나 그런 사내의 생각과는 다르게 그의 등을 때린 것은 


날카로운 예기가 아닌 다소 둔탁한 타격, 발길질이었다.






'......?'






그리고 명예로운 최후와는 거리가 먼, 결투에 의한 절명이 아닌


절벽에서의 실족사로 추정될 어처구니 없는 죽음을 맞이하며


사내의 눈동자는 어느덧 회한과 분노로 물들었다.


그리고 날개없이 추락하는 사내의 눈동자에 마지막으로 비친 것은












































투박한 철투구를 벗고 한껏 비웃음을 담아 자신을 내려다보는, 보랏빛 피부의 괴상한 얼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