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게 할딱이는것마저도 힘겨울정도르

세월이 스치고 지나간 앙상하게 말라붙은

그녀의 몸은 그저 새액대고 있을 뿐이었다.

여태 먹고 마신것 없이 의자에 홀로 앉아

언젠가 자신을 꿈에 닿게 해 줄 이를 찾아

기나긴 세월을 기다려 왔던 그녀의 몸은,

육중하게 내리쳐오는 힘이 가득 실린 뭇 일격을

차마 버텨낼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이제 죽는 것일까.'





그녀는 죽음 그 자체는 두렵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이 지키려했던 사명이 깨어진 데 대해

깊은 슬픔을 느끼며 울음이 차오르는것을 느꼈다.

자신에겐 과분한 책무였다.





그녀가 그렇게 스스로를 자책하며

이윽고 죽음이 성큼 다가왔다 생각한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을 황금빛으로 빛나는 영광스러운

기억의 편린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높게 솟은 첨탑 아래로 번쩍이는 갑주를 입은

정예기사들이 눈을 빛내며 사방을 경계했고

바닥에 깔린 붉은 융단을 따라 고귀한 혈통을

가진 이들이 옷자락을 스치며 지나갔다.

이윽고, 모친의 손을 떠나 왕을 계승할 아이가

강보에 싸여 유모인 자신의 손에 들려졌을때,

그녀는 영예로운 사명을 지닌 채 태어난 아이의

얼굴을 보고 볼가로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왕가의 적통과 의무를 함께 이어받은 영예로운 아이.

그를 기리며 한 평생을 살아온 노파의 삶은

그녀의 머릿속에서 찬란히 빛나는 과거와는 달리

한줌 재만을 그 자리에 남긴 채 부스러져,

공허함이 사위를 채운 쓸쓸한 성당 내부를

흐릿하게 채워 나갔다.





그런 그녀의 마지막을 무심한 눈으로 힐끗 바라보던,

그녀의 머리를 대충 깎은 몽둥이로

사정없이 후려쳤던 사내는 그녀의 죽음이 별 일

아니라는 양 무심한 발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이윽고 어느 목없는 기사의 석상 앞에 선 사내는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고 있다는것 마냥

기사 앞의 그릇을 손가락으로

탁 튀기며 뒤로 돌았다.





그러자, 나무판자와 거친 몽둥이를 쥐고 발가벗은

새파랗게 빛나는 피부의 사내 앞으로

베일을 쓴 채 검 두개를 쥔 여인이

마치 스며들듯 소리없이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눈가에는 채 사명을 다하지 못하고 고꾸라진

어느 슬픈 여인에 대한 동정과 아픔,

그리고 그런 그녀를 잔인하게 살해한 이를

항한 분노를 베일 뒤에 가려진 눈동자속에 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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