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 교회》
“괴물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형상을 잃은 존재인가, 아니면 그 형상을 벗지 못한 자인가.”
— 비의 교단 기록문서 제17권
밤은 항상 짙은 안개와 함께 내려왔다.
야남의 뒷골목, 금이 간 석조 골목을 걷는 자는 이제 이 도시가 죽어가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엘나 신부는 원래 이곳에 사람이 살았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그녀가 어릴 적 처음 이 도시를 본 것은 눈썹 사이까지 검게 덮인 수도사들의 기록화 속에서였다. 피를 흘리는 신의 사자들, 하늘을 향해 짖는 짐승들, 그리고 비의 교회.
사람들은 그곳을 **“빛으로 이끄는 문”**이라 불렀지만, 엘나는 어릴 적부터 본능적으로 느꼈다.
그곳은 문이 아니라 울타리였다. 바깥에서 안을 막는, 혹은 안에서 무언가가 나오는 것을 막는.
그날, 그녀는 본당 지하에서 문서를 정리하다 낡은 철문 하나를 발견했다.
열쇠는 없었고, 문은 무겁고 차가웠다. 그러나 문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피는 열쇠이며, 깨달음은 관문이니.”
그녀는 칼을 꺼내 손바닥을 그었다. 피가 쇠문에 닿자, 철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떨리며 열렸다.
안에는 거대한 성체가 있었다. 신의 형상도, 짐승의 모습도 아닌, 무언가 태어나기 직전의 알 같기도 하고, 무너진 기도자 같기도 한 형체.
그리고 그 아래엔, 자신과 똑같은 얼굴을 한 또 다른 엘나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나는… 너야?” 엘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 그 엘나는 미소를 지었다. “나는, 너보다 먼저 기도한 자야.”
“그게 무슨 의미지?”
“너는 진짜를 원했지. 신도, 구원도, 피의 비밀도. 하지만 그 누구도 신을 보지 못해. 그래서 만들어야 해.”
그 말과 동시에 엘나는 등 뒤에서 비명을 들었다. 돌아보니, 교회의 신자들이 하나둘 일어나 눈이 없는 얼굴로 그녀를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너를 필요로 해,” 가짜 엘나가 속삭였다. “너의 눈, 너의 입, 너의 가죽. 그래야 신이 완성돼.”
마지막 순간, 엘나는 기도문을 외웠다. 손에 쥔 은빛 십자가는 그녀의 피를 흡수하며 녹아내렸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그녀는 본당 강단 위에 서 있었다.
신도들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모두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는 느꼈다. 이제 그들이 믿는 신은… 자신이라는 것을.
《비의 교회 연대기 - 엘나편》
“그리고 그날 이후, 피는 다시금 말라붙었고, 신은 또 하나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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