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야생 매칭.. 출발 화면에서부터 전원 구작 스킨을 끼고 있던 우리는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이 든든해보였다.


함께 핑으로 소통하며, 조금의 흐트러짐 없이 전진하는 우리의 모습은 출발 당시의 그 기대감에 걸맞는, 막보를 손쉽게 이길 그런 파티라고 생각했다.




꿈이 깨지는 것은 분명 자기장 안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무뢰한의 피통이 닳지 않음을 확인했을때였다.


또 개씨발미야자키년의 버그 공격인가? 싶었지만 기다려도 돌아오는건 무뢰한이 세션을 떠났다는 알림뿐이었다..




다가오는 밤을 맞이하며 우리는 선택해야했다. 첫날 밤의 안락사로 빠르게 다음 게임을 맞이하러 갈 것인지, 이제는 불가능해보이는 우리의 빛나던 레이스를 완주할것인지.


평소였다면 안락사를 선택했을 나였지만, 그 순간에는 얼마 전 념글에서 본 남겨진 두명이서 밤왕까지 잡아버린 멋진 프붕이의 스토리가 뇌리를 스쳐지나갔다.


아. 이번은 내가 주인공이 될 차례구나. 두 명이서 포기하지 않고 막보를 깨는 그 도파민 가득한 이야기의 주인공이 될 차례구나.




서둘러야했다. 은둔자가 게임에 대한 의지를 잃고 세션을 떠나기 전에 움직여야 했다. 


나는 맵을 열어 1일차 보스가 등장할 위치에 핑을 찍고 달리기 시작했다. 


선 채로 죽기 직전이던 은둔자도 머지않아 나를 따라왔다.




이미 자기장은 우리를 코앞까지 따라온 상황. 하지만 우리의 스펙으로 1일차 보스를 잡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나는 세 명이서 2일차에 요리해먹으려고 남겨둔 석검 열쇠를 들고 우리의 앞에 있는 봉인감옥을 서둘러 해제했다.


은둔자도 자기장이 코앞인 상황에서 봉인감옥을 여는 나를 보고 당황한 듯 했지만, 우리는 시작할때의 전의를 다잡고 봉인감옥 안에 있던 잡몹들을 빠르게 처리했다.




봉인감옥에서 먹은 룬으로 1일차 보스는 그렇게 쉽게 넘겼다.


문제는 지금부터였다. 추적자와 은둔자, 조합만 보면 안정적이지만 조합만으로는 메꿀 수 없는 한명의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 상황에서 우리의 다음 행선지는 도저히 종잡기 어려웠다.


도박을 하기로 했다. 


중앙 성채 지하에 생긴 보스가 제발 사자 혼종이길. 둘이서 잡기 쉬운 보스이길.




자기장이 사라지기도 전에 나는 중앙 성채로 뛰었고 은둔자도 나를 따라왔다.


살떨리는 긴장감을 가지고 도착한 지하에는 우리의 절박함을 비웃기라도 하듯 부랄따개가 기다리고 있었다.


뒤따라온 은둔자는 보자마자 얼어붙었지만, 여기에서마저 도망치면 우리의 동선은 복수자 어머님이 와도 회생이 불가능해질게 명백해보였다.


우리의 레벨은 고작 9레벨.


11렙 세명이서 도전해도 썰리기 일쑤였던 부랄따개를 잡기엔 턱없이 부족한 스펙이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아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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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방울 사냥꾼에게 그랩을 탄 나는 본편을 돌면서도 거의 써본적 없던 패링까지 시도해가며 일기토를 벌이기 시작했다.


얼어붙어있던 은둔자도 나를 따라 랄부따개에게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놀라운 일이었다.


밤통을 계속 해오며 눈 마주치면 도망치기 바빴던 방울 사냥꾼과 가장 가까이에서 합을 주고 받는 나와, 나를 믿고 그런 방울 사냥꾼에게 모든 것을 쏟아붓는 은둔자.


우리 둘 앞에 방울 샤낭꾼도 조금씩, 그리고 확실하게 쓰러져갔다.





쓰러지고, 휘두르고, 피하고, 휘두르고, 쓰러지고, 쓰러뜨리고.


방울 사냥꾼을 잡는데 성공한 우리는 감격스러웠다. 


처음에 게임을 반쯤 포기한 것 같던 은둔자도 팔짝팔짝 뛰며 우리는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있었다.





승리의 기쁨 속에서, 나는 미친 짓을 한번 더 하기로 했다.


중앙 성채 바로 위에 자리잡은 거대한 화구.


세 명이서라면 뚫기 어렵지 않지만 둘이서 화구를 뚫어볼 생각은 해 본 적도 없기에 미친 짓이라는걸 나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둘만 남겨진 상황에서 우리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함께하는 우리는 최강이라는걸.


우리가 최강이라고 믿는 우리가 최강이라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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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의 이야기는 앞과 같았다.


둘이서 화구를 돌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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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엔 용암토룡도 잡고.


내심 그럼에도 막보를 잡을 수 있을까? 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상관 없었다.


그저 너와 함께 이 길을 여기까지 달려온게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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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여정을 막아세운 것은 2일차 보스였다.


미야자키 이새끼는 우리가 행복한게 보기 싫었는지 벽지의 노장까지 가져오더라.




방울 사냥꾼부터 용암토룡까지.


벅찬 여정을 함께해온 우리였지만 노장센세는 이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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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쓰러진 나를 살리겠다고 열심히 달려오던 은둔자마저 쓰러지고, 우리의 여정은 그렇게 끝났다.


처음에는 둘이서 막보를 잡겠다는 막연한 꿈이었지만, 그 꿈을 달리는 과정에서 너를 만나 행복했다.


너와 나였기에 가능했다고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비록 완성되지 못했지만 꺾였지만 너와 나는,


함께했던 우리는, 최강이었다.


게임하면서 스샷찍는게 익숙하지 않아서 듬성듬성 머리털 빠져있음 ㅈ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