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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밭을 일궈 작물을 거두고, 교역을 위해 바다를 건너고,

때로는 무력으로 몸을 지키며, 남에게서 약탈한다.

생활을 위해, 삶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해온 행동은

무뢰한에게도 다를 바가 없었다.


다행히도 거한에게는 힘이 있었다.

덩치가 크고 튼튼한 완력은 승리와 자신감을 불러왔고

힘겨루기에서 삶의 보람을 느끼게 되었음을 쉬이 상상할 수 있다.


그런 거한을 끌어들일 무언가가 이 땅에 있었다.

추구했던 강자가 기다린다는 기대와 예감이 기분을 고양했다.




2. 


정원 안쪽에는 한층 더 큰 석비가 세워져 있었다.

하인 인형은 긍지 높은 싸움을 기록하는 제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맞서야 하는, 운명의 상대와 만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석비에 손을 대자, 빛을 띠기 시작한다.

이윽고 빛은 하늘로 쏘아져, 폭죽 같은 소리를 내며 터졌다.


하인 인형은 흥분한 듯한 모습으로 무뢰한에게 알렸다.

「틈새의 잔이, 시작됩니다」




3.


첫 전투의 승자가 석비 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찬사를 보낸 하인 인형은, 무뢰한이 주운 매듭끈에 흥미를 보인다.

유실물을 건네며, 바로 다음 전투로 발길을 옮긴다.


하지만 석비는 침묵을 유지했다.

아무래도 당분간 기다려야만 하는 모양이다.




4.


하인 인형은 차분한 모습으로 무뢰한에 말을 걸었다.


유실물의 주인은, 과거 대해에 이름을 떨친 해적 「흰 뿔」이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이름을 떨친 숙적 「검은 발톱」과의 전투에서

승자를 가려내지 못했음이 역사에 남아있었다.


무뢰한의 특징적인 장식 투구를 가리키며

인형은 「흰 뿔」의 싸움의 결말을 지켜보려는 것이다.


거한은 조용히 이를 내보이며 웃어 보이고는

다음 전투에 몸을 던졌다.




5.


다시 승리를 거둔 후, 석비는 묵묵부답이었다.


하인 인형은 침묵하는 석비를 보더니 무뢰한에게 알린다.

「상대가 기권했다고 적혀있습니다」


대체 어찌 된 일인가?

맞서야 하는 운명의 상대가 아니었던 것인가?

혹은, 둘이 마주하기에 무언가가 부족하다면…


무뢰한은, 그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6.


무뢰한은 승리했다.

검은 발톱과 흰 뿔의 싸움에 드디어 종지부가 찍혔다.


수없이 부딪치고, 그때마다 서로의 힘을 증명해왔던

무뢰한에게는 가장 버겁고, 훌륭한 호적수였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는 끝을 맞이한 것이다.


작은 묘에는 오래도록 써온 투구와 웃옷이 놓였다.

등에 검고 큰 발톱 자국이 드러난다.


거한은 어딘가 만족스럽게, 그 묘를 바라봤다.